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999?…'KTX 007, SRT 333' 고속열차 '번호'의 비밀
지난해 1월 5일 중앙선에서 준고속열차인 KTX-이음이 운행을 시작하면서 KTX의 열차번호 부여체계가 전면 개편됐다. 연합뉴스 |
'KTX 101' → 'KTX 001'.
고속열차는 물론 일반열차와 화물열차, 전철 등 매일 운행에 나서는 기차에는 '열차번호'가 붙습니다. 코레일과 SR 등 철도운영사가 부여하는 열차번호에는 여러 정보가 담겨있는데요.
이 가운데 코레일을 보면 열차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숫자의 자릿수와 번호 대가 다릅니다. 특히 고속열차의 경우 2004년 경부고속철도 개통 이후 호남선과 전라선·강릉선 등을 거치면서 세 자리 숫자를 사용했고, 지난해 초까지 101~899번을 썼습니다.
서울~부산을 오가는 경부선 고속열차는 101~174번을 사용했고, 경부선이지만 고속선로가 아닌 예전의 경부선 철도를 경유해서 부산까지는 가는 KTX에는 따로 번호가 붙었는데요.
고속열차는 세자리의 열차번호를 사용하며 노선별로 번호대가 달리 부여된다. 연합뉴스 |
영등포와 수원을 거쳐서 가는 경부선 KTX에는 231~238번이 부여됐고, 밀양과 구포 경유 KTX는 251~262번을 사용했습니다. 서울에서 마산, 진주로 가는 경전선은 401~424번까지를 붙였고요.
광주와 목포행 호남선은 500번대의 번호를, 여수엑스포로 가는 전라선은 700번대 번호를 썼습니다. 또 2017년 말 개통한 강릉선 KTX는 800번대를 부여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KTX 101은 경부선을 오가는 고속열차라는 의미인 데다 1번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운행하는 여객열차 가운데 ‘제1 열차’라는 지위도 갖는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KTX 개통 전에는 서울발 부산행 새마을호 첫차가 제1 열차의 지위를 누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초 중앙선에서 시속 250㎞대의 준고속열차인 'KTX-이음'이 운행을 시작하면서 이 번호 체계가 확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001~100번까지 번호를 쓰고, 행선지별로 대표되던 앞자리 번호도 다 변경된 겁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코레일 관계자는 "중앙선에서 KTX-이음이 운행하고, 이어서 중부내륙선도 개통 예정이다 보니 기존 번호 체계로는 사용 가능한 번호 대가 없어서 전면 개편하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이에 따라 경부선은 기존선 경유 열차를 포함해서 001에서 200번까지 부여합니다. 또 서울에서 마산·진주로 가는 KTX는 기존 400번대가 아닌 201~230번과 281~290번을 사용합니다. 역시 400번대였던 서울~포항 노선은 231~260번, 291~300번까지 번호가 붙습니다.
대신 400번대는 호남선에 부여되는데 401번에서 500번까지를 씁니다. 전라선은 501번에서 600번까지 사용합니다. 전라선이 쓰던 700번대 번호는 중앙선과 중부내륙선에 붙는데요.
청량리~안동 노선은 701~730번과 781~800번을 부여하고, 부발~충주 노선은 731~750을 씁니다. 강릉선은 종전대로 801번에서 900번까지를 사용합니다. 이처럼 번호체계가 바뀌면서 1호 열차의 번호도 'KTX 101'에서 'KTX 001'로 변경됐습니다.
SRT 객차 외부의 작은 전광판에 열차번호가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
참고로 수서역에서 부산과 목포를 오가는 수서고속열차인 SRT도 KTX와 마찬가지로 세 자리 숫자를 사용하는데요. KTX가 사용하지 않는 번호 대를 활용해 경부선(수서~부산)은 301~380번까지를 씁니다.
호남선은 종착역에 따라 수서~광주송정은 601~622번을, 수서~목포는 651~668번을 붙입니다. 평일에 1회씩 동탄에서 수서까지 운행하는 출근열차는 690번입니다.
그리고 열차번호가 홀수이면 하행이고, 짝수이면 서울로 향하는 상행을 의미합니다. 또 열차시간표는 하행열차를 먼저 게재한 뒤 상행열차를 적는다고 합니다.
이 같은 열차번호의 의미와 새로 변경된 사항을 알고 있으면 복잡한 역에서 자신이 타야 할 기차를 혼동하는 일이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 원래 출발시각에 다른 기차가 해당 플랫폼에 들어오는 일이 종종 있는데요. 이때 열차번호만 꼼꼼히 확인해도 기차를 잘못 타는 일은 없을 듯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