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보다 바로 사게 한다···MZ세대 사로잡은 ‘무신사 파워’
29초.
찰랑찰랑 화장품을 흔드는 소리가 나오는 영상 다음에 커플의 데이트 장면이 나온다. 정갈한 음식차림을 보다 넘기면 현대무용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짧은 영상을 보다 마음에 들면 하단에 상품모양의 사진을 눌러 바로 구매한다. 지난 17일 새로 시작한 온라인 편집샵 '29CM'의 V커머스(video commerce·비디오 콘텐트를 활용한 전자상거래 유형) '29TV'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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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1980~2000년생 밀레니얼 세대+1995~2004년생 Z세대)를 타깃으로 한 ‘미디어 커머스’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10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이름 올린 ‘무신사’,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블랭크코퍼레이션’, 독창적 스타일로 주목받은 온라인패션몰 29CM(지난해 스타일쉐어가 인수)은 많은 스타트업 중 특히 MZ세대의 열광적 지지를 얻고 있는 곳이다. 이들은 어떻게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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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온라인이 온라인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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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를 사로 잡은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태생이 '온라인'이라는 점이다. 커뮤니티로 성장해 유니콘까지 등극한 '무신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무신사는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 동호회에서 시작됐다. 블랭크코퍼레이션도 남대광(36) 대표가 '세상에서 가장 웃긴 동영상(세웃동)'등을 운영하며 소비자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회사다. 29CM도 C가 콘텐트, M이 미디어의 약자로 특정 브랜드를 위한 스토리텔링(온라인 프레젠테이션) 콘텐트로 주목받으며 성장했다.
온라인 태생의 강점은 콘텐트 소비와 쇼핑의 경계를 무너뜨리는데 거침없다는 점이다. MZ세대는 패션 트렌드나, 흥미 있는 이야기를 보기 위해 인터넷을 서핑하다 이들 회사의 상품을 구매한다. '재미'와 '흥미' 없이는 이들의 구매욕을 불러 일으키기 어렵다. 삼성 패션연구소는 지난달 '2020년 패션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온라인 기반으로 성장한 패션 플랫폼이 유튜브 영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며 소비자 유입을 가속화한다"며 "온라인 강자들의 승자독식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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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좌판에 사람 모으는 건 '이미지와 영상'
이들 스타트업은 이미지와 영상에 강하다. 29CM의 경우 2014년 앱을 선보였을 때 '쇼핑에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앱 상의 글자를 의도적으로 흔들리게 표현했으며 광활한 여백을 썼다. 하지만 그해 앱 다운로드 1위, 온라인 쇼핑몰 최초로 레드닷 어워드 모바일 ·앱 부문 수상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색다른 이미지가 MZ세대의 시선을 끈 것이다. 최근 시작한 29TV도 세로 화면에 상품 소개 정보는 거의 없다. 대신 브랜드의 '감성'과 '스토리'를 강조했다. 10대가 선호하는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처럼 기억에 남는 강한 이미지의 영상을 반복재생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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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에 특화된 '영상 기획'도 강점이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지난해 선보인 패션 서바이벌 콘텐트 '고등학생 간지대회'는 13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았다. 누적 조회 수는 3000만건이 넘었다. 시즌 우승자 '유비'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출시도 준비 중이다. 미디어가 사람을 모으고 모은 사람을 중심으로 여러 상거래가 일어나는 선순환 구조다. 무신사도 최근 콘텐트 제작과 관련 '미디어 부문'을 신설하고 김현수 29CM 부사장을 부문장으로 영입했다. 이미 12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무신사TV채널을 활용해 본격적인 콘텐트 기업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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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상품은 도울 뿐.... 콘텐트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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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커머스에서 상품의 질은 기본이다. 질 좋은 상품이 아니면 판매가 안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콘텐트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이 히트시킨 '퓨어썸 샤워기'의 경우 성일화학이라는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샤워기다. 무명의 샤워기가 히트상품으로 탈바꿈한 건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제작한 '한강 물을 정수해 샤워하는 실험 영상'이 결합하면서다. 2년 새 '퓨어썸 샤워기'는 150만개 이상 팔렸다. 무신사TV의 콘텐트도 '쇼미더클로젯(패션스타의 옷장 공개)'이나 '무신사출근룩' 등도 상품 자체에 대한 영상이 아니라 '재미'를 강조한다. 정원식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교수는 "미디어 커머스의 경우 네트워크에 기반해 공유와 추천이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커머스 이전에 콘텐트로서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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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데이터, 데이터
미디어 커머스의 또 다른 강점은 '데이터'다. 구매 데이터와 달리 콘텐트 소비 데이터는 '취향'을 보다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다. 콘텐트 시청과 구매전환 등의 효과도 확인할 수 있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영상에서 소비자 피드백을 발견하고 이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품을 기획한다. 지난해 무신사는 주당 500~600건, 6만 6000개의 콘텐트를 내놨다. 이를 통해 신제품 반응, 소비자 요청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무신사는 올해 인공지능(AI)을 도입해 빅데이터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로 나갈 계획이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TV와 달리 규제가 적고 제작비용이 적기에 미디어 커머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MZ세대 사용자들이 익숙한 모바일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 미디어 커머스(Media commerce)는?
미디어 콘텐츠와 전자상거래가 결합한 형태. 주로 '콘텐트'를 앞세워 제품을 큐레이션하고 마케팅효과를 최대화하는 e커머스 방식이다. 홈쇼핑채널 등 텔레비전을 이용한 상거래 'T커머스(TV commerce)'와 동영상을 중심으로 모바일,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상거래를 하는 'V커머스(Video Commerce)'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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