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여긴 출입금지···예약제로 받는 '국립공원 단풍놀이'
단풍으로 물든 설악산 만경대. 만경대는 2016년 가을 설악산 국립공원 지정 후 46년만에 개방된 비경이다. 가을 단풍철에 한해 개방한 뒤 이듬해 가을까지 폐쇄한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
9월 30일 설악산에서 첫 단풍이 시작됐다. 산 정상부터 20% 물들었을 때를 '첫 단풍'이라 한다. 10월 중순이면 전국의 산야가 단풍으로 물들 전망이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전히 기세가 등등하다. 4차 대유행 탓에 단풍 산행이 아직은 조심스럽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지정 인원만 입장할 수 있는 '국립공원 탐방로 예약제'가 있다. 방역이 아니라 자연 보호, 경관 보전을 위해 2008년부터 도입한 제도인데 코로나 시국이어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24개 탐방로를 예약제로 운영한다. 이 가운데 단풍 산행을 하기 좋은 4개 산의 탐방로를 소개한다.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공원 입장 때 QR 코드를 보여주면 된다. 일부 인원은 현장 예약도 가능하다.
설악산 만경대·곰배골
만경대에서 만물상을 바라보는 사람들. 만 가지 형상의 바위기 있다 해서 만물상이다. 중앙포토 |
남설악 만경대(560m)는 2016년 가을 최초로 일반에 공개됐다. 1970년 설악산 국립공원 지정 뒤 46년 동안 감춰졌던 비경이 드러났다. 2016년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만경대~오색약수를 잇는 2㎞ 길이의 일방통행 탐방로를 조성했다. 만경대에 서면 만 가지 형상의 바위가 있다는 만물상이 한눈에 담긴다. 9월 10일부터 11월 14일까지, 임시 개방하는 만경대는 하루 5000명 예약자만 받는다. 이후에는 내년 가을까지 폐쇄된다. 설악산 곰배골은 10월 30일까지 하루 350명 예약자만 들어갈 수 있다. 점봉산 분소에서 곰배령을 다녀오면 왕복 3.7km, 4시간 걸린다.
지리산 칠선계곡·구룡계곡
지리산 칠선계곡은 국립공원 탐방로 예약제 구간 중 유일하게 가이드가 동행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 중인 현재는 하루 10명만 예약할 수 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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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칠선계곡은 국립공원공단이 탐방로 예약제를 시작한 2008년부터 엄격히 통제했다. 1년 중 5~6월, 9~10월 넉 달만 연다. 이 기간에도 예약제 탐방로 중 유일하게 가이드가 동행한다. 하루 정원이 60명인데 거리두기 3단계인 현재는 10명으로 확 줄였다. 추성주차장에서 출발해 천왕봉(1915m)까지 오르는 9.7㎞ 코스, 비선담·삼층폭포를 보고 오는 13㎞ 왕복 코스가 있다. 이른 아침 출발해 7~8시간 걷는다. 험한 만큼 수려한 산세와 때 묻지 않은 원시림을 만날 수 있다. 지리산의 대표적인 단풍 명소인 구룡계곡은 10월 한 달간 하루 350만 예약자만 받아준다.
내장산 갓바위·서래봉
내장산 서래봉은 단풍철인 10~11월 매일 520명만 예약자에 한해 올라갈 수 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
남부지방의 단풍 산행 성지인 내장산에는 통제 구간이 두 곳 있다. 먼저 갓바위. 은선동 삼거리에서 갓바위로 이어지는 편도 3.1㎞ 구간은 하루 790명만 입장할 수 있다. 통제 기간은 10월 23일부터 11월 21일까지다. 은선동 일원 습지는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특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서래봉(624m)은 10~11월 두 달간 하루 520명만 받는다. 서래탐방지원센터에서 벽련암에 이르는 2.8㎞, 2시간 코스다. 이 구간에 노랑붓꽃 등 멸종위기종과 백양꽃, 옥녀꽃대 같은 희귀식물이 많이 산다. 인터넷 예약이 미달하면 현장 예약도 받는다.
북한산 우이령길
북한산 우이령길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단풍 명소에 뒤지지 않는 가을 풍광을 자랑한다. 중앙포토 |
우이령길은 북한산에서 단풍 때깔이 곱기로 소문난 길이다. 지리산 노고단과 함께 연중 예약제를 운영하는 탐방로다. 1968년 북한 간첩 침투 이후 폐쇄됐다가 2009년 재개방된 사연 많은 길이다. 그 덕일까. 서울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연이 잘 보존돼 있다. 삵, 까막딱따구리, 붉은배새매 같은 멸종위기종도 많이 산다. 우이탐방지원센터에서 오봉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1.5㎞ 구간이 명품 단풍길로 꼽힌다. 우이령길은 북한산둘레길 21개 구간 중 마지막 부분이기도 하다. 서울 우이동에서 경기도 양주 교현리까지 편도 6.8㎞ 이어진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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