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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천지, 경기도 다낭시" 하루 90편 비행기 베트남 간다

2019년 해외여행 결산

보이콧 재팬, 일본 소도시 울상

일본 전문 한국 여행사도 휘청

베트남 특수, 직항 도시만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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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행레저 부문의 키워드는 단연 두 나라로 압축된다. 베트남과 일본. 조금 더 설명하면 베트남의 비약과 일본의 추락. 베트남의 인기는 왜 벼락처럼 치솟았을까. 일본을 외면한 지난 6개월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week&이 집중 분석했다.



뒤바뀐 동남아 여행 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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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만 해도 ‘동남아 여행’ 하면 태국과 필리핀이 쌍두마차였다. 두 나라를 방문하는 한국인은 해마다 1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동남아 여행 시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건 2015년이다. 2015년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이 처음 100만 명을 넘겼다. 이후 베트남의 한국인 시장은 폭증했다. 2017년 241만 명, 2018년 343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연말까지 400만 명 돌파가 유력하다. 최근 3년간 매해 100만 명씩 방문자가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태국과 필리핀은 100만 명대에 머물렀다.


베트남의 인기를 견인한 도시는 중부의 해변도시 다낭이다. 그러나 다낭은 흔히 상상하는 동남아의 휴양지가 아니다. 바다를 끼고는 있다지만, 태국 푸껫이나 필리핀 세부처럼 옥빛 바다를 거느린 것은 아니다. 겨울에는 바닷물이 차가워 들어가 놀 수도 없다.


그런데도 다낭의 인기는 동남아의 모든 휴양지를 압도한다.


“3대가 함께 묵을 수 있는 풀 빌라가 많더라고요. 다른 동남아 휴양지보다 저렴한데도 호텔이 좋고, 무료 마사지 같은 서비스도 좋아서 또 찾을 것 같아요.”


최근 베트남 다낭을 다녀온 워킹맘 이유리(36)씨의 소감이다. 다낭을 다녀온 한국인이 제일 먼저 꼽는 매력이 이처럼 화려하고 편하고 값싼 숙소다. 여기엔 사연이 숨어 있다. 다낭은 원래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해병사령부가 주둔했던 도시다. 하여 베트남 정부의 관광 개발에서 밀려났다. 2000년대 들어서야 다낭의 가치를 발견한 정부가 투자를 적극 유치했고, 전 세계의 호텔·리조트 그룹이 앞다퉈 다낭에 진출했다. 그 결과 2011년 260개에 불과했던 다낭의 호텔은 2018년 729개로 급증했다. 현재 다낭에는 럭셔리 체인 호텔이 아니어도 마사지·요가 무료 프로그램 등 색다른 서비스를 내세우는 숙소가 수두룩하다.


다낭의 인기가 치솟자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도 폭증했다. 지난 24일 다낭 국제공항에 착륙한 국제선 비행기 70대 중 36대가 한국 출발 비행기였다. 한국에서 다낭으로 날아간 비행기가 홍콩(26편), 도쿄(나리타 공항 기준, 28편)보다 많았다. 베트남관광청에 따르면 다낭을 방문한 외국인 중 한국인의 비율이 57%에 이른다. ‘경기도 다낭시’라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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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뜨는 휴양지도 여럿이다. 지난 3분기 냐짱(나트랑)은 한국인 방문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푸꾸옥은 4배 늘었다. 냐짱·푸꾸옥 모두 해변 휴양지다. 올겨울에 이름도 낯선 도시 퀴논, 껀터로 가는 직항편이 생기면 한국 베트남 직항 노선이 9개로 늘어난다. 한국을 출발한 비행기가 베트남 9개 도시로 날아간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에서 출발하는 베트남행 항공은 하루 약 90편에 이른다.


베트남 바람은 운도 따랐다. 올 하반기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 노선을 정리한 국내 항공사가 많은 비행기를 베트남 노선으로 돌렸다. 이스타항공 이창길 대외홍보팀장은 “현지 공항 여건, 여행객의 선호 등을 따졌을 때 현재 베트남을 대체할 곳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니 항공료도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베트남 왕복 항공료가 20만원대에 나오기도 했다.


