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블리도 '팔이 피플'···인스타 장터는 왜 진흙탕 됐나
저비용 고효율 인스타에 몰려
팔이는 사생활 노출 마케팅
팬은 화려한 팔이 삶에 열광
진짜 아는 사람으로 믿다가
제품 하자에 극도의 배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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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랑드보떼 운영자 릴랑[인스타그램] |
임블리를 운영하는 부건에프엔씨의 임블리[인스타그램] |
특정한 계기로 팬덤을 얻고, 축적된 팬심을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인스타 장터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큰 자본 없어도 안목과 호감 가는 캐릭터만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각종 ‘인스타 보부상’이 양산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만명이 확보되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연간 10조원이 넘는 모바일 쇼핑 거래의 한 조각만 차지하면 되기 때문이다. 네이버 쇼핑박스에 쇼핑몰 정보를 올리는 비용이 치솟은 것도 사업자가 인스타그램으로 몰린 배경 중 하나다. 인스타는 임블리와 같은 대박이 아닌 ‘중박’만 터뜨려도 괜찮은 저비용, 고효율 비즈니스라는 인식이 강하다.
다만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만큼, 피도 눈물도 없는 레드오션이다. 물건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은 한정적(대부분 동대문)이라 품질이나 제품 차별화는 쉽지 않다. ‘괜찮은 가격의 트렌디한 제품’을 지속적 공급해야 현상 유지할 수 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유명 브랜드 카피 제품, 묻지마 건강식품 판매가 난무한다. 이런 식으로 돈만 되면 무엇이든 가져다 팔다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 또 주문이 몰리면 이에 상응하는 품질 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도 이럴 여력이 있는 개인 판매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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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중인 팔이 중 자연 발생적 인플루언서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속내야 어떻든 대부분 우연히 인스타에 올린 사진에 등장하는 제품 정보를 알려달라는 댓글이 쇄도해 공구로 이어졌고, 공구와 매입을 반복하다 판매자가 됐다는 보편적 ‘팔이의 서사’를 보유하고 있다.
일반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사생활 팔이는 주요 마케팅 수단이 된다. 성장 과정, 가정 환경, 우정, 실패와 성공, 연애와 이별, 육아, 결혼생활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생활은 낱낱이 공개된다. 공개된 정보가 사실인지는 무관하게 소비자는 ‘잘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아이가 아파서 먹였다는 건강식품, 판매자가 피부 트러블에 직접 쓴 화장품, 매일 해 먹는 요리 등이 올라오는 피드를 보다 팬이 되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판매자를 믿는 추종자가 된다. 다른 곳에서 훨씬 싸게 살 수 있는 제품이라도 꼭 좋아하는 판매자에게서 산다거나 하자에 항의하는 사람들과 싸우며 대리전을 치르기도 한다. 이들을 향해 ‘시녀’라는 비하적 명칭이 따라붙는 배경이다.
‘팬(소비자)이 원해서’라는 단서가 달리지만, 이것도 결국은 장사다. 더군다나 진짜 팬의 요구인지 일일이 확인하긴 어렵다. 소셜미디어에서 ‘댓글’과 ‘좋아요’는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검색 몇 번으로 한국인 팔로워ㆍ좋아요 100개는 약 13만원, 외국인 팔로워ㆍ좋아요 100개는 1만4000원에 파는 소셜미디어 PR사를 만날 수 있다. 사업을 시작하는 인스타그램 팔이가 초기에 반응을 사 계정을 띄우는 일은 흔하다. 팔로워 수가 곧 힘, 신용장으로 통해 벌어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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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블리를 겨냥한 대표적 까계정 ‘임블리쏘리’를 운영하는 A씨는 평범한 30대 전업주부다. 그가 잠도 안자면서 임블리 저격에 나선 이유는 전적으로 배신감 때문이다.
계정 소개까지 ‘임블리빠에서 변질된 VVIP’다. A씨의 계정엔 임블리 원피스를 구매해 입고 올린 사진이 아직 남아있다. A씨는 “처음에는 손해에 대한 피드백이 명명백백하게 오지 않아 답답해서 댓글 달다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불리한 댓글을 삭제해버리는 판매자 태도에 화가 난 경우다. A씨는 그동안 판매된 제품 하자에 대한 제보에서부터 직원에 대한 갑질 사례까지 다양한 폭로를 모아 연일 몇 건씩 임블리 저격글을 터뜨리고 있다. A씨는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해주고 장사도 양심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소비자 기만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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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들은 자신들은 단순한 안티가 아닌 ‘공익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임블리 폭로 계정 ‘시발블리임’을 운영하는 B씨(30대 회사원)는 “10년 전 임씨의 따따따(여성 쇼핑몰) 모델 시절부터 팬이었고 임블리가 생기면서 초창기 가입 멤버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B씨는 “집에 임블리 옷이 50벌 넘게 있고 이 순간 입고 있는 티셔츠조차 임블리 제품”이라며 “유명해지면 어느 순간 가격이 올라가고 불량에 대해 문의를 해도 대응도 제대로 안 해 크게 실망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특히 “직원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많았다는 제보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자 치유를 겨냥한 ‘치유 뉴스2’를 운영하는 C씨(30대 자영업자)는 “내가 까계정을 하고 있는 것은 가장 친한 친구한테도 말하지 못할 정도로 쪽팔린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멈출 수 없다는 이유는 역시 거짓말에 대한 분노다. C씨는 “크고 작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 치가 떨린다”며 “인스타 장사꾼들이 옷 팔다가 명란젓을 팔지 않나, 줏대 없이 돈 되는 건 다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이미 한 차례 계정이 정지돼 새로 계정을 만들어 활동하는 C씨는 다시 정지될 것에 대비해 ‘치유 뉴스3’을 만들어 둔 상태다. 취재에 응한 까들은 입을 모아 ‘마치 가족이나 친구한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창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는 “팔로워들은 인플루언서가 돈을 받는 것을 알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적 신뢰를 기반으로 구매한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어떤 때보다 분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병관 광운대 심리학과 교수도 “인스타 셀러는 얼굴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제품의 하자를 인플루언서의 도덕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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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ㆍ최연수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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