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공소장이 살생부" 떨고 있는 100인의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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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00여명에 달하는 법관들에 대한 수사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관여 정도’ ‘혐의의 중대성’ 등에 따라 기소 대상자를 추리는 중이다.
일단 기소 검토 대상에 오른 건 먼저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등장하는 이들이다. 전ㆍ현직 대법관 10명, 고등법원 부장판사 24명, 지방법원 부장판사 44명을 합쳐 총 93명에 달한다. 또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징계를 청구한 판사 13명(이 중 8명이 실제 징계)이나 정치권에서 작성한 ‘탄핵 법관’ 명단에 오른 인물들은 내ㆍ외부에서 지목된 ‘핵심 연루자’들만큼 기소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먼저 차한성 전 대법관, 유해용 전 고법부장(현 변호사)은 검찰이 공식적으로 피의자라고 지목한 사람들이다. 차 전 대법관은 일본 식민지 시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유 변호사는 대법원 근무 시절 취급했던 사건을 수임하고 기밀 문건을 무단 반출한 혐의로 검찰이 수사 개시 이후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밖에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관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영장심사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재판거래와 판사 뒷조사 실무를 맡은 이규진ㆍ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이규진 부장판사는 옛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행정소송 선고 연기 및 판사 뒷조사 등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다. 특히 그는 양 전 대법원장을 독대하면서 대법원장의 지시사항을 한자 ‘대(大)'자로 수첩에 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민걸 부장판사는 행정처 기조실장으로 근무하며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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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근무하며 ‘판사 탄압’ 문건 등을 작성해 징계를 받은 판사들도 기소 대상으로 거론된다. 검찰 관계자는 “심의관급이라도 혐의가 아주 중대하면 기소하겠다, 심의관이라고 해도 직책이 부장판사들인만큼 (책임 소지가) 낮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핵심 ‘공범’으로 등장하는 법관들은 법적 처벌 대상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법원장의 공소장이 이른바 ‘살생부(殺生簿)’ 인 셈”이라고 말했다.
박사라·정진호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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