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강호동·이경규 “쇼는 계속돼야 한다”
예능 3대 명인의 잇따른 도전
길거리 현장 퀴즈쇼 나선 유재석
넷플릭스·케이블로 활동폭 넓혀
야외 버라이어티의 달인 강호동
밀실 탈출 퀴즈쇼로 새로운 행보
‘한끼줍쇼’ ‘도시어부’의 이경규
음악채널서 10~20대와도 호흡
예능 3대 천왕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개그맨 유재석(46), 강호동(48), 이경규(58)가 나란히 새로운 방송사 혹은 제작진과 손잡고 미지의 영역에 첫발을 디뎠다. 지상파 방송 3사에서 고루 대상을 받은 경력을 자랑하는 굵직한 예능인들이 움직이면서 관찰 예능의 덫에 빠진 방송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유재석의 행보다. 13년에 걸쳐 진행한 MBC ‘무한도전’의 대장정을 지난 3월 마친 그가 어떤 새 프로그램을 택할 것인지는 방송계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비단 ‘무한도전’이 아니어도 KBS2 ‘해피투게더3’(2007~), SBS ‘런닝맨’(2010~) 등 방송사별로 굵직굵직한 간판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기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달 29일 첫 방송을 한 ‘유퀴즈’는 로드 퀴즈쇼를 표방한다. 유재석·조세호가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퀴즈 5문항을 출제, 모두 맞추면 ATM에서 상금 100만원을 인출해 전달한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최적화돼 있던 유재석이 시민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리얼리티’로 한 발짝 옮겨 선 셈이다. “기존 ‘무한도전’의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하는 스핀오프 같은 느낌”(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이라는 반응과 “리얼리티와 캐릭터 쇼가 만난 신선한 조합”(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이라는 평가가 맞서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몇 년간 달라진 모습도 강호동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KBS2 ‘1박 2일’(2007~2011), tvN ‘신서유기’(2015~) 등을 통해 나영석 PD와 오랜 호흡을 맞춰온 그에게 변화의 계기가 된 프로그램은 JTBC ‘아는 형님’(2015~)과 ‘한끼줍쇼’(2016~). ‘아는 형님’에서는 김희철·민경훈 등 강호동을 무서워하지 않는 후배들의 놀림감이 되고, ‘한끼줍쇼’에서는 자신을 연예계로 입문시킨 이경규를 보필하면서 프로그램을 혼자 주도하기보다 함께 가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지난 7월 시작한 tvN ‘대탈출’은 이 같은 장점이 잘 발현되는 프로그램이다. 방 탈출 게임에서 착안해 출연진이 밀실에 갇혀 퀴즈를 풀어야만 탈출할 수 있는 콘셉트가 야외 버라이어티에 익숙한 강호동에게 새로운 자극을 제공했다. 처음엔 무력으로 탈출을 시도했던 그는 유병재·신동 등과 함께 ‘브레인’ 멤버로 거듭나고 있다. 폐병원·악령감옥 등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촬영 장소 역시 볼거리다.
게임 진행 과정을 단계별로 쫓아가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청자에겐 초반 진입 장벽이 있지만, 몰입도 또한 높은 편이다. 덕분에 시청률은 2%대 초반인데도 일찌감치 시즌2 제작을 확정 지었다.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등 두뇌를 쓰는 프로그램을 주로 연출해온 정종연 PD는 “강호동은 녹화 전날 방 탈출 카페에 다녀올 정도로 승부욕과 도전정신이 강하다”며 “힘과 용기, 리더십과 지혜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경규 본인에게도 새로운 채널 진출은 약이 됐다. 진행자로 한발 물러서 있던 그는 SBS ‘아빠를 부탁해’(2015)로 첫 리얼리티 도전 이후 ‘한끼줍쇼’,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2017~), 올리브 ‘달팽이 호텔’(2018) 등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특히 ‘도시어부’는 낚시광인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정글의 법칙’ 촬영을 갔다 만난 래퍼 마이크로닷을 제작진에 직접 추천하고, 평소 녹화가 길어지는 걸 질색하는 것과 달리 이 프로는 촬영 며칠 전부터 선발대로 답사를 갈 정도다. 현재 방영 중인 알래스카 편은 할리벗·대왕문어 등 어복까지 터지며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5.3%)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평소 자신의 캐릭터를 살리면서도 장소에 따라 전혀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놀라운 적응력이자 노련함”이라고 평가했다. 한 유료방송 PD는 “요즘은 시청자들도 방송 제작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무엇이 연출인지 아닌지 다 안다”며 “이경규는 무리한 설정 없이 녹화 전후가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전부 다 보여주는 요즘 트렌드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