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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면허증 준 사람이에요ㅎㅎ" 경찰이 보낸 공포의 카톡

고창경찰서 순경 민원인에 "맘에 든다" 메시지

운전면허 발급때 경찰에 건넨 전화번호로 연락

남자친구,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보 유출 불쾌"

중앙일보

고창경찰서 민원실 B순경이 지난 17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러 온 여성 민원인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 [사진 보배드림 캡처]

“안녕하세요!”


“죄송한데 누구시죠?”


“아, 저는 아까 국제운전면허증 발급해 준 사람이에요. ㅎㅎ”


“네 무슨 일이시죠?!”


“마음에 들어서 연락하고 싶어서 했는데 괜찮을까요?”


남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눈 대화다. 남자가 말을 걸자 여자는 당황해한다. 둘은 무슨 관계일까.


여성은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러 경찰서에 간 민원인, 말을 건 남자는 면허증을 발급해 준 경찰관이다. 현직 경찰관이 민원인의 개인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대체 두 사람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8일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경찰서 민원실 심각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개인 정보가 유출된 민원인의 남자 친구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여자 친구가 하도 어이없는 상황을 겪어서 글을 올린다”며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민원인의 개인 정보를 유출해 사적으로 이용해도 되는 거냐”며 분노했다.


작성자에 따르면 민원인 A씨는 17일 오후 5시 30분쯤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고창경찰서 민원실을 찾았다. A씨는 이름과 주소·전화번호 등을 적어 담당 직원에게 제출한 뒤 면허증을 발급받고 집에 돌아왔다. 이후 A씨는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사용자’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마음에 들어 연락한다’는 내용이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이날 A씨에게 면허증을 발급해 준 고창경찰서 민원실 소속 B순경으로 확인됐다.


작성자는 “메시지를 받는 순간 여자 친구가 너무 불쾌해했고, 저 역시 어이가 없었다”며 “아주 심각한 개인정보보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인 정보를 누설 또는 권한 없이 처리하거나 타인의 이용에 제공하는 등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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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는 “여자 친구는 집 주소까지 (서류에) 적었는데 찾아오는 건 아닌지 매우 두려워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과 사를 구분하는 보통 수준의 경찰관이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는데 (그 경찰관은) 상습적으로 마음에 드는 민원인이 있으면 이렇게 개인 정보를 유출해 사적으로 연락하는지 의심된다”며 “최근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끊이지 않는데 잠재적인 범죄자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일단 국민신문고에 처벌을 원한다고 민원을 냈다. 고창군은 시골 지역 사회라 구두 경고 (같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도 있는데 가벼운 처벌이 내려질 경우 직위해제를 요구하는 민원을 다시 넣겠다”고 밝혔다. 이 글을 본 커뮤니티 회원들은 ‘이런 게 민중의 지팡이라니’ ‘경찰이라면 더 가중 처벌받아야 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B순경을 상대로 경위 파악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B순경이 게시판 글에 대해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며 “민원인에게 연락한 의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해 징계하겠다”고 말했다.


고창=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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