급기야 베트남 정부는 6월 관광청 대표부를 서울에 열었다. 세계 최초의 베트남 관광청 해외 사무소다. 리쓰엉칸(이창근) 관광청 한국 대표는 “동남아에서도 한국과 문화 동질성이 가장 크고 역사적 인연이 가장 깊은 나라가 베트남”이라고 강조했다. 하나투어 조일상 홍보팀장은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안전하고 건전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인식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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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재팬’의 슬픈 이면


일본의 추락은 아시다시피 여행 시장 외부 변수에서 비롯됐다. 한일 관계가 화해 무드로 돌아서는 분위기라지만, 악화할 대로 악화한 감정을 생각하면 지금 같은 상황이 반전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이른바 ‘보이콧 재팬’은 7월 시작됐고, 8월 본격화했다. 8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2018년 같은 달보다 48% 줄더니 9월 58%, 10월 65%, 11월 65%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7∼11월 방일 한국인은 모두 223만3069명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 방인 한국인은 91만1230명에 그쳤다. 전년 대비 40.8%. 차라리 ‘폭망’한 수준이다.


지난해 753만 명을 기록한 방일 한국인 수는 올해 550만 명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일본은 여전히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나라다. 관광 이외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은 꾸준하기 때문이다. 하여 도쿄·오사카 같은 대도시는 감소 폭이 적은 편이다. 직격탄을 맞은 지역은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도시, 특히 한국과 가까운 중소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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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통계(2017)에 따르면 한국인 방문객 비중이 50%가 넘는 일본 공항은 모두 8곳이다.


이 중에서 6개 공항(기타큐슈, 오이타, 나가사키, 구마모토, 후쿠오카, 사가)이 규슈에 있으며, 나머지 2개 공항(야마구치우베, 요나고)도 혼슈 서남쪽에 몰려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은 부산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쓰시마(대마도)다. 쓰시마 관광객의 90% 이상이 한국인이었는데, 8월 이후 한국인 방문객이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쓰시마 남쪽 항구 이즈하라로 가는 뱃길은 아예 끊겼다. 호텔·버스·골프장 등 쓰시마의 관광 업체 대부분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급기야 일본 정부는 이달 초 쓰시마 관광대책을 발표했다.


규슈는 항공편 자체가 크게 줄었다. 오이타·구마모토·사가 같은 규슈의 중소 도시는 국내 저비용항공사가 취항을 중단했다.


제주항공 김태영 홍보팀 과장은 “6월 말 주 408회에 달했던 일본 운항 편이 12월 말 현재 주 254회로 줄었다”고 말했다. 오키나와도 휘청거린다. 김윤주 오키나와관광청 한국사무소 과장은 “겨울이면 오키나와 관광시장을 한국인이 책임졌는데 올 겨울은 80%가 줄었다”고 말했다. ‘보이콧 재팬’의 효과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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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보이콧 재팬’으로 피해를 본 국내 여행업계다. 일본 여행시장의 30~40%는 한국 기업 몫이기 때문이다. 대형 패키지 여행사는 일본 상품 판매 비율이 지난해보다 80~90% 줄면서 일본 팀 규모를 절반 이하로 축소했다. 최근 불어 닥친 여행업 불황까지 겹쳐 구조조정을 단행한 여행사도 많다.


대형 여행사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유럽·베트남·대만 등 다른 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본 전문 소형 여행사는 개점 휴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NT트래블 박상철 대표는 “일본 시장이 절반 가까이 폭락했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보다 더 힘들다”고 말했다. 나인제이 송은주 대표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더 부담스러워 했다.


“하반기 매출? 상반기 매출의 5%다. 사업으로 보면 망한 거다. 그래도 어디에서 힘들다고 말을 못한다. 우리와 같은 처지의 소형 여행사가 100개는 넘는다.”


일본정부관광국 정연범 한국사무소장은 “올겨울 한국인 방문 추이에 따라서 2020년 항공편이 얼마나 회복될지 결정될 것”이라며 “일본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한국인도 많은 만큼 속히 상황이 호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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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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