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이병헌보다 임팩트…260억 쏟아부은 '백두산 폭발'
10일째 500만 돌파 영화 '백두산'
화산폭발·남북 붕괴 어떻게 빚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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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화산 폭발과 함께 강한 지진이 서울 강남 한복판을 강타한다. 한강 잠수교엔 해일이 덮친다. 19일 개봉해 열흘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한 재난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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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보다 어려웠던 것
“기술적인 과정과 규모는 ‘신과함께’와 비슷할 수 있지만, ‘백두산’은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익숙한 공간을 VFX(시각특수효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게 가장 달랐고, 어려웠습니다.” ‘신과함께’에 이어 ‘백두산’의 VFX를 진두지휘한 덱스터스튜디오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가 24일 본지에 서면 인터뷰로 전한 말이다.
영화는 한반도 최고 높이(2744m) 백두산에서 초대형 규모 화산 폭발이 벌어져 한반도를 뒤흔든단 가상 재난 상황 속에 남북한이 손잡은 액션을 펼쳤다. 저승 세계를 빚어낸 판타지 영화 ‘신과함께’ 1‧2편으로 2688만 관객을 동원한 김용화 감독의 영화사 덱스터스튜디오가 VFX뿐 아니라 제작 및 CJ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투자‧배급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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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제작비 260억원 치솟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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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이병헌·마동석 등 주연진도 쟁쟁하지만, 가장 주목받는 주인공은 화산 폭발 그 자체다. 전개가 다소 뻔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재난을 실감 나게 구현한 장면만큼은 한국영화로서 역대급이란 감탄이 나온다.
홍보‧마케팅비용을 뺀 순제작비만 260억원에 달하는 대작이다. 상당 부분이 실제 촬영본에 CG(컴퓨터그래픽)를 더하는 VFX에 할애됐다. 작업량도 방대해 각본‧공동연출을 겸한 김병서 감독, 이해준 감독(‘나의 독재자’ ‘김씨 표류기’)도 개봉 전주 금요일 밤늦게야 최종 버전을 봤단다. 김병서 감독은 ‘신과함께’ 촬영감독을 맡은 데 이어 이번에 연출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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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현 슈퍼바이저는 “‘백두산’은 국내 최신 VFX 기술의 결과물”이라며 “일반적인 VFX는 배경을 교체하거나 필요한 사물을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다면 ‘백두산’에 쓰인 건물과 지면 붕괴, 산 폭파, 쓰나미 등은 시간과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VFX다. 매 장면의 설계를 꼼꼼히 하기 위해 관련 작업 파트와 협의하고 필요한 그림과 타이밍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감독님들과 중간 점검하는 과정이 순발력 있게 진행됐다”고 돌이켰다. 또 “많은 VFX 업체가 참여했는데 이를 물 흐르듯 관리하는 덱스터 내부 VFX 프로듀서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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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화산 폭발, 어디까지 실제일까
영화 속 화산 폭발은 어디까지 실제에 기반 했을까. 극 중 백두산은 4개의 마그마방(암석이 고온 용융된 상태로 고여있는 것)이 차례로 분출하며 남한까지 위험에 빠트린다는 설정이다. 북한에선 실제 최근 백두산 화산 폭발의 위험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백두산은 939년 이래 총 31번 분화했다. 고려시대 946~947년 화산폭발지수 7급 규모의 ‘밀레니엄 분화’ 때는 “분출된 화산재의 양은 약 100㎢ 내외로 추정되며, 북쪽에 그린란드 빙하에서도 백두산에서 날아간 화산재가 인식되었”단다. 부산대 화산특화연구센터 센터장 윤성효 교수가 영화사에 전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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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백두산 탐사를 통해 백두산 마그마방은 실제로도 4개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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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쪽 백두산 지형, 중국서 본 것과 달라
영화는 백두산 화산 폭발 위력에 관한 각종 다큐멘터리와 이런 전문가 의견에 기초해 지구상의 다양한 화산활동 영상자료를 통해 공간 디자인을 결정했다.
