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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는 왜 클린스만을 찍었나

중앙일보

카타르월드컵 기간 중 FIFA 테크니컬스터디그룹 멤버로 전술 분석에 참여한 클린스만 감독. EPA=연합뉴스

유력한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떠오른 독일 축구 레전드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은 장단점이 두드러지는 지도자다. 선수 시절 화려한 이력과 감독으로서 대표팀과 클럽팀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은 한국 대표팀을 맡기에 손색이 없다. 다만 지휘봉을 내려놓은 기간이 길었고, 전술적으로 이렇다 할 색깔을 내지 못한 부분은 감점 요인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는 중앙일보 단독 보도(2월23일자) 이후 해외 매체들도 일제히 “클린스만 감독이 대한축구협회(KFA)와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놓고 협상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독일 축구 전문매체 키커는 “차두리(FC서울 유스 디렉터)가 KFA와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정황 분석도 곁들였다. 현역 시절 독일 대표팀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며 월드컵 우승(1990)을 이끈 스타 출신 지도자의 거취를 국제 축구계가 함께 주목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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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 기간 중 대회 트렌드 분석을 위해 이동하는 클린스만 감독(왼쪽). EPA=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 협상 소식을 전한 해외 축구 관계자는 “KFA와의 논의가 큰 틀에서 상당 부분 진행됐다”면서 “계약 기간과 연봉, 코칭스태프 구성 등 핵심적인 항목에 대해선 이렇다 할 이견이 없다. 국내 거주 기간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조율만 남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추가 협상을 위해 대표팀 감독 선발 책임자인 마이클 뮐러 KFA 전력강화위원장이 직접 움직일 계획이다. 조만간 클린스만 감독이 살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대면 협상에 나선다.


클린스만 감독의 강점은 풍부한 지도자 경험이다. 특히 대표팀을 이끌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는데, 대한축구협회도 이 부분에 높은 점수를 줬다. 지난 2004년 현역 은퇴 직후 독일 대표팀을 맡아 체질 개선 작업을 주도한 게 대표적이다.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해 새 얼굴을 발굴하며 ‘녹슨 전차군단’이란 비아냥을 듣던 독일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2006) 무대에서 3위에 올려놓았다. 이후 바이에른 뮌헨(독일) 감독을 거쳐 미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브라질월드컵(2014) 16강행을 이끌며 또 한 번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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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축구대표팀 사령탑 시절 클린스만 감독(왼쪽). 중앙포토

클린스만의 리더십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2006 독일월드컵 직후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세부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리더”라면서 “낡은 구조를 타파하는 개혁 정신, 동반자에 대한 신뢰,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여는 마음가짐, 뜨거운 승부 근성 등을 겸비했다”고 칭찬했다.


팀 분위기를 장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반면, 전술적으로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은 단점으로 꼽힌다. 독일대표팀을 이끌던 시절 클린스만 감독은 주로 선수단 관리를, 요아힘 뢰프 당시 수석코치가 전술적 운용을 맡았다. 전반적으로는 수비보다 공격에 무게를 둔 전술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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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은 독일대표팀 사령탑 시절 코칭스태프의 전술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요아힘 뢰프를 수석코치로 임명해 활용했다. EPA=연합뉴스

지난 2020년 헤르타베를린(독일) 감독에서 물러난 이후 2년 넘게 지도자로서 공백이 있는 것도 ‘현장 감각 저하’ 측면에서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앞서 뮐러 위원장은 축구대표팀 새 감독 선발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전문성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환경적 요인 등 다섯 가지를 언급했다. KFA와 접촉 중이거나 향후 접촉 가능성이 있는 지도자들 가운데 전문성과 경험, 팀워크 측면에선 클린스만 감독이 상대적으로 앞선다는 평가다. 최근 3년 가까이 감독 이력을 중단한 건 약점이지만, 동기 부여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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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 기간 중 FIFA 테크니컬스터디그룹 멤버로 아르센 벵거 위원장(왼쪽)과 함께 대회 전술 트렌드를 설명하는 클린스만 감독. EPA=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이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결정될 경우 단점 보완이 필수적이다. 전술적인 역량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는 만큼, 전술에 능통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코치진을 구성해 감독을 보좌하도록 하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실력과 경험, 소통 능력을 겸비한 한국인 코치 여러 명을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포함시켜 새 감독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게 협회의 구상”이라면서 “클린스만 감독이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축구계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경우 차두리 디렉터의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 디렉터는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기간 국제축구연맹(FIFA) 테크니컬스터디그룹(TSG) 멤버로 선정돼 클린스만 감독과 대회 전술 분석 작업을 함께 했다. 독일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2018 러시아월드컵 당시 대표팀 코치로 참가한 경력도 있다. 클린스만의 조속한 적응 및 역량 발휘를 도울 특급 도우미로 손색 없다는 평가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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