tvN은 왜 먹방·여행만 할까···'연봉 40억' 나영석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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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인 ‘대탈출 2’와 ‘풀 뜯어먹는 소리 3’을 제외하면 9편 중 새로운 프로그램은 ‘애들 생각’ 뿐이다. 그 역시 김유곤 PD의 전작 ‘둥지탈출’(2017~2018)의 번외편 같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여행을 버리고 스튜디오에서 관찰 카메라로 요즘 애들의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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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PD도 본인의 성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선보인 ‘숲속의 작은집’으로 첫 실패를 맛보면서 불안한 한 보 대신 안전한 반보를 택한 것. ‘삼시세끼 어촌편’(2015)를 통해 이미 검증된 차승원·유해진 조합에 모델과 배우의 교집합에 있는 배정남이 합류하고,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2014)과 ‘윤식당 2’(2018)로 친숙한 장소로 떠났다.
결국 ‘스페인 하숙’은 딱 그만큼의 성과를 얻었다. 시청률은 11.7%(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순항 중이지만, 화제성은 예전만 못하다. 방송 첫 1~2주 정도를 제외하면 화제성 조사 상위권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다. 산티아고 순례길 한복판에서 알베르게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순례자보다는 요리부 차승원, 설비부 유해진, 의상부 배정남의 이야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청자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므로 혼자서 습관처럼 볼지언정 다른 사람과 함께 ‘이야기’하지는 않는단 얘기다.
4일 경주에서 ‘강식당 2’ 영업을 시작한 송민호, 피오, 은지원, 강호동, 이수근. 이번 시즌은 추첨제로 운영한다. 첫날 1만여명이 몰리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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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이적한 PD들도 여지없이 나영석이 닦아놓은 길을 택했다. MBC ‘무한도전’에서 5년간 몸담았던 손창우 PD는 ‘짠내투어’(2017~)와 ‘미쓰 코리아’를 내놓았고, SBS ‘땡큐’ ‘박진영의 파티피플’ 등을 연출한 박경덕 PD의 첫 작품도 ‘국경없는 포차’(2018~2019)였다. 각각 리얼 버라이어티와 토크쇼라는 장기가 있음에도 이를 내려놓고 여행과 요리의 조합을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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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매년 발간하는『트렌드 코리아』를 예로 들었다. “방송에서 너무 앞선 트렌드를 제시하면 외면받기 쉽기 때문에 2019가 아닌 한해 지난 2018을 더 열심히 본다”며 “‘짠내투어’가 추구하는 가성비나 스몰 럭셔리도 몇 년 전부터 떠오른 화두”라고 설명했다.
박하연 PD 역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오래전부터 하고 싶은 기획이었지만 백종원 선생님 같은 적임자가 없어서 못 하다가 ‘집밥 백선생’을 통해 연이 닿아 할 수 있게 된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유튜브 먹방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했다”며 “이동 과정 등을 과감히 생략하고 본론인 먹방에 집중했다. 하얼빈이 새로운 먹방 성지로 떠오르는 등 반응이 좋아 현재 시즌2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미쓰코리아’에 출연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사진 tvN] |
공희정 TV평론가는 “‘윤식당’을 보면 나도 가라치코에 가보고 싶다, 장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국경없는 포차’는 장소적 특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면서 왜 코펜하겐이나 파리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지조차 이해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프로그램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출연진인데 똑같은 사람들이 비슷한 포맷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다뤄지다 보니 이미지 소비가 심해지고 시청자들도 쉽게 질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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