“일단, 백두산을 가볼 수 없다는 부분이 가장 치명적이었어요. 다행히 백두산 천지 촬영이 가능했고 주변 지형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죠.” 진 슈퍼바이저는 자료 조사를 통해 중국과 북한에서 각기 바라본 백두산 지형의 차이를 알게 됐다고 했다. “중국 쪽에서 본 백두산은 많은 침엽수림의 평지로 이뤄졌다면 북한 쪽에서 바라본 백두산은 개마고원이라는, 나무도 없는 넓은 평원으로 이뤄져 있죠. (극 중 이동 경로 상) 북한 쪽에서 본 백두산에 기반한 VFX 작업으로 지금의 그림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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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촬영이 불가능한 화산 폭발 장면은 기존 할리우드 영화를 참고해 두 감독과 콘셉트를 조율하며 완성했다. ‘트랜스포머’의 건물 붕괴, ‘샌 안드레아스’의 흔들리는 건물이 부서질 때 건물 자재에 따른 표현 방법, ‘쥬라기월드’의 화산 폭파 등을 참고했다. 여기에 EBS 다큐프라임 ‘백두산 대폭발의 진실’(2016) EBS 다큐멘터리 'if 백두산이 폭발한다면?'(2014) YTN 스페셜 ‘한반도, 화산은 살아있다’, 넷플릭스 다큐 ‘인페르노 속으로: 마그마의 세계’ 등 실사 영상도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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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붕괴, 차선·차량 빼곤 전부 VFX
가장 까다로웠던 작업은 극 초반 몰입감을 더한 강남역 붕괴 장면이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강남역에서 촬영 후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 부분은 모두 VFX로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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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수퍼바이저는 “강남대로 재난 액션은 차량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을 VFX로 표현해야 했다”면서 “촬영은 바닥에 차선과 차량만 세팅해서 했고, 여기에 오랜 시간 강남 공간을 조사하고 레퍼런스 촬영, 공간 스캔 등으로 자료를 수집해 만든 디지털 공간과 차량, 시민들을 제작하고 합성했다. 사실적인 공간 설계를 위해 촬영 시작과 동시에 디지털 작업이 진행됐다”고 했다.
효과적인 VFX를 위해선 촬영된 소스가 정교해야 했다. 촬영‧미술‧특수효과‧무술‧조명 등이 긴밀히 협업했다. 한국영화 최초로 전면 통제 허가받고 로케이션 촬영한 잠수교 쓰나미 장면 역시 촬영 전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방향성을 잡아갔다. 영화 속 장면을 컴퓨터상에 애니메이션 형태로 사전 시각화하는 ‘프리비즈’ 작업도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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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CG였던 액션 장면은…
백두산 추가 폭발을 막기 위해 북파된 남한 특전사 조인창(하정우) 대위와 작전의 열쇠를 쥔 북한 무력부 일급자원 리준평(이병헌)이 북한에서 곡예하듯 펼치는 장갑차 액션신도 VFX가 활용됐다. 장갑차가 산비탈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액션신은 장갑차를 비롯해 배경까지 모두 CG로 감쪽같이 그려냈다.
북한 시가지에서 지진으로 쓰러진 동상, 아파트가 즐비한 거리 풍경도 북한 시가지 자료를 참고해 디지털로 구현한 것. 화산 폭발로 황폐한 북한 거리를 춘천에 대형 오픈 세트로 지었지만, 촬영 효율성을 위해 같은 세트를 반복해서 사용하고 VFX로 다른 공간처럼 보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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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보다 북한이 덜 붕괴했다?
관객들이 지적하는 옥에 티도 있다. 백두산 화산 폭발로 서울 강남은 완전히 붕괴한 데 반해 나중에 등장하는 북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덜 부서진 모습이란 것. 진 슈퍼바이저는 “북한 또한 많은 부분 파괴된 설정으로 진행했지만, 북한 장면은 대부분 화산재에 뒤덮여 가려진 느낌이 컸던 것 같다”면서 “강남 붕괴 액션의 임팩트가 커서 상대적으로 덜해 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주의. 아래 사진 이후 기사는 영화 결말부에 대한 감독의 해설이 담겨,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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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온의 화산재,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화산 근거리에서 핵폭탄이 운반되는 장면도 실제 상황이면 초고온의 열기에 의해 폭탄이 터지지 않을까,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선 김병서 감독이 직접 답했다.
“영화 속 기폭장치가 시제품이긴 하지만 핵분열과 관련한 만큼 내구성 면에서 동시에 고온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특수 합금으로 제작되었다는 다소 영화적인 설정을 전제해 촬영했습니다. 무엇보다 백두산 앞자락까지 다다른 두 인물의 감정이 최우선이라 판단했고, 그 마지막 감정에 집중하기 위한 연출적 선택이었습니다.”
나원정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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