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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일해도 편의점 월수익" 하루 4000명 '알바 쿠팡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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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이모(40)씨는 최근 '야간 알바'를 시작했다. 쿠팡플렉스 '심야배송'이다. 지난해 8월 선보인 쿠팡 플렉스는 하루 단위로 고용된 일반인이 자신의 차를 이용해 쿠팡 직배송을 하는 서비스다. 정규 쿠팡맨과 구분해 '쿠팡 플렉서'로 불린다.

이씨의 24시간은 빠듯하다. 퇴근 후 경기도 양주시 집에서 휴식을 취한 후 밤 11시쯤 '양주캠프' 단체카톡방을 통해 '출첵(출석체크)' 한다. 관리자가 '출근하라'고 오더를 주면 쿠팡 양주캠프로 향한다. 30분 전쯤 대기하다 순번이 되면 입차해, 당일 배송할 25~30개의 박스를 승용차에 싣는다. 집에서 나와 캠프서 물량을 싣고 나오는 데 1시간, 이후 오전 4~5시경까지 배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모자란 잠을 청한 후 다시 출근한다.


이씨는 "외벌이에 아이가 셋이라 살림이 빠듯하다”며“밤에 할만한 부업을 찾다 SNS를 통한 모집 안내를 보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양주캠프의 심야배송 수수료는 건당 2500원이다. 평균 25개를 배달한 이씨의 일당은 5만~6만원이다. 하루 주행거리는 40~50㎞로 주유비 6000원을 빼면 4만~5만원 정도 번다. 그는 "한 달에 20일 일하면 아이들 학원비에 보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최근 경쟁이 치열해 1주일간 배정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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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쿠팡 플렉서 지원자가 급증했다. 쿠팡에 따르면 이씨와 같은 '나도 쿠팡맨'은 8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누적인원이 30만명에 달한다. 쿠팡 관계자는 "서비스 시작후 11월 초까지 석 달 동안 누적인원이 10만명이었으나, 최근 두달여 동안 추가로 20만명이 늘었다"고 말했다. '나도 쿠팡맨'은 하루 4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이 배송한 물량은 하루 약 30만 건으로 쿠팡의 총물량 100만 건의 30%를 차지한다.

플렉서의 확산은 일자리 부족과 공유경제, 탄력 근무제,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모바일·SNS 라이프 등이 버무려진 현상으로 보인다. 직장인·자영업자가 자차를 이용해 단기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캠프와 플렉서 간의 소통은 거의 100% 카톡으로 한다. 초보자 교육도 카톡을 통해 이뤄진다. '쿠팡 플렉서'라는 커뮤니티 안에서 선임자가 후임자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으로 "OO빌라 입구를 못 찾겠어요"라고 올리면 즉시 답이 올라오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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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렉스 앱에 뜨는 배송 지도. 박스에 붙은 바코드를 모두 스캔하면, 자동으로 배송 동선이 짜인다. [사진 쿠팡]

배송 프로세스도 전적으로 모바일에 의존한다. 앱을 다운로드받은 후 배송 물량에 부착된 바코드를 모두 스캔하면 캠프에서 가까운 순으로 배송 루트가 짜인다. 앱은 네이버 지도와 연동돼 있어 처음 가본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문 앞에 물건을 배송하면 주문자에게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방식도 최근 트렌드인 ‘언택트(Untact·‘Un+Contact’, 비대면)’를 반영한다.









플렉서는 대부분 30~50대로 부업을 통한 소득이 목적이다. 서울 삼성동에서 친구와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39)씨도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최근 편의점 수익이 급격히 줄어들자 '나도 쿠팡맨' 알바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이후 거의 매일 '나도 쿠팡맨'으로 일한다. 일과는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편의점 근무, 이후 낮에 잠을 청하고 오후 11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 심야 배송을 한 후 다시 편의점으로 출근한다.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매일 나서는 이유는 "당연히 돈 때문"이다. 김씨의 구역은 서초1캠프로 하루 배송 물량은 50개 정도다. 50개 중 절반은 조수석 바닥과 시트에 모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작다. 김씨는 "하루 8만~9만원 번다"며"주유비와 세금(3.3%)을 빼면 시급 1만5000원 정도"라고 말했다. 고수익 알바는 건당 2000원(심야)이라는 수수료 덕분이다. 김씨는 "일을 하면서도 '나한테 2000원을 주고 나면 쿠팡은 뭐가 남을까' 늘 궁금하다"고 했다. 하지만 "2000원 이하로 떨어지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은 최근 수익률이 뚝 떨어졌다. 김씨는 "지난달에 동업자와 각각 150만원씩 가져갔다. 일 년 전보다 절반 수준"이라며 "150만원이면 쿠팡 알바 15일 치와 비슷하다. 이번 달엔 알바로 돈을 더 많이 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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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쿠팡플렉스 지원자를 모집하기 위해 SNS를 통해 내보내는 메시지. [사진 쿠팡]

최근 쿠팡은 SNS 등을 통해 '첫 배송 1만원 추가지원' 등을 내세우며 쿠팡 플렉스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플렉서는 쿠팡 입장에선 소비자이기도 해 많은 인원이 참여하면 그만큼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플렉서는 "최근 배정 문자가 뜸하다. 본사에 전화해보니 '최근 지원자가 늘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쿠팡은 "플렉스는 지원자가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 원하는 날짜를 근무일로 선택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배송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쿠팡의 미래 노무 정책을 엿볼 수 있는 설명으로 유연한 고용 구조를 가져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쿠팡은 지난해 하반기 "연말까지 쿠팡맨 1000명 추가 채용"을 발표했으나, 목표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맨은 초조하다. 하웅 쿠팡 노조위원장은 "본사는 플렉스가 늘어 쿠팡맨이 노동강도가 줄었다고 하지만, 기존 3자 물류를 줬던 것을 플렉스로 돌린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플렉스 참가자는 하루 50개 배달해 10만원 가까이 버는데, 쿠팡맨은 종일 일해 평균 13만원 받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쿠팡맨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규직 쿠팡맨은 30% 정도"라며 "본사가 쿠팡맨 수급이 쉽지 않자 플렉스 인원을 늘리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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