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돈 “모른다”서 “내 돈”
측근 코언이 지시 시인하자 해명
“내게 받은 상담료로 코언이 변제
대선캠프 자금 아니란 게 핵심”
민주당은 역풍 불까 탄핵 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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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2016년 대선 당시 입막음용 돈이 건네진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전날 자신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법정에서 “트럼프의 지시와 조율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돈을 줬다”고 한 진술과 정면 배치된다. 트럼프는 또 “그 돈은 대선캠프 자금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건 내 돈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했다.
충복이었던 코언이 검찰과 타협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털어놓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적극 자기 변호에 나선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양자 간 ‘진실게임’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다만 대다수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가 불거진 초기(4월 5일)에 “난 몰랐다. (돈의 출처도) 모른다”고 잡아떼곤 이제와서 “내 돈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을 바꾼 점을 부각하며 트럼프 발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고문 변호사로 영입한 루돌프 줄리아니가 지난 5월 초 “코언이 자기 재량으로 합의금을 지불했고, 대선이 끝나고 얼마 후 두 사람 사이에 변제가 이뤄졌다”는 폭탄발언(말 실수)을 하자 “(돈을 준 것은) 그녀(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의 거짓되고 강탈적인 비난, 허위 고소를 막기 위해 그런 것이다. 셀럽(유명 인사)이나 부자들 사이에선 흔히 있는 일이다. 코언은 매달 (나에게서) 상담료를 받았다 (그리고 그 돈으로 합의금을 변제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교묘하게 말을 바꿨다.
트럼프는 23일(현지시간) 방송예정인 인터뷰의 예고편에선 “사실 그것(합의금)에 대해 들었을 때 처음 생각난 의문은 ‘혹시 대선캠프에서 나온 것 아닌가’였다. 왜냐면 그렇다면 좀 곤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캠프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게 핵심이고 훨씬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행위가 선거자금법 위반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법무부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오바마를 보면 엄청난 선거법 위반을 했지만 그것은 쉽게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캠프가 대선 막판 180만달러의 후원금을 모금하고도 48시간 내에 신고해야 하는 규정을 어겨 37만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것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오바마의 경우 후원금 신고 누락이란 절차상의 문제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이 갖는 불법행위의 성격, 파급력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이처럼 코너에 몰리는 상황이지만 야당인 민주당의 대응은 이상할 정도로 신중하다. CNN은 “트럼프에 대해 강경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같은 경우도 탄핵(impeachment)의 i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 하원 1인자인 낸시 펠로시 원내대표도 22일 ‘민주당 당원들에게 탄핵이 우선순위가 아니다’란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섣불리 탄핵을 들고 나섰다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 추진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사정은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탄핵안은 1차적으로 하원에서 다뤄진다.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백악관 사정에 밝은 공화당 간부를 인용, “펠로시가 하원의장이 되면(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깜짝 쇼’를 하며 국면 전환을 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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