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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중앙일보

“건강한 음식 통해 몸과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경험을 하길”

김성현의 Find 다이닝 전통 발효를 공부한 조영재 셰프가 운영하는 ‘토와’


계절의 맛을 담은 초밥과 장아찌

오랜 시간 숙성된 발효 재료 더해

한층 더 깊어진 자연의 맛을 선물


“몸이 아프면 괜히 짜증이 나고 불편하잖아요. 건강하고 깨끗한 음식을 먹어서 몸을 편안하게 하면 마음도 한층 더 편안하게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먹기보다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방배동 골목에 자리한 ‘토와’를 운영하는 조영재(34) 셰프의 원칙이다. 토와의 주제도 음식과 약은 결국 그 근원이 다르지 않다는 ‘식약동원(食藥同原)’이다. 그는 이곳에서 자연에서 나오는 제철 식재료와 시간에 의해 완성되는 발효물만 사용해 요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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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초밥과 달리 직접 담근 장아찌를 활용해 맛과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토와’의 조영재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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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갓장아찌를 올린 단새우초밥, 어간장을 섞은 물에서 삶은 전복, 광어 튀김을 올린 솥밥. [사진 김성현]

2018년 일본에서 2년간 스시를 공부하고 2020년 서울 상암동에 자신만의 가게를 열었던 조영재 셰프는 2022년 제주도에서 발효연구를 하는 공간 ‘오지나’에서 오랜 시간 숙성된 발효 재료들을 접하고 음식의 새로운 미래를 그렸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꽃게·대하·딱새우 등 온갖 갑각류를 형태가 사라질 때까지 오랜 시간 숙성해 간장에 온전히 녹여낸 어(魚)간장이었다. 깊고 독특한 풍미에 반한 그는 본인이 가장 자신 있던 스시에 이를 접목하겠다 마음먹고 그해 8월 지금의 위치에 토와를 열었다.


그리고 음식에 자신만의 원칙을 담아냈다. 양식하지 않은 완전 자연산 재료, 계절의 맛을 담은 제철 지역 특산물, 일체의 첨가물 없이 깨끗하게 만들어진 장까지. 신선한 원물이 지닌 개성과 특징을 맛의 반석으로 삼는 덕분에 수급되는 재료에 따라 요리와 코스 역시 달라진다. 초밥을 쥐지만 일식은 아니라는 조 셰프의 말처럼, 이곳의 초밥은 밥과 생선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장아찌를 곁들여 먹을 수 있다. 1년 6개월 전부터 초석잠, 냉이, 부추, 생강, 방아, 곰피, 산초, 갓, 삼 등 스무 종류에 가까운 장아찌를 직접 담가온 그는 그날 현지에서 수급받은 생선과 가장 궁합이 좋은 것을 함께 내놓는다.


자칫 비릿할 수 있는 멸치는 숯으로 한 번 가볍게 그을려 풍미를 더 하고 알싸하고 풍부한 향을 지닌 부추장아찌와 함께 먹을 것을 권한다. 광어와 우럭 등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흰살생선은 씹는 식감이 살아있으면서도 짭조름한 갓 장아찌와 함께 제공된다. 어간장을 섞은 물에 약불로 삶아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전복에는 아삭아삭하면서 전에 없이 독특한 향이 매력적인 초석잠이 곁들여진다. 이러한 조합은 마치 밥 한 숟가락 위에 반찬을 얹어 먹는 듯한 한국의 전통 식사 문화를 연상케 한다. 밥반찬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장아찌들은 제철 해산물과 만나 한층 더 깊이 있는 자연의 맛을 선물한다.


초밥에 사용하는 소금, 청, 참기름, 된장 역시 예사롭지 않다. 채취 과정 중 극미량의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될 수 있는 소금은 오염되지 않은 태초의 소금으로 불리는 안데스 호수의 것만을 사용한다. 청 또한 40년간 농약과 비료를 치지 않은 제주도 땅에서 재배한 청귤만을 사용하고, 참기름은 참깨부터 직접 재배하고 그것을 직접 짜 만들어낸다. 홍삼을 넣어 발효한 된장도 조 셰프가 직접 장을 담근 것이다.


초밥 이후에는 제철 생선의 다양한 부위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조리해 원물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광어 하나만 해도 뱃살, 지느러미 등은 초밥으로 만들거나 된장과 조리해 회무침으로 내놓기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쌈 문화를 본떠 곱창 김에 밥과 삭힌 고추에 담근 곰피 장아찌를 얹어 주기도 한다. 이어 남은 살은 튀겨 냉이 장아찌와 함께 솥밥으로 맛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작은 요소 하나조차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그의 소신은 식사를 마친 후, 다시 한번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배는 부르지만 더부룩함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속은 기분 좋게 편안했다.


김성현 푸드 칼럼니스트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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