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든 그녀, 김여정…10년전 김정은 '세자 책봉'과 닮았다
2010년 천안함·연평도 도발 뒤
김정은, 군권 잡으며 후계자 공인
김여정, 후계자 되려면 군 장악 핵심
군사합의 파기 조치 나설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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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대남 협박의 전면에 등장하며 ‘어게인 2010’ 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주도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실제 군사 도발했던 게 2010년이다. 인민군 총참모부는 16일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해 “북남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하여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 군사적 경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행동 방안을 연구할 데 대한 의견을 접수하였다”고 밝혔다. 또 “우리 인민들의 대규모적인 대적 삐라 살포 투쟁을 적극 협조하겠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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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기에 앞서 ‘공개 보도’로 내놓은 통첩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 한다”고 밝힌 뒤 총참모부가 직접 내놓은 발표다.
2018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남북 관계에서 북한군은 후방에 있었다. 남북 고위당국자회담 등으로 통일부가 북한 통일전선부를 상대했고, 수면 밑에선 국정원이 통전부를 접촉했다.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이 총참모부를 대남 전선에 끌어내면서 위기 지수가 고조됐다. 군이 전면에 나섰던 2010년을 연상시켜서다. 2010년은 김정은 위원장이 당 중앙위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이어 인민군 대장에 오르며 후계자 지위를 외부에 공식화했던 시기다.
북한군 등장을 놓고 일각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후계 체제 구축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을 2인자, 후계자로 굳히는 과정에서 ‘군을 지휘하는 김여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후계 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군 장악인 만큼 그간 남북 관계에 비판적이었던 군의 요구를 일정 정도 들어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총참모부가 거론한 ‘비무장화한 지대’로는 ▶개성공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금강산관광지구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 철수한 경계초소(GP)가 꼽힌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철거한 뒤 철수했던 2개 사단과 1개 포병여단을 원위치할 가능성이 있다. 개성공단 조성 당시 북한 군부는 서부 전선의 전략적 요충지인 개성에 공단을 만드는 데 대해 반발했다. JSA 비무장화를 파기하고, DMZ에서의 GP 철수도 원상 복구할 수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북한이 이날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2018년 맺어진 ‘9·19 군사분야 남북합의서’도 사실상 폐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락사무소 잿더미’라는 김 제1부부장의 말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9·19 군사합의 폐기는 향후 대남 도발에서 북한은 책임이 없음을 주장하기 위한 예고일 수 있다.
하지만 군 당국자는 연락사무소 폭파를 놓고 “군 내부적으로는 9·19 군사분야 합의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관할 지역에 위치한 구조물 철거를 9·19 군사분야 합의에서 금지한 ‘상대를 겨냥한 적대행위’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토지는 북한에서 제공했지만 한국 자본으로 지어진 연락사무소 건물은 한국 재산”이라며 “우리 재산이 피해를 보았으므로 북한의 적대 행위이자 9·19 군사분야 합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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