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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후보로 세운 청소부, 진짜로 러 시장 되자 벌어진 일

러시아연방의 시골 마을 포발리키노. 모스크바에서 300마일(482km) 떨어진 이 작은 동네에서 지난달 시장 니콜라이 록테프(58)는 재선을 노리고 있었다. 그에게는 상대 후보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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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관계자와 공산당 당원 등 포발리키노 주민들에게 선거에 나와 줄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거절당했다. 이미 2011년 선거에 출마했다가 참패한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록테프의 눈에 든 사람은 시청을 4년간 청소해온 마리나 우드곳스카야(35)였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드곳스카야는 일용직 노동자 남편과 두 명의 10대 자녀와 살며 시청 미화부로 일해왔다. 그는 집 뒷마당에서 닭·오리·토끼·거위를 길렀다. 그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고 농사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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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외한인 '허수아비' 상대 후보를 내세운 록테프 시장은 여유 있게 당선을 확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설마 했던 청소부가 유권자 62%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영국 BBC에 "주민들은 '인제 그만'이라고 생각해 우드곳스카야를 뽑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주민들과 관계도 원만했다고 한다.


이제 시장이 된 우드곳스카야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가로등을 마을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이없이 패배한 록테프는 NYT와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록테프의 아내는 "남편은 두 번째 출마하도록 격려한 나(아내)를 탓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포발리키노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허수아비 후보'의 역습으로 평가된다.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의 정치 분석가인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러시아에서는 정치 고문들이 국가 정치와 지역 정치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그럴듯하고 안전하게 패자 역할을 할 인재를 스카우트한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질 후보인데 왜 들러리를 내세우는 걸까. 뉴욕타임스는 "민주주의 국가에선 단일 입후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선거가 조작되고 현 여당이 거의 항상 승리하는 러시아에서는 '선거는 민주적이었다'라는 환상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제1야당 지도자 겐나디 쥬가노프를 상대로 세 번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들러리 후보를 내세우는 전략은 이번처럼 가끔 잘못된 결과를 만든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하바롭스크 지역에서는 야당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주지사에 당선된 뒤 체포되자 수개월에 걸쳐 시위가 벌어졌다.


2011년 카자흐스탄에선 대통령에 대항해 출마한 후보가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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