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 봄동, 분홍 노루귀, 초록 파래… 알록달록 물든 진도
남녘 섬 봄맞이 여행
찬바람 이겨내고 달게 여문 봄동
숲속 길섶 야생화 지천으로 피어
알 찬 꽃게 올라오는 활기찬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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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는 마침 수확이 한창이었다. 봄동이며 물김이며 꽃게며, 온갖 봄것으로 그득했다. 숲길엔 야생화도 지천으로 있었다. 어느 식당에 가든 봄 먹거리가 한 상 가득 들려 나왔다. 들녘을 누비고, 갯가를 기웃거리며 봄을 담아왔다. 진도의 봄은 이미 익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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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면 연동리로 드니, 막바지 봄동 수확이 한창이었다. 금방 뜯은 봄동은 연둣빛과 노란빛 이파리가 어우러져 꽃처럼 고왔다. 겨울 추위가 덜했던 모양인지 올해는 봄동 인기가 예전만 못하단다. 그래서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 한창땐 1.5㎏에 2만원이 넘었는데, 요즘은 1만원 아래로 떨어질 때도 잦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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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쏟아질 때 가야지요. 봄 야생화는 해를 봐야 더 곱게 잎이 벌어져요.”
11㎞ 길이의 접도웰빙길을 일군 장재호(69) 해설사와 함께 오전 11시부터 숲길을 걸었다. 수품항~여미재~쥐바위~동백숲을 왕복하는 약 3㎞ 길이의 코스는 대부분 순한 흙길이었다. 20여 분 오르니 어느새 해발 159m의 쥐바위가 나왔다. 360도 거칠 것 없는 다도해 풍경. 가까운 황범도부터 모도, 금호도까지 진도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괜히 남쪽(南)을 바라보는(望) 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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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해설사가 땅을 가리켰다. 병풍바위 아래 양지바른 길섶에 용케도 춘란과 현호색이 자라고 있었다. 밤새 꽃부리를 오므렸다 날이 밝으면 여는 산자고(까치무릇), 긴 솜털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 노루귀도 보였다. 앙증맞고도 경이로웠다. 이 손톱만 한 것들이, 잔바람에도 휘청거리는 것들이 어찌 찬바람을 이겨내고 꽃을 피웠을까. 허리를 구부리다 못해 털썩 주저앉아 한참 동안 들꽃을 들여다봤다. 꽃 내음이었을까. 막혔던 숨통이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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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찍어주소. 오늘 갑부될라니께.”
물김을 얼굴까지 뒤집어쓴 어부가 외친다. 오늘 수확이 좋은 모양이다. 물김은 이파리가 길고 풍성할수록 좋은 값을 받는단다. 김 한 포대(120㎏)는 10만원 안팎. 어선 한 척에 족히 1000만~3000만원어치의 물김이 실린다. 작업은 고되지만, 어민들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수확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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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면 한 바구니 뜯어가요.”
물가에서 봄나물을 다듬던 아주머니가 말했다. 김·굴에 비해 돈이 안 되는 파래는 아무나 들어가서 뜯어도 문제 삼지 않는단다. 동네 어르신 한 분이 소쿠리를 끌고 갯벌로 나갔다. 아침볕이 파래밭으로 쏟아졌다. 포근한 바람이 불었다. 모든 게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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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도 꽃게가 많이 잡히지만, 으뜸은 단연 봄 꽃게다. 산란을 앞둔 암게가 대거 잡히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는 3월 중순부터 5월까지 잡히는 놈을 최상품으로 친다. 이 시기 암게는 두꺼운 배딱지 전체가 붉게 비칠 정도로 알이 가득하다.
진도 남서쪽 서망항에 꽃게잡이 배가 모인다. 여기서 관매도·추자도 방향으로 2~3시간 거리의 먼바다까지 나가 꽃게를 잡는다. 한 배에는 대개 200~500개의 통발이 실린다. 통발에 고등어 따위를 미끼로 넣어 바다에 내리면 통발 가득 꽃게가 올라온다. 배 위로 건져낸 꽃게는 즉시 양 집게발을 잘라낸다. 서로 상처 내는 걸 막기 위해서다. 그만큼 사납고 건강하다. 통발 조업을 하는 김영서(63) 선장도 며칠 전 첫 꽃게를 낚았단다.
“문어·우럭·낙지만 올라오더니, 꽃게가 하나둘 걸리네요. 봄이 왔나 부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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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에서 이름난 맛집 ‘신호등회관’에서 봄 꽃게를 영접했다. 내장과 살만 발라 밥에 비벼 먹는 꽃게살비빔밥, 알이 꽉 찬 간장게장, 그리고 갖은 봄 반찬으로 상이 가득 찼다. 봄 꽃게는 향긋하고 보드라웠다. 밥 두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식욕이 되살아났다. 지금도 계속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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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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