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NHN재팬서 100억엔 매출 천양현 “창업 땐 일본시장도 봐라”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2009년 스타트업 코코네 세워 독립
위험 두려워 않는 한국 스타트업
호황 맞은 일본에 사업 기회 많아
500억원 펀드 만들어 창업 도울 것
“판교를 비롯한 한국 스타트업들은 왜 일본 시장은 생각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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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현(53ㆍ사진). 한국 사람이지만 일본을 주무대로 사업을 한다. 일반인엔 생소하지만, 그는 정보기술(IT) 업계의 거물이다. 카카오 김범수(53) 의장과 함께 한게임 재팬을 세우고, 이후 NHN 재팬 회장을 맡았다. 온라인 게임의 개념조차 없었던 일본에 2000년 홀홀단신 건너가 8년 만에 NHN 재팬의 매출을 100억엔까지 끌어 올린 시장 개척자다. NHN 재팬에서 물러난 이듬해(2009년) 일본에서 스타트업 ‘코코네’를 창업했다. 코코네는 ‘마음’이란 뜻의 일본어 ‘코코로(ココロ)’와 말을 뜻하는 ‘코토바(コトバ)’, 그리고 ‘네트워크’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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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 환경만 놓고 볼 때 창업자에게 불리한 건 한국이다. 일단 일본 시장이 더 크다. 일본 인구는 1억2685만명(2017년 기준)에 달한다. 한국(2017년, 5147만명)의 두 배가 넘는다. 구매력 차이는 더 벌어진다. 일본의 GDP는 4조8721억 달러(2017년 기준)로 세계 3위다. 참고로 한국의 GDP는 1조5302억 달러로 세계 12위다. 여기에 일본은 불황이 끝나고 유례없는 호황을 맞는 분위기다. 그는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사회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덕분에 벤처붐이 다시 올 것이란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말 중앙일보가 방문한 일본 도쿄의 록본기(六本木), 아카사카(赤坂) 등은 평일 저녁에도 대부분의 식당가가 손님들로 가득차 있었다. 반면 한국의 경기는 초겨울로 들어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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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철저한 현지화는 필수다. 그는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이라고 일본에서 무작정 통하길 바라는 건 무리"라고 했다. 한 예로 음식배달 서비스인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은 현재로선 일본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일본은 개인 정보를 한국보다 훨씬 더 중시해 자신의 주소를 불러주는 일에 민감하고, 배달 시간도 한국보다 훨씬 더 정확해야 한다"고 했다.
비슷한 이유에서 ‘타다’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 역시 당장은 일본에서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의 성공이 일정 부분 기존 택시에 대한 불만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과 달리 일본 택시업계는 몸에 밴 친절로 유명하다. 대신 일본 메신저 시장을 휩쓸고 있는 라인에 대해 그는 "이모지(이모티콘)를 활용해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싶어하는 일본인들의 니즈를 정확히 잡아냈다"고 평했다. 천 회장은 라인이 일본 시장에 빠르게 뿌리내리도록 여러 조언을 해준 걸로도 유명하다.
코코네도 이에 부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코코네 앱 중 대표작인 '포케코로'는 현재까지 1000만 건 이상의 누적 다운로드를 기록 중이다. 이외에도 '고양이 화가 냐호' 등 10여 종의 앱이 있다. 코코네 앱의 이용자는 150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인들 기준으론 이해하기 어렵지만, '포케코로'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시장을 열었다. 포케코로는 사용자가 앱 속 자신의 아바타에 돈을 들여 꾸미도록 한다. 천 회장은 이를 ‘CCP(Character Coordinator Play)’장르라 규정했다. 그는 "CCP가 게임이나 데이팅앱 장르를 제외하면 가장 수익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 ‘포케코로’는 지난해 일본 앱 시장에서 소비자 지출액 기준 5위(비게임 부문)를 차지했다. 천 회장은 "당장은 시장 규모가 작아 보여도 해당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며 "아마존도 초기엔 적자였고, 구글도 검색 시장이 커지면서 기업까지 커졌다"고 설명했다. 장르를 선점하고, 때를 기다리면 시장이 열린다는 조언이다.
서울시 자양동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일본 도쿄에 뿌리를 내린 그가 밝힌 인생 목표다. 서울ㆍ도쿄=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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