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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힘내세요" vs "조국사퇴하세요"…검색어 순위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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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임명을 놓고 지지자와 반대파 사이 ‘검색어 전쟁’이 벌어졌다. 조 후보자 지지자는 ‘조국 힘내세요’를, 반대파는 ‘조국사퇴하세요’를 검색하며 자기 진영의 세력을 과시하고 나섰다. 27일부터 시작된 검색어 전쟁은 28일 오후까지도 검색 상위 10위권 안에서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며 이어지는 추세다.


검색어를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에 올리는 운동은 최근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X101의 문자 투표 조작 의혹에 대해 팬들이 먼저 경찰 수사를 촉구하며 ‘프로듀스X101 조작’이라는 문구를 의도적으로 검색어 상위권에 올라가도록 했다. 지난 2017년 11월에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생일을 맞아 지지자들이 이벤트로 ‘사랑해요 김정숙’을 실시간 검색어에 올리기도 했다.



"검색어 운동, 가장 강력한 지지층 결집 수단"


전문가들은 검색어 올리기 운동이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가장 강력한 지지층 결집 수단이라고 진단했다. 배종찬 소장은 “검색어 운동은 자신의 의견을 좀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호소하려고 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조 후보자의 지지자나 반대파 모두 좀 더 적극적으로 함께 전투의 최전선에 참여해 줄 동지를 모으는 수단으로 검색어 운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진짜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고, ‘우리가 이렇게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며 “실제로 요즘 한국 정치가 제도적인 것보다는 인터넷 댓글이나 여론조사 등 비제도적인 움직임에 더 큰 영향을 받지 않나”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가 '조국 힘내세요' 만들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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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조국 힘내세요’ 검색어가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돌입된 후 등장하며 급격히 힘을 얻은 점에도 주목했다. 배 소장은 “‘우리가 조국을 지켜줘야 한다’는 식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검찰 수사를 계기로 결집한 것”이라며 “‘이 전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검색어 운동으로 나타나고, 결국 ‘조국 사퇴하세요’라는 반대 운동까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검색어 운동이 실질적으로 여론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승리를 위한 중요한 포인트’라고 진단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임명 반대 혹은 부적격 여론이 60% 이상 넘어가면 자진해서 사퇴하거나 청와대에서 지명 철회를 했던 사례들이 있다”며 “이런 분위기를 아는 각 지지층에서 여론에 영향을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검색어 운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수의견임을 과시, 중도층 포섭 전략"


아직까지도 특별한 의견이 없는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한 목적으로 검색어 운동이 이뤄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는 “조 후보자 국면에서는 가짜뉴스도 많다 보니 진짜가 무엇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고, 결국 ‘옆에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하느냐’를 보고 자신의 판단을 결정하는 경향성이 강해진다”라며 “검색어 운동은 각 지지층이 자기의 세력을 보여주면서 아직 결정하지 않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 진영의 팬덤화 "진위 여부는 밀리고 더 강한 '창' 들고 나설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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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관심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조 후보자 이슈에 관한 검색어 전쟁은 진영 대결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각 진영이 ‘팬덤’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팬덤 대결이 되면 각 의혹과 논란에 대한 진위 여부는 뒤로 밀리고 ‘조국 팬’과 ‘안티팬’의 갈등으로만 번지게 될 수 있다.


배종찬 소장은 “팬덤이 나서면 진위를 가리고 논의를 하는 자리는 의미가 없게 된다”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면 ‘아군’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모두 다 ‘적군’으로 치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팬덤화가 되면 각 진영 사람들은 반대 진영 사람을 향해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됐는지 이해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런 상황 자체를 초래하고 주도한, 일종의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삼아 버리게 된다”며 “더 강한 ‘창’을 들고 서로 대결하는 구도가 연출될 것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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