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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한강 조깅중 검은 괴물이"···시민들 떨게한 102억짜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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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아니면 도.”

각 지자체와 기관에서 추진하는 ‘조형물 전시 사업’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지금껏 각 지자체와 기관 등에서 추진한 조형물 전시는 대부분 후자에 속했다. 거액의 예산을 들여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각에선 ‘흉물’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곤 했다.


서울시가 102억원의 세금을 들여 준비한 ‘한강 공공예술공간 조성사업’의 조형물(총 37점)이 도마에 올랐다. “시민들이 일상에서도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일부 조형물이 오히려 산책과 휴식을 방해하는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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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철교 밑 공터에 자리한 ‘북극곰’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작품 설명엔 “한강이 오래도록 지녀온 강한 생명력을 부각시켰다”고 돼 있다. 하지만 한강을 산책하던 시민들 대부분은 이 조형물에 대해 ‘깜짝 놀랄 만큼 무섭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서울 이촌동 주민 김설아(38)씨는 “조깅을 하다 거뭇거뭇한 게 보여 가까이 갔다가 정말 너무 깜짝 놀라서 주저앉을 뻔했다”며 “예술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굳이 시민들의 쉼터인 한강공원에 이렇게 무서운 작품을 설치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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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작품은 해가 진 뒤 한강공원이 어둠에 잠길 때면 한층 더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한강철교 지지대 사이 공터에 위치한 데다 폐타이어로 만든 탓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에는 이 작품에 대해 ‘혐오스럽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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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 사이에 노후한 어선을 설치한 ‘궁극공간’이라는 제목의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공간을 만들어냈다”는 설명과 달리 정작 시민들 대부분은 이 작품이 ‘조형물’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시민 김성환(56)씨는 “오가며 수십번 넘게 봤는데 한 번도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누군가 버린 배 한 척이 한강공원에 흉물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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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은 2014년에도 기괴한 모습의 조형물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여의도한강공원에 전시된 높이 3m, 길이 10m, 무게 5t의 ‘괴물’ 조형물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영화와 드라마 등 문화사업의 주 무대로 활용돼 온 한강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굴하자는 취지로 설치됐다. 한국 영화 ‘괴물’에 나온 모습과 소리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흉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민들의 거부감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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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거센 비판에 설치 9일만에 철거된 '슈즈트리'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설치예술작품 ‘슈즈트리’ 역시 흉물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소비문화를 되짚어보자는 취지로 만들었으나 “작품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세금이 아까울 정도의 흉물이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결국 1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 이 작품은 9일 만에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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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설치된 '러버덕'. '러버덕 팬덤'이 생길 정도로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러버덕 페이스북 캡쳐]

모든 조형물과 예술작품이 흉물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2014년 10월 약 한 달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설치된 ‘러버덕’은 호수 위를 둥둥 떠다니는 귀여운 모습에 ‘SNS 스타’로 급부상했다. 러버덕을 보기 위해 한 달간 총 500만명의 관람객이 모였고, 소비자연구원이 정한 ‘이달의 대표 브랜드’ 자리에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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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호미곶 해맞이광장에 있는 '상생의 손' 역시 지역브랜드를 널리 알린 '성공적인 조형물'로 손꼽힌다. 일출 시간대엔 해가 떠오르며 손바닥으로 받치고 있는 모습이 연출되는 등 광장이라는 장소와 바닷가, 일출 등의 주변 요소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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