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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 게임학원…상위 20%만 받고, 실력 안 늘면 집으로

수십억 연봉 제2 이상혁의 꿈

초중고 학생들 게임학원에 줄서

영등포 학원은 4개층으로 확장

“게임중독 부작용 최소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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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전투를 열면 안 되지. 팀원들이 다 모이지 않았잖아.”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의 H게임학원 강의실. 고등학생 5명이 컴퓨터 앞에 앉아 ‘리그오브레전드(LOL·롤)’ 게임을 하고 있다. 벽에는 칠판 대신 롤의 전장(戰場) 지도가 붙어있다.


롤은 5명이 한 팀으로 다른 팀과 싸우는 게임이다. 학생들이 전투에서 패배하자 강사는 “팀 게임은 혼자 하는 것과 달라.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팀이 이익을 볼 수 있어야 좋은 플레이야”라고 조언했다. 게임이 끝난 뒤 학생들은 강사와 함께 자신이 한 게임의 재생(리플레이) 화면을 보며 지도를 받았다. 노트를 꺼내 메모를 하는 학생도 있었다.


개원한 지 1년째인 이 학원 수강생 90여명 중 한두명을 빼면 모두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중·고교생이다. 수강생 김동건(18) 군은“체계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등록했다”며 “학교 성적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오영진(17) 군도“수강생들과 함께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해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1년 정도 진지하게 프로게이머에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H게임학원 양재원 부원장은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학생만으로 가득 차서 취미반은 아예 운영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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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상위 20%' 들어야 입학 허가


최근 H게임학원처럼 교육청의 학원 인가를 받은 게임학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 게임학원이 게임 디자인이나 프로그래밍 등 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주로 가르쳤다면 최근에는 게임을 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원이 많다. 이런 학원들은 주로 프로게임단과 연계해 전·현직 프로게이머들이 강의하기도 한다.


최근 문을 연 영등포구 D게임학원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이 학원은 수강 신청이 몰려 대기자까지 생겼다. 인기가 많은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등 게임의 대비반을 운영한다. 학원 관계자는 “3개 층만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서 4층도 확장 공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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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원들은 일정 수준이 돼야 입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로게이머 과정을 수강하려면 자신이 희망하는 게임의 상위 20% 점수가 돼야 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롤의 경우 '다이아몬드' 등급 이하는 심화반에 들어갈 수 없다. H게임학원 양재원 부원장은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프로게이머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3개월간 변화를 지켜보고 냉철하게 판단해 학생 진로를 결정해준다”고 말했다. D게임학원의 김시은 매니저도 “한 달간 점수 변화가 없거나 가능성이 작다면 집으로 돌려보낸다”고 설명했다.



프로게이머, 해외리그·유튜브 등 활동범위 넓혀


1999년 국내 1호 프로게이머로 알려진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신주영씨가 등장한 이래 프로게이머는 꾸준히 학생들의 선망 직업이었다. 교육부 진로희망조사에 따르면 프로게이머는 최근 10여년간 초등학생 희망 직업 순위 10위 내에 들었고, 지난해에는 9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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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이스포츠 실태조사 결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최근에는 e스포츠 산업의 확대와 더불어 프로게이머의 직업 안정성도 예전보다 높아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e스포츠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7년 973억원으로 3년간 60% 가까이 성장했다. 국내 롤 프로게이머의 평균 연봉은 1억7558만원이다. 세계 최고의 롤 게이머로 꼽히는 '페이커'(이상혁)의 경우 야구와 농구 등을 포함해 국내 프로스포츠 최다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게이머의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도 과거와 다르다. 한국에서 시작된 e스포츠 산업이 세계로 퍼지면서 중국과 미국, 유럽 등 해외리그가 많아졌다. 2017년에만 152명의 국내 선수가 해외로 진출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롤과 스타크래프트2 등 6개 게임이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 또 전직 프로게이머들이 유튜브와 트위치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게임 콘텐트로 인기를 끄는 등 경력을 바탕으로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다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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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대학서도 e스포츠 전공 개설


이처럼 e스포츠 산업이 확대되면서 학원뿐 아니라 학교나 대학에서도 게임 관련 전공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e스포츠학과를 개설한 아현산업정보학교는 입학 경쟁률이 5대 1에 달했다. 연세대는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업무 협약을 맺고 e스포츠 및 게임 콘텐츠 관련 전공 개설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학원이 등장할 만큼 e스포츠 산업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을 보인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게임학회 회장)는 “청소년 사이에서 게임을 하지 않으면 소외가 일어나는 시대다. e스포츠가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e스포츠 경기장 확충, 아마추어 리그 확대 등 인프라가 갖춰질 때 게임이 문화적, 산업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동근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게임이 산업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게임 중독과 과몰입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학계에서는 미디어 교육, 정부는 청소년 보호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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