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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서 산 전자제품 90%는 창고 속에서 잠잔다

더,오래







연기와 냄새가 없는 적외선 웰빙 로스터로 불리는 요리 기구가 있다. 광고 문구가 고기를 구울 때 연기도 적게 나오고 기름도 잘 튀지 않고 불판을 돌리면서 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집에서 고기를 자주 구워 먹는 편이라 홈쇼핑에서 소개하는 모습을 보고 괜찮을 것 같아 샀다. 그런데 몇 번 사용한 후 우리 집과는 맞지 않는 상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집 두 아들이 고기 먹는 속도는 엄청나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고기 먹는 속도를 적외선 열기로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고기를 빨리 구우려고 손을 넣었다가 위에서 내려오는 열기 때문에 ‘앗 뜨거워’를 몇 번 하고는 더는 사용하지 않았다. 한동안 창고에 있던 이 물건은 다른 주인을 찾았다. 그 주인은 유치원 다니는 딸 하나 있는 후배다.


아주 적당한 속도로 구워지는 고기를 잘 즐기고 있다고, 왜 이걸 안 쓰는지 모르겠다며 고맙다고 말한다. 우리 집에서는 쓸모가 없어져 짐이 된 물건이지만, 후배의 집에서는 정말 유용한 요리도구로 잘 사용하고 있단다.







가계의 적, 충동구매와 과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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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 이런 일들은 아주 흔하다. 운동하겠다고 샀지만, 옷걸이가 되어 버린 러닝머신, 러닝머신보다 싸지만, 더 유행했던 숀리 바이크 옷걸이, 녹슬어가고 있는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장기 계약해야 싸다고 등록한 스포츠 센터 회원권 등이다.


실제로 홈쇼핑 채널에서 산 전자제품의 90%가 6개월 이내에 창고로 간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을 건드리는 화법으로 무장한 쇼핑호스트의 말과 표현에 우리는 ‘마감될 것 같은데’, ‘이런 기회가 다시 없다는데’, ‘지금 사는 게 현명할 것 같은데’라는 마음으로 전화번호를 누른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늘 소비하는 사람이다.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시작된 소비는 점점 외부의 무언가로 대상이 변해간다. 문제는 우리의 소비 욕구는 끝이 없고, 우리의 소비를 충동질하는 마케터는 집요하고 간교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충동구매와 과소비와 싸운다. 충동구매와 과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우리 가정 경제는 답이 없다.


엄청난 경제성장을 해왔고,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우리가 왜 이렇게 가난할까? 삶의 질이 좋아졌음에도 왜 우리는 늘 여유가 없을까? 우리에게 돈이 없어도 물건을 살 수 있는 카드와 할부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버는 돈 안에서 조금 여유를 부리는 것이야 큰 문제가 아니다. 내가 버는 돈을 넘어서는 소비에 우리는 익숙해졌고, 매월 조금씩 더 어려워져 간다.


소비할 때 세 가지 질문을 해 보자. '지금 당장 필요한가' '대체할 물건은 없는가' '나와 우리 가정의 생활방식과 맞는가'다. 아주 잠깐 이 세 가지 질문을 해보는 습관을 들이면 충동구매로 인한 후회와 과소비로 인한 고통을 줄일 수 있다.


쇼핑 호스트는 이런 표현을 많이 쓴다. "마지막 기회! 빨간색 마감되었습니다. 이제 파란색과 하얀색만 남았는데, 곧 파란색도 마감될 것 같습니다. 서두르세요!" 이런 표현을 듣다 보면 이번 기회에 이 물건을 사지 않으면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다시 사기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전화기를 들기 전에 '이게 지금 당장 필요한가?' 물어보자.


지금 당장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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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필요할 물건이고,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도움이 될 물건이고,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세일하기 때문에 사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산 물건이 하나둘 쌓이고 카드 결제금액도 조금씩 늘어간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쌓여 집은 좁아지고 생활의 질은 더 떨어진다.


물건을 사 놓았다가 세월이 지나 더 좋은 물건이 나오면 필요가 없어지고, 다른 누군가가 주기도 하고, 더는 보관하기 힘들어 어디론가 떠나보내는 경험을 하곤 한다. 그래서 내 돈이 나를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첫 번째 질문은 '지금 당장 필요한가?'이다. 지금 필요하지 않다면 사려고 하는 상품은 짐이나 쓰레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집에 없는 건가?


광고를 보는데, 마트에 갔는데, 백화점에 갔는데 신상품이 나왔다. 다리미에서 스팀이 나오고 프라이팬이 코팅하지 않아서 몸에 좋다고 한다. 지금까지 없었던 그런 상품이다. 늘 불만이 있었는데 그것을 해결한 상품, 나에게 꼭 필요했던 그 기능이 들어있는 상품이다. 이때 카드를 꺼내기 전에 이렇게 질문해 보자. '집에 없는 건가?' '비슷한 물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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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 같지만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이 있거나 비슷한 물건이 있으면 사지 않는 것이 과소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새로운 필요를 강조하면서 출시된 신상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집에 잠자고 있는 물건도 가진 기능이다. 산 물건의 기능이 그리 중요하지 않고 종종 광고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진짜 집에 없는 새로운 것인가?'라는 질문은 중복소비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좋은 질문이다.


내 가정의 생활방식과 맞는가?


실내 자전거인데, 조금씩 변형돼 새로운 것처럼 다가온다. 예전에 실내자전거를 사놓고 옷걸이로 쓰긴 했지만 이건 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결국 옷걸이가 된다. 나 자신을 알고 그것에 맞게 소비해야 한다.


아들만 둘이라 엄청 빨리 먹어야 하는 우리 상황에는 맞지 않는 요리 기구는 광고처럼 '냄새 연기 기름'은 줄었지만 결국 버림받고 말았다. 세일하는 여행상품, 할인율이 높은 음식이나 가구·전자제품은 모두 다 누구에게는 잘 맞고 누구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나와 우리 가정 생활방식과 맞지 않으면 결국 쓰레기가 되고 만다. 비싼 쓰레기냐, 세일한 저렴한 쓰레기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질문습관이 돈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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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올 때, 위의 세 가지 질문을 하면 소비는 훨씬 줄어들고 저축 여력은 늘어날 것이다. 질문이 익숙해지기 전에는 한 달에 한 번 지출 명세서를 꺼내 놓고 세 가지 질문을 해보자.


한 달 생활비를 카테고리별로 나누어 보고 산 물건을 살펴보면서 이미 사버린 전자제품이나 생활용품 중 혹시 이 세 가지 질문에 걸리는 것은 없는지 하나하나 질문하고 답해보자.


물론 소비 항목 중에서 식사나 교통비, 문화 생활비를 놓고 이런 질문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세 가지 질문은 간접적으로 이런 소비에도 영향을 미쳐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는 습관을 갖도록 돕는다. 부자가 되고 싶고 충동구매와 과소비를 해결하고 싶다면, 간단하지만 강력한 소비통제기술인 세 가지 질문에 익숙해지자.


신성진 배나채 대표 truth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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