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루 택배 850만개 넘어
아이스팩·스티로폼 쓰레기 골치
종이완충재, 재활용 상자 늘어나
택배사들 수거 서비스 확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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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 마음이 바빠지는 날이 있다. 바로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의 날이다. 보통 일주일 중 특정 요일 한두 번 정도를 정해 일제히 버린 뒤 수거 업체가 수거해가는 방식이 많다. 마음이 바빠지는 이유는 정해진 수거 일을 한 번이라도 놓치면 집안이 쓰레기로 가득 차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쓰레기가 쌓이는 속도가 늘었다. 원인은 늘어난 택배였다. 요 몇 달간 식료품은 온라인 장보기 앱을 활용하고, 생필품은 주문한 뒤 다음 날 도착한다는 로켓·총알 배송을 애용했다. 일상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품을 스마트 폰으로 조달했다. 손가락 몇 번 조작하면 다음 날 집 앞에 필요한 물건이 온다. 편리한 만큼 부작용이 따랐다. 바로 배송 포장 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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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을 위해 모아둔 쓰레기를 살펴보니 대부분은 배송 쓰레기다. 특히 물품을 안전하게 배송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닐 완충재(일명 뽁뽁이)의 부피가 상당하다. 최근에는 보랭재와 스티로폼 박스가 많다. 과일·고기·채소 등 신선 식품을 배달시키면서부터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8년 평일 기준 하루 859만개의 택배가 누군가의 집 앞에 놓였다. 1년 동안 한 사람이 받는 택배 수는 평균 49개에 달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택배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일반 택배보다 포장 비중이 높은 신선 식품 배달이 확산하면서 배송 포장재 과잉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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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배달은 음식의 신선도를 위해 빠른 배송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전날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현관에 물건이 놓이는 식이다. 배송이 빠르게 이루어지다 보니 적은 양의 물건을 그때그때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개별 포장, 개별 배송은 더 많은 포장 쓰레기를 낳는다. 냉동과 냉장 식품을 구분해 포장할 뿐 아니라 아이스팩 등 부가 포장재 역시 상당하다. 국내 새벽 배송 시장 규모는 2015년 100억 원에서 지난해 40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그나마 종이로 된 택배 박스는 재활용이 쉽다. 문제는 아이스 팩과 보랭 백, 비닐 완충재, 스티로폼 박스다. 보통 식품의 경우 신선도를 위해 스티로폼 박스에 아이스 팩과 함께 포장한다. 깨지기 쉬운 병이나 플라스틱 용기가 많은 식품은 비닐 완충재가 필수다.
아이스 팩은 고흡수 폴리머 성분으로 되어 있어 재활용이 안 된다. 화학 성분이 포함된 내용물을 따라 버리는 것도 금물이다. 일반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리는 것이 맞다. 은박으로 된 보랭 백 역시 따로 분리 배출 표시가 없다면 일반쓰레기로 구분된다. 물건 보호를 위한 부직포 재질 포장재 역시 일반쓰레기다. 비닐 완충재(에어캡)와 스티로폼 박스는 분리 배출이 되지만 처리가 까다로운 편이다. 3개월 정도면 분해되는 종이에 비해 스티로폼이 분해되는 데는 500년이 걸린다. 지난해 4월에는 재활용 업체가 폐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거부해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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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배송 온 물건 몇 개를 냉장고에 정리하고 나면 꽤 많은 양의 쓰레기가 남는다. 특히 부피가 상당한 아이스 팩을 쓰레기봉투에 그대로 넣으려니 ‘하나뿐인 지구’가 떠올라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다행인 것은 요즘에는 이런 ‘가책’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과도한 포장 쓰레기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고객들을 의식해 기업들도 발 빠르게 친환경 행보를 보이고 있다.
CJ ENM오쇼핑은 지난해 6월부터 상품 포장에 종이 완충재와 종이테이프를 사용하고 있다. 올 1월부터는 일부 식품 배송에 친환경 보랭 패키지를 도입했다. 스티로폼 박스 대신 보랭 효과 있는 종이 박스를, 고흡수 폴리머 대신 물을 넣은 아이스 팩을, 비닐 테이프 대신 종이테이프를 사용한다. 전체 패키지가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인 셈이다. 특히 폴리머 소재의 아이스 팩 대신 순수한 물로 만들어진 아이스 팩은 사용 후 물을 따라 버린 후 비닐로 분리 배출할 수 있어 환경 부담이 한결 덜하다. 롯데 홈쇼핑과 NS 홈쇼핑도 이 아이스팩을 사용한다. 신선식품 온라인 몰 마켓컬리는 올 1월 29일 재생지로 만든 에코박스를 도입했다. 보랭 기능이 있는 종이 상자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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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종이 포장재 기업인 랜팩의 한국 에이전트 SET코리아는 종이 완충재(지아미)와 종이 충전재(필팩) 등 친환경 포장재를 수입 판매한다. 이홍렬 대표는 “최근 일회용 포장재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고객이 원하는 포장을 고민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고 했다. 다만 문제는 비용이다. 종이 포장재는 비닐 포장재보다 약 1.6~1.8배 정도 비싸다. 유통 업체들이 일부 상품에만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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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포장재를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 때문이다. 상하기 쉬운 식품의 경우 포장 상태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보다 효율이 좋은 폴리머 소재 아이스팩과 비닐 보랭 백 등을 사용하되 이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수거하는 방식을 선택한 업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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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홈쇼핑은 매달 첫째 주 월요일 ‘북극곰은 얼음팩을 좋아해’라는 아이스팩 수거 캠페인을 진행한다. 매회 4000명까지 신청 가능하며 방문 기사가 1인당 20개의 아이스팩을 무료로 수거해 간다. 마켓컬리도 냉동식품 포장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을 현관 앞에 두면 수거해간다. 네스프레소는 알루미늄 소재의 커피 캡슐을 재활용 백에 넣어 수거 신청하면 수거해간다. 이마트는 온라인 쇼핑으로 발생하는 택배 박스와 아이스팩을 매장으로 가져오면 장바구니로 교환해주는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한다. 호응은 아주 좋은 편이다. 현대 홈쇼핑의 수거 이벤트는 매회 거의 10분 정도면 인원이 찬다. 마켓컬리는 “포장재 수거율이 2018년 9월 대비 현재 2배 이상 늘었다”고 답했다.
집에 쌓여가는 포장 쓰레기를 근심하다 마켓컬리와 네스프레소의 수거 서비스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문제는 신청하면 수거해가는 것이 아니라 해당 업체에서 물건을 재주문할 때 수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음 주문 때까지 쓰레기를 집에 쌓아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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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마켓컬리의 경우 자사 아이스팩만 수거할 수 있는 데다 한 번에 다섯 개까지만 가능했다. 재주문 없이도 수거 신청이 가능한 현대 홈쇼핑은 일정 크기 이상의 아이스 팩이면 타사 것도 모두 수거해 간다. 다만 인원 제한이 있어 쉽게 신청하기 어렵다. 수거된 아이스 팩과 스티로폼이 재사용되는지도 의문이다. 수거에 대한 안내만 있지 어떻게 재사용된다는 구체적인 안내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실제로 마켓컬리는 수거해 간 아이스팩과 스티로폼을 재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활용 업체에 전달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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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만 사용하는 것도, 수거 신청을 하는 것도 아직은 조금씩 불완전하다. 보다 지속가능하면서도 완전한 형태의 배송 쓰레기 줄이기를 고민해볼 때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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