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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탄 장애인의 옷은 디자인부터 달라야 합니다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옷 '하티스트'

수석 디자이너 박소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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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 ‘하티스트’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매직 핏 코트’를 출시했다. 올해 4월 브랜드를 론칭하고 봄여름 옷을 선보인 이후 두 번째 신제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장애인 수는 250만 명. 이 중 경제활동을 하는 장애인은 95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의류 브랜드는 전무한 게 현실이다.


하티스트는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모든 가능성을 위한 패션’이라는 컨셉트로 ‘기능성·디자인·기성복’ 3박자를 고루 갖춘 장애인 전문 의류 브랜드로 시작됐다. 가장 먼저 이들이 주목한 것은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옷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해야 하는 이들의 고충이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휠체어에 오래 앉아 있으니까 상하의 모두 기성복 디자인이 너무 불편했다고 하더라고요. 바지는 밑위길이가 짧아서 허리가 드러나기 쉽고, 재킷은 밑단이 구겨지는 건 물론이고 두툼하게 접힌 코트 때문에 엉덩이 밑과 허벅지에 늘 살이 배긴다고 해요. 실내에 들어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쉽게 벗기도 어렵고.”


브랜드 론칭 전 수많은 장애인들을 만나 그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했던 하티스트 수석 디자이너 박소영(41)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봄·여름옷부터 가장 최근 가을·겨울옷까지 혼자 하티스트 옷 전부를 만들어냈다. 직함은 수석 디자이너지만 규모가 작은 브랜드라 디자인실 인원은 그 혼자였기 때문이다.


“움직임이 불편하니까 대부분 원래 사이즈보다 큰 옷을 사거나 트레이닝복을 사서 입는다고 해요. 비즈니스 캐주얼 기성복을 사더라도 수선해서 입는 경우가 많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은 해외의 장애인 전문 브랜드 옷을 직구로 구입해서 입는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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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를 비롯한 하티스티 팀은 패션전문가,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와 협업해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또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수백 회의 착용 테스트를 거쳐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활동성은 높이고, 핏은 멋지게 살릴 수 있는 해결 방안들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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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에 선보인 ‘매직 핏 코트’는 코트 앞뒤 기장 차이를 준 것이 핵심이다. 앉은 자세에서 뒤쪽은 엉덩이 선에 길이를 맞추고, 앞면은 허벅지를 덮는 길이로 디자인했다. 앉아 있을 때는 평범하게 보이지만 뒤가 짧아서 오래 앉아 있어도 편하다.


“일반 코트의 뒷자락을 잘라버린 거라고 쉽게 생각하겠지만 앉았을 때 실루엣이 예쁘게 보이도록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 최적의 곡선을 찾느라 애를 많이 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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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도 매직 핏 코트에는 활동성과 멋을 위한 장치들이 많이 숨겨져 있다. ‘터널형 액션 밴드’도 그 중 하나다. 휠체어를 밀 때 어깨 움직임이 좀 더 크고 원활하도록 코트 뒤쪽 등판 상부 전체에 신축성 저지(Jersey) 원단을 덧댄 디자인이다. 소매 부분과 안감을 자연스럽게 연결했기 때문에 실루엣은 자연스럽고 움직임은 편하다. 손목 부위에는 니트 밴딩 소재를 덧댔다. 휠체어를 밀기 위해 팔을 움직이다보면 손목 부위가 밖으로 많이 드러나 보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매 안쪽에 팔토시를 한 듯 밴딩 디테일을 더한 것이다. 단추도 한 손으로 탈착이 가능하도록 마그네틱 단추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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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타는 분들 중에는 척수 신경이 손상된 분들이 많아서 손을 섬세하게 못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분들은 혼자서 단추를 채우는 게 어려워요. 채우긴 해도 풀지 못해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을 때는 옷을 못 벗고 그대로 잔 경우도 많다고 해요.”


바지는 ‘컴포트 팬츠(Comfort Pants)’로 디자인했다. 바지 뒷부분의 밑위를 길게 제작해 앉아 있을 때 허리선을 편안하게 감싸준다. 허리 부위에는 밴드를 적용해 복부를 편안하게 했다. 역시나 한 손으로도 바지를 입고 벗기 쉽게 지퍼에는 보조 고리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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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독일·캐나다 등에서 이미 출시된 장애인 전문 브랜드 의상도 많이 참고했지만, 실제 장애인들을 직접 만나 일일이 불편사항을 듣고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움직임이 많이 필요한 장애인 운동선수들을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제 웬만한 휠체어 경기 규칙은 다 알게 됐을 정도라고 한다.


박씨는 빈폴 골프와 여성복을 오래 디자인한 경력자다. 때문에 남녀 의상의 차이점을 잘 알고, 기능성 의류 디자인에도 능통하다.


“골프복에서 아이디어를 적용한 디자인도 많아요. 예쁘면서 움직임도 편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장애인분들을 위한 옷은 아직도 개선점이 많아요. 기능성을 우선 고려하다보니 컬러나 의상 종류는 많지 않은 것도 아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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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얼마 전 아이와 외국 여행을 갔다가 관광명소에서 휠체어를 탄 여행자를 여럿 보면서 아쉬움을 더 크게 느꼈다고 했다.


“외국 여행지에선 휠체어 탄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선 못 보는 풍경들이죠. 제 아이가 물어보더라고요. ‘저 분들은 엄마가 만든 옷을 입은 거야?’ 우리도 편의시설이 확충돼서 장애인분들이 여행도 쉽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다음에는 멋지고 활동적인 여행복도 디자인할 수 있기를 꿈꿔 봅니다.”


하티스트는 매장에 직접 방문해 구매하기 어려운 휠체어 장애인들의 상황을 고려해 삼성물산 통합 온라인몰 SSF샵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했다. 무료 반품 및 교환, 상세 사이즈 가이드, 구매 고객 대상 1:1 해피콜을 통해 구매 편의성도 높였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하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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