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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비혼모는 모든게 불법이었다" 사유리가 불붙인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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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줬으면 한다”


방송인 사유리(41·후지타 사유리)가 비혼 상태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출산을 선택할 여성의 권리’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와 함께 최근 낙태죄를 존치하되 임신 14주까지만 임신 중단을 전면 허용한 형법 개정안 등으로 불거진 ‘낙태죄’를 둘러싼 논란도 소환됐다. 사유리도 출산 후 인터뷰에서 낙태를 함께 거론했다. “요즘 (한국에서) 낙태를 인정하라는 주장이 있는데, 낙태뿐 아니라 아기를 낳는 것도 인정했으며 좋겠다”면서다.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이 둘이 짝을 이뤄 여성의 고유 권한인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임신하고 싶어하면서, 낙태하게 해달라는 거냐”며 이중적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에겐 이렇게 반박한다. “한국 사회가 여성의 결정을 법으로 막고 있다는 점에서 같기 때문에 출산권과 낙태권을 동시에 주장하는 건 모순이 아니다”


사유리는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4일 아들을 출산했다며 “앞으로 아들을 위해서 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KBS 인터뷰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엄마’가 되기로 결정한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의사로부터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비혼 임신을 선택했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 결혼하는 것은 어려웠다”면서다. 이후 일본의 한 정자은행에 보관된 누군가의 정자를 기증받아 3.2㎏의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출산을 선택할 여성의 권리’가 화두로 떠오른 건 사유리가 한국의 현실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며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받은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한국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여성이 임신을 위해 정자를 기증받으려면 배우자, 즉 법적인 남편의 동의가 필수다. 정자를 기증받는 과정도 까다롭다. 정자를 기증하는 남성의 동의가 필요하고, 혹시 이 남성이 결혼했다면 배우자의 동의도 필요하다. 의료인이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돼 있다. 결국 미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는 건 원천적으로 금지다.


한편 최근 여성계는 정부의 ‘낙태 합법화’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요구해 온 ‘낙태죄 전면 폐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성계는 임신 24주 이후의 낙태를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입법예고안과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이 사실상 낙태죄 존치를 의미한다면서 사문화된 낙태죄를 부활시킨 악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15일엔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 시위’를 열고 “형법에서 낙태죄를 완전히 삭제하고,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전면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낙태와 출산이 뜨거운 이슈가 되면서, 사유리의 출산에 대한 반응에서도 낙태권과 출산권이 동시에 언급되고 있다. 개인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국가가 통제하는 데 대한 비판과 함께다. “아이를 원하지 않는데 낙태하면 처벌하고, 정말 원해서 혼자 낳겠다 하면 막는 게 말이 되느냐”, “출산 장려하면서 비혼 상태로 아이 낳는 건 허락하지 않고, 남성이 도망가 미혼모가 되면 여자가 알아서 하라고 한다”, “미혼이면 입양해도 안 되고, 임신해도 안 되는데 애는 낳으라고 난리다”는 등이다.


이같은 논의와 별개로 이번 일을 계기로 기존의 가족관념을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낙태권이든 출산권이든 “결혼으로만 맺어지는 가족의 개념을 깨고 각자의 결정권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돼 한다”는 것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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