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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포수' '택이아빠' 최무성, 그가 작정하고 연기한 영화

‘살아남은 아이’ 주연 최무성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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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작정하고’ 시작했어요.” 지난달 30일 개봉한 독립영화 ‘살아남은 아이’(감독 신동석)를 두고 주연배우 최무성(50)의 말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올해 초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극찬받은 영화로, 신동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그는 열여덟 살 외아들을 사고로 잃은 40대 아버지 역을 맡았다.

아들 은찬(이다윗 분)이 물에 빠진 친구 기현(성유빈 분)을 구하고 죽자, 성철은 아내 미숙(김여진 분)과 함께 의지할 곳 없는 기현을 보살핀다. 그러나 곧 아들의 죽음에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실제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입장에선 쉽지 않았을 역할. 그를 이끈 건 신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였다.


“고통스런 얘기지만, 따뜻한 희망 같은 것, 인간에 대한 배려가 있었어요. 신동석 감독이 그런 사람이었죠. 현장에서 노련한 척 포장하지 않고 이 사람들의 고통을 정확히 보고 진실하게 그려내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느껴졌어요. 그 선한 심성이 좋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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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자식을 가슴에 두 번 묻는 부부와 죄책감에 몸서리치는 기현. 절망의 터널을 관통하는 3인 4각의 드라마라 표현하면 맞을까.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통을 무던히 삼켜보려 애쓰는 성철의 묵묵한 일상은 그 어떤 발버둥?비명보다 더 쓰리게 와 닿는다. 출연 중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김태리 스승 장 포수, ‘응답하라 1988’의 택이 아빠와 닮은 듯 결이 다른 캐릭터다. 신동석 감독에겐 그가 1순위 캐스팅이었다.


“성철은 전형적인 제 윗세대, 아버지 세대를 그대로 이어받은 보편적인 한국남자”라 설명한 최무성은 “자식 잃은 고통은 안 겪어봤어도, 저도아빠니까 아들에 대한 감정선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성철은 아들 생전 좀 무뚝뚝하지만 따뜻하게 대했을 것 같다. 저희 아들도 축구를 하다 보니 서로 바빠 살갑게 시간을 보내진 못하지만, 스킨십은 많이 하는 편이다. 슬플 때 담담히 있는 것도 성철과 제가 닮았다”고 했다. 생전 연기를 반대했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어머니와 동생이 보고 힘들어할까, 한 달이 지나고서야 홀로 울음을 터뜨렸다는 그다.


꾹꾹 가라앉혔던 감정이 폭발하는 후반부 장면들은 “보통 직감으로 해결했다. 계산하면 준비해온 것이 아까워서 저도 모르게 지키려고 하게 된다. 최대한 비우고 그 상황에서 제 체온에 느껴지는 만큼 표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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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감독님이 심어놓은 상징성은 일부러 알려 하지 않았다”면서 다른 배우의 연기에 자연스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성유빈의 표정을 들었다. “유빈이가 성인배우 못지않게 연기를 섬세하게 했어요. 마지막 홍천강 엔딩신에선 유빈이 특유의 어른스러움이라 할까요. 그런 게 갑자기 보여서 연기하다 살짝 당황했어요. 이거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 하지, 하는 제 모습이 그대로 영화에 담겼어요. 두 테이크 만에 촬영했던 것 같아요. 유빈이가 실제 제 아들과 느낌이 비슷한데, 신기하게 인연이 깊네요.”


영화 ‘순수의 시대’, 드라마 ‘무정도시’ 등에 이어 이번에 네 번째 함께한 성유빈은 ‘미스터 션샤인’에선 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기도 했다.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보곤, 다 아는 내용인데도 깜짝 놀랐어요. 특히 맨 끝 장면을 김여진씨 얼굴로 끝낸 게 인상적이었어요. 관객이 조금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사람의 감정을 미학적으로 탁 보여주고 끝내는 방식이 신선하고 좋았죠. 기분 좋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습니다.” 부산에서 맛본 영화의 감동은 베를린영화제 초청으로 이어졌다. “감독님한테 그랬어요. 제가 이 영화 동유럽 스타일이라 하지 않았냐고(웃음). 정말 유럽에서 불렀잖아요. 스케줄 탓에 같이 못 간 건 아쉽습니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선 인육을 즐기는 살인마 역, ‘응답하라 1988’에선 과묵하고 속정 깊은 아버지 역으로 널리 알려졌던 그에게 이번 영화는 또 다른 대표작으로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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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스터 션샤인’ 촬영을 마쳤다는 그는 출연이 결정된 다음 드라마가 시작되기까진, 영화 홍보에 전념하려 한다고 했다. 대학로에서 그가 이끄는 극단도 있다. 수차례 다른 해석으로 공연한 ‘사람을 찾습니다’ 등 꾸준히 연극 연출을 하고 있다. 여전히 무대를 놓지 않는 이유론 “살면서 힘들 때 고향이나, 추억이 깃든 초등학교에 다시 가보곤 하는 것과 같다. 제가 시작한 곳을 들여다보는 게 즐겁고, 꾸준히 단절시키지 않으려 하는 것. 저는 한 번도 연극을 떠나온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쫓아가는 이야기에 끌린다. 연기도 세상의 온갖 감정을 사람의 몸,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이 여전히 흥미롭다”고 했다. “언젠가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스크린에 함께 서는 걸 보고 싶다”면서 영화 연출의 꿈도 내비쳤다.


“저보다 더 연령대 높은 분 중에도 너무 훌륭한 연기자가 많아요. 봉준호 감독 영화의 변희봉 선생님처럼, 그런 분들이 중요한 역을 할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목마름이 있죠. 지금 영화?드라마에 주를 이루는 20~30대의 이야기가 자극적이고, 진취적이라면, 인생을 깊이 있게 다루는 얘기에는 또 40~50대가 유리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배우로선 저도 본격 멜로, 코미디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더 다양한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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