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일해도 편의점 월수익" 하루 4000명 '알바 쿠팡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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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의 24시간은 빠듯하다. 퇴근 후 경기도 양주시 집에서 휴식을 취한 후 밤 11시쯤 '양주캠프' 단체카톡방을 통해 '출첵(출석체크)' 한다. 관리자가 '출근하라'고 오더를 주면 쿠팡 양주캠프로 향한다. 30분 전쯤 대기하다 순번이 되면 입차해, 당일 배송할 25~30개의 박스를 승용차에 싣는다. 집에서 나와 캠프서 물량을 싣고 나오는 데 1시간, 이후 오전 4~5시경까지 배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모자란 잠을 청한 후 다시 출근한다.
이씨는 "외벌이에 아이가 셋이라 살림이 빠듯하다”며“밤에 할만한 부업을 찾다 SNS를 통한 모집 안내를 보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양주캠프의 심야배송 수수료는 건당 2500원이다. 평균 25개를 배달한 이씨의 일당은 5만~6만원이다. 하루 주행거리는 40~50㎞로 주유비 6000원을 빼면 4만~5만원 정도 번다. 그는 "한 달에 20일 일하면 아이들 학원비에 보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최근 경쟁이 치열해 1주일간 배정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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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서의 확산은 일자리 부족과 공유경제, 탄력 근무제,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모바일·SNS 라이프 등이 버무려진 현상으로 보인다. 직장인·자영업자가 자차를 이용해 단기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캠프와 플렉서 간의 소통은 거의 100% 카톡으로 한다. 초보자 교육도 카톡을 통해 이뤄진다. '쿠팡 플렉서'라는 커뮤니티 안에서 선임자가 후임자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으로 "OO빌라 입구를 못 찾겠어요"라고 올리면 즉시 답이 올라오는 형식이다.
쿠팡플렉스 앱에 뜨는 배송 지도. 박스에 붙은 바코드를 모두 스캔하면, 자동으로 배송 동선이 짜인다. [사진 쿠팡] |
배송 프로세스도 전적으로 모바일에 의존한다. 앱을 다운로드받은 후 배송 물량에 부착된 바코드를 모두 스캔하면 캠프에서 가까운 순으로 배송 루트가 짜인다. 앱은 네이버 지도와 연동돼 있어 처음 가본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문 앞에 물건을 배송하면 주문자에게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방식도 최근 트렌드인 ‘언택트(Untact·‘Un+Contact’, 비대면)’를 반영한다.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매일 나서는 이유는 "당연히 돈 때문"이다. 김씨의 구역은 서초1캠프로 하루 배송 물량은 50개 정도다. 50개 중 절반은 조수석 바닥과 시트에 모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작다. 김씨는 "하루 8만~9만원 번다"며"주유비와 세금(3.3%)을 빼면 시급 1만5000원 정도"라고 말했다. 고수익 알바는 건당 2000원(심야)이라는 수수료 덕분이다. 김씨는 "일을 하면서도 '나한테 2000원을 주고 나면 쿠팡은 뭐가 남을까' 늘 궁금하다"고 했다. 하지만 "2000원 이하로 떨어지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은 최근 수익률이 뚝 떨어졌다. 김씨는 "지난달에 동업자와 각각 150만원씩 가져갔다. 일 년 전보다 절반 수준"이라며 "150만원이면 쿠팡 알바 15일 치와 비슷하다. 이번 달엔 알바로 돈을 더 많이 벌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이 쿠팡플렉스 지원자를 모집하기 위해 SNS를 통해 내보내는 메시지. [사진 쿠팡] |
쿠팡맨은 초조하다. 하웅 쿠팡 노조위원장은 "본사는 플렉스가 늘어 쿠팡맨이 노동강도가 줄었다고 하지만, 기존 3자 물류를 줬던 것을 플렉스로 돌린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플렉스 참가자는 하루 50개 배달해 10만원 가까이 버는데, 쿠팡맨은 종일 일해 평균 13만원 받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쿠팡맨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규직 쿠팡맨은 30% 정도"라며 "본사가 쿠팡맨 수급이 쉽지 않자 플렉스 인원을 늘리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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