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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에는 하루 크림치즈빵 5000개 나가는 빵집도 있다

일일오끼 안동

음식으로 돌아본 안동의 역사와 문화


헛제삿밥·은어찜·안동찜닭·문어숙회…

고유의 양반 문화 어린 별미 음식 풍성


젊은 층은 한옥 카페, 벽화마을서 여유

‘미쉐린 가이드’의 빵집, 주말마다 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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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에는 독특한 정서가 있다. ‘안동 것’이 세상에서 제일인 줄 안다. 저마다 제 것이 최고라 하지만, 안동 사람의 안동 사랑은 유별나다. 이를테면 안동에는 제 이름을 앞세운 음식이 허다하다. 안동찜닭·안동문어·안동국시·안동식혜·안동소주…. 어지간하면 문패처럼 ‘안동’을 붙인다. 찜닭처럼 안동에서 유래해 ‘안동’을 내건 사례도 있지만, 같은 음식도 ‘안동 것’은 다르다는 특유의 자부심이 발동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사실 다르긴 다르다.

음식을 주제로 안동을 다녀왔다. 양반 문화의 고장이어서 음식에 밴 이야기도 푸짐하다. 어느 시인의 말마따나 안동은 ‘과거로서 현재를 대접하는 곳(유안진, ‘안동’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안동 별미만 먹고 온 것은 아니다. 강을 따라 걸었고, 역전 빵집을 들렀고, 예쁘게 꾸민 달동네도 올라갔다. 하나같이 안동의 신흥 명소로 떠오른 곳이다. 돌아보니 안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먹고 다녔다. 제일 먼 어제에서 안동 맛 여행을 시작한다.


낙동강 은어의 추억 - 은어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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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특산물은 하회탈이 아니다. 은어다. 안동 고유의 문화는 의외로 낙동강 칠백 리 물길과 깊이 닿아 있다.

안동 은어는 조선 시대 진상품이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은어를 싱싱한 상태로 한양의 임금에 바치려면 얼음이 필요했다. 안동에 석빙고를 뒀던 까닭이다. 보물 제305호다. 안동에선 요즘도 한겨울이면 낙동강에서 얼음을 채취해 석빙고에 저장하는 과정을 재현한 ‘장빙제’를 치른다. 다 은어에서 비롯된 유산이다.


지금은 낙동강에 은어가 올라오지 않는다. 옛날에는 손으로도 잡을 만큼 흔했다지만, 1976년 댐이 들어선 뒤로 사라졌다. 대신 음식에 낙동강 은어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안동의 몇몇 식당이 양식 은어로 매운탕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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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찜도 있다. 강신한(79)·임경숙(72) 내외의 ‘물고기식당’이 안동에서 꼽는 은어찜 명가다. 안동역 근처에서 32년째 은어찜을 한다. 은어만 먼저 찌고 양념을 얹은 다음 다시 쪄 은어 살이 하얗다. 은어의 수박 향을 살리는 비법이다. 갓 지은 냄비 밥과 3년 묵은 김치, 청국장도 훌륭하다. 그런데 은어는 어디서 구할까. “1년에 1500㎏씩 섬진강에서 갖고 와.” 임경숙 할머니의 시큰둥한 대답이다. 은어찜 2인분 1만2000원. 30분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제사상의 재구성 - 헛제삿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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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의 고장 안동을 상징하는 음식이라면 헛제삿밥이다. 제사가 하도 많아서 생긴 별미로 알려져 있다. 제삿밥이 생각나 제사가 없어도 제사 음식을 해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헛’이라는 접두사가 꽤 그럴듯한 서사를 구축한다.

그러나 헛제삿밥은 비교적 근래에 정착된 메뉴다. 제사 음식을 비벼서 먹었다는 옛 기록은 전해지지만, 오늘과 같은 헛제삿밥 상차림은 1970년대 이후에 나타났다. 무형문화재 제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상호(73) 인간문화재의 모친이 처음 만들어 팔았다는 설이 유력하다. 진성 이씨 집안이어서 그 집 상차림이 헛제삿밥의 기본이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지금의 헛제삿밥은 조선 양반의 식탐과는 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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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제삿밥은 일종의 비빔밥이다. 무·콩나물·도라지 등 6가지 나물이 담긴 놋그릇에 밥을 넣고 비벼 먹는다. 간장으로 비빈다는 점이 특이하다. 여기에 상어고기·간고등어·다시마 등 9가지 전과 맑은 탕국, 그리고 안동식혜가 기본으로 곁들인다. 안동의 전통 음식 대부분이 들어간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에서 헛제삿밥을 소개한 97년 이후 안동의 간판 메뉴가 됐다. 월영교 근처 ‘까치구멍집’에서 먹었다. 40년 넘게 헛제삿밥을 하는 집이다.


