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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등산사] "국립공원에 산적 출몰···돈 뺏겼다" 등산객들의 분통, 왜

■ 문화재 관람료

"산적 출물" 청와대에 폐지 국민청원

조계종은 "정부가 관람료 보전해줘야"


시민단체,사찰 상대 "반환하라" 승소

사찰선 5년 지나도 계속 관람료 받아

수십년 대립…타협점 찾기 쉽지 않아










간만에 등산한다며 설악산에 다녀왔다는 A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아니, 입장료 폐지했다더니 왜 돈을 내라는 거야.”


A씨의 산행은 정말 ‘간만’이었나 보다.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는 이미 2007년 1월 1일자로 시행됐다. A씨가 말한 건 문화재 관람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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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신흥사 문화재 관람료 영수증. 성인 한 명당 3500원을 내야 한다. 김홍준 기자

산행의 계절 가을에 국립공원 문화재 관람료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국립공원 문화재관람료 폐지’ ’국립공원 설악산 입장료 징수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진행 중이다. 올 봄에도 청원이 뜨거웠다.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에 대해 "산적이 출몰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사찰 측은 여전히 “문화재 관리와 보수를 위해 (관람료를) 받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합동징수였다. 1970년에는 속리산 탐방객을 상대로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함께 받았다. 1987년 설악산 신흥사를 비롯, 15개 사찰로 합동징수가 확대됐다. 당시에도 “국민여론을 고려하지 않았고 법률적 근거 없는, 관련 부처 간의 일방적 결정”이라는 반발이 거셌다.


1997년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분리 징수”를 시도했지만 사찰 측에서 “산문 폐쇄”로 대응하며 유야무야 됐다. 합동징수액은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 전인 2005년에만 238억에 이르렀다.


2007년에 입장료가 폐지됐다. 이 땅의 고귀한 자연유산을, 국민들이 한껏 누릴 수 있게 해준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란 논란이 일었다. 입장료를 받아 운영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됐다. 탐방객들은 지갑에서 직접 돈을 안 뺄 뿐이었다. 자신들이 낸 세금이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의 다수가 내던 입장료는, 불특정 다수가 내는 세금으로 모양새가 바뀌게 됐다. 수혜자부담 원칙의 역설이다.


여하튼, 입장료가 폐지되자 국립공원 직원들이 ‘매표소’에서 나왔다. 대신 그곳에 사찰 관계자들이 들어섰다. 모든 ‘계산대’는 가게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공원 매표소도 마찬가지로 입구에 지어졌다. 이게 문제가 됐다. 등산객들은 사찰 문화재 관람 의사가 전혀 없는데, ‘관람료’를 지불하고 산에 들어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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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산악연맹 회원들이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게다가 사찰 측에서 매표소 운영비와 인건비가 들어간다며 문화재 관람료를 올렸다. 입장료가 폐지된 2007년에만 지리산 화엄사의 경우 2200원에서 3000원으로, 내장사 내장사는 1600원에서 2000원으로, 월출산 도갑사는 1400원에서 2000원으로 관람료를 인상했다. 현재 국립공원 내 사찰은 1000원~5000원의 관람료를 받고 있다.


소송이 이어졌다. 2000년 참여연대가 지리산 천은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천은사는 본사와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 있는 861번 도로 중간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다. 당시 소송을 진행한 관계자는 “당시 천은사측은 탐방객들이 861번 도로에서 본사찰은 못 보더라도 암자격인 도계암·상일암은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소송금액은 단돈 1000원, 당시 관람료였다. 참여연대가 항소 끝에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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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법주사 매표소에서 등산객들이 무료입장을 막는 검표원들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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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은사 입장권. 천은사는 시민단체가 제기한 부당이득 청구소송에서 패소했음에도 문화재 관람료를 계속 받고 있다. 중앙포토

1심 법원은 “문화재관람계약의 성립에 있어 설사 관람을 할 생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경우에는 타인이 보았을 때는 전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입장표를 발급받은 이상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2심 재판부의 의견은 달랐다. 재판부는 “도로가 사찰의 경내지를 통과한다는 사실만으로 도로 이용자를 예외 없이 관람자로 취급하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으며, 이런 점을 고려해 사찰이 징수방식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집단소송제가 도입되지 않아 개개인이 일일이 소송을 제기해야했다.


2013년엔 집단소송을 낸 73명도 천은사에게 승소했다. 재판부는 “도로 부지 중 일부가 천은사 소유라고 하더라도 지방도로는 일반인의 교통을 위해 제공 된다”면서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관람료를 내야만 도로를 통행할 수 있게 한 것은 불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천은사의 ‘통행료’는 여전하다. 이 판결은 원고로 참여한 사람들에 한해서만 효력이 있어 모든 사람을 위한 통행방해금지를 청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까지도 천은사가 관람료를 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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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은사 입장권. 천은사는 시민단체가 제기한 부당이득 청구소송에서 패소했음에도 문화재 관람료를 계속 받고 있다. 사진 전남동부사회문제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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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내 사찰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곳이 27곳이다. 도립·군립공원까지 합치면 총 64곳이다. 시민단체들은 이곳에서 받는 관람료가 한해 400억~500억원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계종은 문화재 관람료가 얼만큼, 어디에 쓰였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화재관람료 갈등 해법으로 관람료를 받지 않는 대신 국가나 지자체가 전통문화보존을 지원하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척이 없다. 문화재관람료 폐지 민원은 이미 반세기째 지속되고 있는 현실이다.조계종은 단순히 매표소 위치를 조정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계종은 2007년 입장료 폐지 이후부터 “정부와 지자체에서 문화재 보수 유지, 지원이 부족해 사찰이 부담을 안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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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은 올해 공원 및 문화재 관련 정책개선을 위한 대책위원회 소위를 꾸렸다. 지난 7월 “올해 안에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고 대정부 협의체 구성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은 또 “문화재 관람료 징수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보상해야 한다”며 “문화재보호법, 자연보호법, 전통사찰법, 도시공원법 등에 보상근거를 법률로 명문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계종은 현행 징수 형태를 유지하든, 정부 지원을 받든 관람료 보전을 원한다. 매표소 위치를 산 입구에서 절 입구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옮길 시 관람료는 기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시민단체는 관람료 폐지를 원한다. 원론적인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어 타협이 쉽지 않아 보인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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