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족'은 운동도 집에서 한다…몰래 웃는 ‘홈트’ 시장
피트니스센터 못가니 집에서라도 운동
유튜브엔 ‘확찐자’ 운동 영상 봇물
운동 용품·1:1 방문 서비스 수요 늘어
축구선수 손흥민(토트넘)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안전하게 지내요(stay safe)’라는 문구와 함께 실내에서 운동하는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영국 내 급증하는 코로나19를 피해 귀국한 그가 SNS를 통해 홈 트레이닝 모습을 공개한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모두가 우울한 건 아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거의 모든 생활을 집에서 해결하는 ‘집콕 족’이 늘면서 홈 트레이닝 업계는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최근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카페에는 ‘홈트(홈 트레이닝의 약자·이하 홈트)’에 관한 여러 사연이 올라오고 있다. ‘헬스장이 몇 주 째 휴관인지 모르겠다. 몸이 너무 무거워 홈트로 계단 오르기와 줄넘기를 하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헬스장이 문을 닫아 홈트로 관리하기로 했다’ ‘홈트는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느낌이다’ ‘헬스장 휴관이라 당분간 홈트해야 하는데 장비가 부족하다’ 등의 내용이다.
이처럼 평소 운동을 즐겼던 사람들은 다중 이용 시설인 헬스장과 체육 시설이 문을 닫자 집에서라도 운동을 하겠다며 홈트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확산세가 거셌던 2월 중순부터 헬스장 등 체육 시설이 한 달 넘게 휴관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평소에는 운동에 관심이 없었지만 ‘확찐자(살이 확 쪘다는 뜻)’가 되어 운동과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이들도 있다. 활동량이 줄면서 군살이 붙어 경각심을 갖게 된 케이스다. 당장 관리를 받으러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유일하게 가능한 홈트를 시도하고 있다. 소소하게는 아령 들기부터 폼 롤러, 요가 링 등 가벼운 소도구로 스트레칭도 한다.
덕분에 홈트 관련 콘텐트에 대한 관심이 쑥 늘었다. 유튜브와 블로그에는 ‘확찐자’를 위한 다양한 영상 콘텐트가 홍수를 이룬다. 대부분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매트 운동, 스트레칭 영상들로 ‘확찐자 벗어나기 홈트’ ‘확찐자 방지 홈트’ ‘면역력 강화 홈트’ ‘층간 소음 걱정 없는 매트 운동’ ‘방구석 운동’ 등 내용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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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홈트 영상을 올리고 있는 김은지 콩필라테스 대표는 지난주 초부터 코로나 관련 운동 콘텐트를 만들고 있다. 약 10분 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선보인 후 이를 녹화해 유튜브에 올리는 식이다. 인스타그램 라이브의 경우 동시 접속자만 200~300명에 달한다. 김 대표는 “평소엔 고강도 운동 영상을 주로 올리지만, 요즘엔 집에서 심심할 때 또는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과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들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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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인공지능 서비스 ‘기가 지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홈트 관련 검색도 부쩍 늘었다. 요가‧복부·다이어트·10분‧하체 순으로 검색량이 많았다. 명상 검색량도 지난해 4분기에 비해 63%나 늘었다. KT는 현재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건강한 마음’을 주제로 ‘오늘의 명상’ ‘코로나 대처 명상’ 등의 콘텐트를 선보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 IPTV(인터넷 TV) 서비스 ‘Btv’는 지난달 19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코로나19 장기화로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을 위한 ‘홈 힐링 특별관’을 운영한다. 피트니스·요가‧필라테스 관련 170여 편의 주문형 비디오(VOD)와 개인 맞춤형 홈트 서비스 ‘핏데이(Fitday)’ TV 앱을 무료로 제공한다. 인기 크리에이터인 ‘요가소년’의 유료 콘텐트도 기간 내 무료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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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트 관련 산업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모든 활동이 위축됐던 2월 하순까지는 미미했던 운동용품 소비가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거나 반등하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 코리아에 따르면 1분기(1월 1일부터 3월 29일까지) 홈트 관련 용품은 지난해 동기 대비 대부분 신장했다. 트위스트 운동기구(113%), 에어보드(68%), 아령(29%), 덤벨·바벨(28%), 다이어트 용품(19%), 헬스기구(13%) 순이다. 다이어트 용품에는 스텝박스·트램펄린, 헬스 기구에는 스텝퍼·사이클 등이 포함돼 있다.
CJ ENM오쇼핑부문의 T커머스 채널 ‘CJ오쇼핑플러스’는 지난 3월 가정용 렌탈 운동기구 판매방송을 총 15회 편성했다. 지난해에 비해 3배 늘어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에 제조 기반을 둔 협력사의 물량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방송 횟수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홈트 렌탈 상품 중에는 좁은 실내에서도 운동할 수 있는 접히는 러닝머신, TV와 연동해 콘텐트가 함께 제공되는 실내 승마 운동기가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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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복 브랜드 젝시믹스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등장한 1월 20일부터 3월 15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25%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평소 온라인 구매율이 높은 브랜드인 데다, 홈트족이 늘면서 레깅스 등 운동 관련 상품 매출이 호조세를 보인 것. 해당 기간 특히 운동 입문자를 위한 레깅스와 티셔츠, 기본 브라톱 등이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홈트용 소도구 판매도 눈에 띈다. 스트레칭에 도움이 되는 아사나 링은 1월 대비 2월에 171%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요가 매트는 26%, 홈트 필수 기구로 꼽히는 운동 밴드는 18%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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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전문적인 운동 코치를 위해 집에서 1:1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방문 트레이닝 연결 서비스 ‘홈핏’의 김이서 마케터는 “한 달 전까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 목적으로 강사 방문 역시 꺼려진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1:1 수업 요청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했다. 단체로 운동하는 것보다 1:1 트레이닝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최근엔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직원들 대상으로 복지 차원에서 화상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생겼다. 김 마케터는 “코로나 극복 이후에도 홈트 서비스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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