전국구 빵집 - 맘모스 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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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안동답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당대 안동 최고의 명소라 할 만하다. 안동역전 문화의 거리의 맹주 ‘맘모스 제과’는 서양 빵으로 안동을 대표한다. 맘모스 제과의 대표 메뉴 ‘크림치즈빵’은 주말 하루 4000∼5000개가 나간다. 빵 한 개에 2300원이면 싼 편이랄 수 없는데, 크림치즈빵 먹겠다고 빵집 앞으로 긴 줄이 선다.

맘모스 제과는 45년 전통을 자랑한다. 1974년 지금 이 자리에서 개장했다. 하여 안동의 중년에게 맘모스 제과는 추억의 미팅 장소로 남아 있다. 세대마다 찾는 빵이 다르다. 안동의 중년이 맘모스 제과를 단팥빵과 크로켓으로 기억한다면, 요즘의 청춘은 부드러운 크림치즈빵과 달콤새콤한 유자 파운드를 맨 먼저 떠올린다. 꾸준한 메뉴 개발이 롱런의 비결인 셈이다. 박민서(46) 생산부장은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쓰는 것”을 인기 비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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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모스 제과는 2011년 『미쉐린 그린 가이드 한국편』이 출간된 이후 전국구 빵집에 올라섰다. ‘그린 가이드’는 여행지에만 별점을 주지만, 식당도 소개한다. 맘모스 제과가 대전의 명물 빵집 ‘성심당’과 함께 지역 맛집으로 등장했다. 오전 11시에 빵이 가장 많이 나온다. 개장시간 오전 8시 30분∼오후 10시.

시장 투어 - 찜닭 vs 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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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역 앞에 도로를 사이에 두고 시장 두 곳이 마주한다. 안동역 쪽이 구(舊)시장이고, 도로 건너편이 신(新)시장이다. 구시장은 한국전쟁 이후에, 신시장은 안동이 시(市)로 승격한 62년 이후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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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장에 유명한 찜닭 골목이 있다. 안동찜닭은 80년대 개발된 메뉴다. 통닭 한 마리로는 부족한 청춘을 위해 당면과 채소를 넣어 양을 부풀린 음식이 찜닭이다. 지금도 구시장 찜닭 집에선 찜닭과 함께 절임 무만 달랑 나온다. 찜닭의 기원이 통닭이라는 증거다. 찜닭 골목에는 31개 찜닭 집이 모여 있다. 이들 찜닭 집만 ‘안동찜닭’이란 상호를 쓸 수 있다고 한다. 골목 모퉁이에 있는 ‘위생찜닭’에서 먹었다. 2∼3인분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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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문어 사랑은 각별하다. 제사상에도, 잔칫상에도 문어는 빠지지 않는다. 문어는 이름에 ‘글월 문(文)’ 자가 들어있어 양반이 좋아한다는 우스개도 전해온다. 신시장에 안동문어 골목이 있다. 12개 업체가 문어를 삶아서 판다. ‘중앙문어’ 남한진(52) 사장이 눈앞에서 문어를 삶았다. 센 불로 7∼8분 삶은 뒤 찬물에 박박 씻은 피문어 한 점을 맛봤다. 짭짤한 맛이 돌았다. 안동에서는 문어를 삶을 때 소금을 넣는다고 했다. 1㎏ 4∼7만원.

한옥 카페 & 할매 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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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지방 도시처럼 안동의 구도심도 쇠락하고 있다. 도시가 커지면서 애초에 도시가 들어섰던 자리는 비어간다. 그 휑한 자리에 안동시가 문화관광 콘텐트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안동역전 웅부공원 뒷마을이 이른바 ‘옥정동 한옥마을’이다. 법원·검찰청 등 관공서가 모여 있던 마을이지만, 빈집이 늘어나자 안동시가 한옥마을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한때 한정식집이었던 한옥에도 카페가 들어섰다. ‘카페 볕’. 디자인을 전공한 박성희(28) 사장의 감각이 도드라지는 어여쁜 한옥 카페다. ‘떠먹는 블루베리 치즈케이크(6000원)’ ‘더티초코라테(5000원)’처럼 젊은 여성이 좋아할 만한 메뉴가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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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 오른편에 달동네가 있다. 월영교와 함께 안동을 대표하는 인증샷 명소 ‘신세동 벽화마을’이다. 달동네 주민이 벽화 주인공이어서 정이 간다. 마을 어귀에 동네 할머니들이 ‘점빵’을 열었다. 이름하여 ‘할매네 점빵’이다. ‘손내림커피(4000원)’ ‘삶은 달걀(2개 1000원)’ 같은 먹을 것도 팔고, 주민과 입주 작가들이 만든 공예품도 판다. 꽃잎이 들어간 차량용 방향제(5000원)를 샀다. 한 달에 두 번 월영교 근처(둘째 토요일)와 마을(마지막 토요일)에서 벼룩시장을 연다.

안동=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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