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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에 팔린 AI가 그린 그림···그 돈은 ‘누가’ 가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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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하나. 귀스타브 쿠르베와 같은 사실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딥러닝한 AI 작가 ‘쿠르베’가 스스로 그림을 하나 그렸다. 퀴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만큼이나 파격적인 작품이었지만, 포르노그래피에 버금갈 정도로 외설적이었다. 미술계에서는 ‘외설이냐 예술이냐’ 논쟁이 붙었다. 한편에서는 해당 작품도 AI 작가의 ‘창작물’이자 예술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관음증ㆍ변태적 성욕에 불과하다’며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런데 이 작품이 경매에 나와 5억원에 팔렸다. 이 돈은 ‘누가’ 가질 수 있을까.


그렇게 먼 미래, 터무니없는 상상은 아니다. 이미 AI의 생산물과 그 생산물을 어떻게 법적으로 규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AI가 기존에 있던 것과 유사한 ‘모방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아예 스스로 새로운 양식의 그림을 만들어내고, 노래를 작곡한다. 기존에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졌던 예술, 문학 등 창작의 영역에 AI가 들어오고 있다.



AI 그린 그림, 경매서 5억원에 낙찰…그림, 소설 분야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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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해외에서는 AI를 통한 예술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18년 10월 AI 화가 ‘오비우스’가 그린 ‘에드몽 드 벨라미’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 올라 43만2000달러(한화 약 4억9300만원)에 낙찰됐다. 1만 달러 수준에서 낙찰될 것으로 예상됐던 작품이었다. 일본의 하코다테 미래대학 마쓰바라 진 연구팀은 2016년 AI를 통해 작성한 소설 ‘컴퓨터가 소설 쓰는 날’을 문학 공모전에 출품했다. 1차 예선을 통과해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도 AI 예술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직은 AI를 ‘활용’한 수준이다. 화가 두민씨는 AI 화가인 ‘이메진’과 협업해 독도를 모티브로 한 과 같은 작품을 만들었다. 수면 위의 독도는 두민씨 서양화 기법으로, 수면 아래의 독도는 이메진이 동양화 기법을 학습해 표현했다.


성균관대는 지난달 AI 백일장 행사를 열기도 했다. 다양한 글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고, 그것을 바탕으로 AI가 한 문장, 참가자가 한 문장씩 써서 완성시키는 것이다. 그날 AI는 “바람이 잎사귀에 정갈하게 흔들린다. 달과 별을 만나는 이 소리는 날이 갈수록 그리움으로 몸집을 불린다….”라는 문장을 창작했다.


두민씨는 “19세기 사진이 등장했을 때 모든 사람이 ‘사진이 화가를 없앨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새로운 사조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AI 예술도 사진과 같은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독창적인 영역과 함께 예술이 발전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AI 작품에 창작성·저작권 줘야 하나'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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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혼돈’을 가져오기도 한다. AI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AI가 만든 작품을 ‘창작물’로 인정할 수 있는지부터가 혼란스러운 상태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조항이 만들어질 때만 해도 주체가 인간뿐이었기 때문에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작가의 ‘창작성’만 증명되면 됐다. 하지만 AI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업계에서도 ‘창작물이다''아니다’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학습한 AI가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작품을 예술로 보기는 어렵다”며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노력과 아이디어인데, 창작자가 AI를 도구로 활용할 수는 있어도 AI가 스스로 만들어낸 작품 자체를 예술로 인정하면 ‘예술의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패러디도 독자적이라면 창작성을 부여하는데, AI가 학습한 데이터를 짜깁기하는 수준이라면 원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학습한 데이터와 AI가 만들어낸 작품이 얼마나 차별화가 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지금은 AI가 기존 저작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논의 중이다. AI가 학습할 때 사용하는 데이터들의 저작권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AI 혼자 '반사회적' 작품 만들었을 때 어떻게 하나


저작권 문제와 별개로 AI가 치명적으로 ‘이상한’ 작품을 만들었을 때 그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구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포르노와 같은 것을 AI가 맘대로 만들어내서 즉각 수정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 AI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며 “사람이 통제할 수 없고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면 그거야말로 멋대로 움직이는 자동차와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책임의 주체를 AI 개발자로 해야 할지 그 AI를 활용해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킨 저작자, 즉 일종의 'AI 사용자'로 해야 할지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AI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예술을 만들었을 경우 이 책임에 대한 문제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AI 창작물과 저작권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지는 않다. 한국저작권보호원 관계자는 “AI의 작품을 AI를 ‘작동 시킨’ 사람의 저작물로 해야 할지, 아니면 AI를 ‘학습 시킨’ 사람의 것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AI를 ‘만든’ 사람의 것으로 할지 논의 중인 상태”라며 “우리 법에서 해석하는 창작의 주체는 인간인데, AI도 그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 관계자는 “AI에게 저작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저작권법뿐만 아니라 AI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등 민법 전반의 문제일 수 있다”며 “AI 저작물 부여 방안에 대해 연구반을 운영 중이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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