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등산사] 2019년 4월, 그 섬은 섬이 아니게 된다
일상등산사
■ 무의도
바다이면서 산이 되는 서해의 섬
산행·암벽등반·백패킹·라이딩…
찾아보면 무궁무진한 즐길거리
내년 육지 잇는 다리 들어서면
섬은 섬이라는 이름만 남길뿐
배 탈 기회는 마지막일 수도
여름은 섬의 계절이다.
섬은 바다이면서 산이다. 바다에서 몇 걸음만 나오면 바로 산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바다와 산의 경계선은 발가벗은 붉은 해벽이다. 섬의 적나라한 속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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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었다. 하여 무의도(舞衣島)라 한다. 그런데 그 옷을 누가 훔쳐갔다. 그래서 무의도(無依島)로 불리기도 한다. 장수가 관복을 입고 춤추는 모양새가 어떤지는 확실치는 않으나, 그런 모습이라 하여 다시 무의도(舞衣島)라고도 한다.
함세덕(1915~1950)은 희곡 ‘무의도 기행’ 첫 줄을 이렇게 시작한다.
‘서해안에 면한 무의도(舞衣島:떼무리라고 부른다)라는 조고만 섬….’
떼무리는 소무의도를 말한다. 큰떼무리는 대무의도다. ‘무리’가 ‘무의’로 변했고 ‘무의’에 다시 한자를 입혔다는 설이 설득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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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까지, 무의도에 가는 길은 머나멀었다. 복잡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큰 배’를 타고 갔다. 중간에 환승을 해야 했다.
무의도에서 자란 지인은 실눈을 뜨며 가물가물해진 기억을 더듬었다.
“연안부두에서 큰 배를 타고 무의도로 가다보면 통통배가 마중 나왔다. 큰 배 선체에 문짝처럼 생긴 나무판을 탈부착 형태로 갖다 놨는데, 그걸로 배와 배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 배는 인천 용유의 잠진도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잠진도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는 10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뱃머리를 반 바퀴 돌린 뒤 건너편 큰무리 선착장에 사람과 배를 토해낸다.
무의도의 길은 사실상 하나다. 실미도와 하나개해수욕장으로 빠지는 길이 있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은 큰길 하나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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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는 이 버스의 종점입니다. 소무의도는 여기서 내려 걸어서 가야합니다.”
큰무리 선착장에서부터 페달을 밟은 무의도 버스 운전기사의 이 말은 언제나 반복된다. 하지만 방송을 제대로 못 듣고 있다가 운전기사에게 재차, 삼차 묻는 사람들도 언제나 등장한다.
무의도 산행은 이곳에서 시작한다. 섬 머리인 큰무리 선착장이 아니라 발끝인 소무의도 입구에서부터 거슬러 올라 섬 머리로 향해야 배편 귀갓길이 편해진다. 호룡곡산(245m)과 국사봉(236m) 두 개의 꼭짓점을 지나면 섬 종주산행이 완성된다. 이 두 봉우리 사이에는 하나개해수욕장 진입로가 가로지른다. 호룡곡산에서 내려서 다시 국사봉을 오르자니, 바다의 유혹이 밀려 올 듯하다. 아예 해안 등산로로 접어들어도 된다. 때죽나무와 해송 빼곡한 계곡을 내려서면 바다와 어깨를 맞대고 걷는 길이 나온다. ‘환상의길’로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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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 촤, 촤. 물이 들어온다. 하지만 바닷물은 등반의 경계선을 넘지 않는다. 물때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해벽 등반하려는 이들은 물때를 잘 보고 가야할 것이다.
이 리아시스식 해안의 해벽에는 60여 개의 등반길이 있다. 윤길수(61)씨가 개척했다. 이 해안을 따라 바다 위에 550m의 나무데크 다리가 생겼다. 인천시 중구에서 30억 원을 들여 만든 해상관광탐방로다. 이 탐방로에서 해벽 등반 모습을 볼 수 있다. 갯벌에 물이 찰 때면 탐방로 기둥 3m까지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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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개해수욕장의 모래도 붉다. 벌거숭이 아이들은 그 모래 위에서 발갛게 익어간다. 해수욕장 입구, 자전거 부대가 나타난다. 라이더들은 대개 큰무리 선착장에서 소무의도까지 찍고 돌아간다. 가슴 팔딱이는 고갯마루 네 곳을 넘어야 한다. 그 중 세 번째, 하나개해수욕장 갈림길 지나 만나는 비탈은 만만치 않다. 이들은 그곳에서 심장을 한껏 부풀리고 왔을 터이다.
무의도에는 다리가 계속 생겼다. 2012년 소무의도를 연결하는 다리가 들어섰다. 2018년 해상관광탐방로가 생겼다. 그 사이 하나개해수욕장과 환상의길을 연결하는 다리가, 산길의 작은 계곡을 뛰어넘는 작은 다리가 여러 곳 만들어졌다. 내년, 2019년 4월에는 잠진도와 무의도를 잇는 다리가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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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개해수욕장 앞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다리가 생겨도 배는 계속 다니면 좋겠어요. 1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시간이지만, 배를 타고 무의도로 오는 건 큰 즐거움이거든요.”
등산, 암벽등반, 백패킹, 해수욕, 자전거 라이딩, 짚라인, 드라이브, 해상탐방, 조개잡기…. 수도권에서 가장 가깝다는 섬에서 우리는 하고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그 구성들의 조합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바다를 메운 곳은 더 이상 바다가 아닌 것처럼, 뭍과 다리로 이어진 섬은 더 이상 섬이 아니다. 그 섬이 사라지기 전에 한 번 가볼 일이다. 올 여름이 마지막 기회일 것 같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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