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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산 파보니 트럭까지···120만t 치우는데 세금 500억

[출구 막힌 쓰레기 대책]

쓰레기서 폐덤프트럭까지 나와

처리업체 재계약 요구해 지연

공공소각장 옮겨 태운다지만

생활쓰레기 처리도 버거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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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의 한 야적장. 닫힌 정문에는 해당 업체의 건설 폐기물 중간처리업 허가를 취소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정문을 밀치고 부지 깊숙이 들어서자 삼면이 거대한 쓰레기 산으로 둘러싸인 공터가 나왔다.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폐기물이 방치된 이른바 ‘의정부 쓰레기산’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곳에는 26만t에 이르는 폐기물이 방치돼 있다.


의정부시는 지난 15일부터 해당 부지에 방치된 폐기물을 치우고 있다. 현재까지 처리된 양은 2%도 안 되는 5000t 남짓이다. 중간처리 업체가 폐기물을 운반한 뒤 선별작업을 거쳐 소각·매립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동행한 의정부시 자원순환과 직원은 “혼합폐기물처리 업체와 t당 12만원, 소각처리 업체와 t당 25만원, 건설폐재류처리 업체와 t당 4만원에 각각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운반 작업은 돌발 변수가 생기면서 며칠 전부터 중단됐다. 폐기물을 조금씩 걷어내던 중 쓰레기 더미 속에서 고장 난 덤프트럭과 폐섬유 등 예상치 못한 혼합폐기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처리 업체는 계약을 다시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신곡동 부지에 쌓인 방치 폐기물 처리에 책정된 예산은 22억원이다. 이중 국비가 70%고 경기도가 10%, 의정부시가 20%를 부담한다. 의정부시는 행정대집행을 통해 불법 폐기물을 우선 처리한 뒤 구상권 청구 등을 통해 처리 책임자에게 처리 비용을 징수할 방침이다. 그러나 신곡동 부지에 방치 폐기물을 쌓아놓은 폐기물 업체는 소유 재산이 없는 상황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구상권 청구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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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 방송에 보도돼 국제적인 망신을 산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산'도 세금으로 치운다. 의성군은 국비 등 53억원을 들여 다음 달 17일부터 쓰레기 치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근 환경 관련 업체와 용역 계약을 마쳤다.

의성 쓰레기 산에 쌓인 각종 폐기물은 비닐·플라스틱·목재·섬유 등 17만3000여t 규모다. 재활용 가능 폐기물이 7만5000여t, 소각 가능 쓰레기가 3만2000여t, 땅에 묻어야 하는 매립 쓰레기가 6만6000여t이다.


권현수 의성군 폐자원관리 TF 팀장은 "쓰레기 더미 사이로 화재가 발생하고, 악취와 침출수로 낙동강 오염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해 더는 해당 업체 스스로가 치우길 기다릴 수 없어 행정대집행 형태로 쓰레기 산 정리에 들어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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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올해 초만 해도 전국에 쌓여 있는 120만t의 불법 폐기물을 3년 이내에 모두 처리하기로 했다. 폐기물 책임자에게 처리를 촉구한 뒤 여의치 않을 경우 예산을 투입해 대집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처리 시한을 앞당기라고 지시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는 추경 예산까지 편성해 올해 안에 방치 폐기물을 모두 처리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기존 예산(58억원)의 5배가 넘는 313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된다. 각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예산까지 합칠 경우 5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쓰레기 치우는 데 쓰는 셈이다.


환경부는 처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지자체 공공 소각장을 통해 쓰레기를 처리하기로 했다.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공공처리시설을 활용해 방치된 불법 폐기물을 소각하고, 추경 예산은 대부분 운반비에 투입할 것”이라며 “일부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은 선별해 시멘트 공장 등의 연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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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도 매일 쏟아지는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불법 쓰레기까지 공공소각장에서 감당하는 것은 무리라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120만t 중 16%인 19만t밖에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은 6개월여 동안 100만t이 넘는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또 다른 지역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경우 “왜 남의 쓰레기를 우리 동네에서 태우느냐”며 주민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경기도 관계자는 “공공소각장의 여유량을 조사했는데 불법 폐기물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일부는 민간 소각장까지 불가피하게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소각장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민간 소각장의 경우 최근 몇 년새 소각 처리 단가가 급등하면서 t당 25만~30만원의 처리비를 내야 한다. 추가로 더 많은 세금이 투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도 불법 투기 브로커들이 활개 치는 상황에서 방치 폐기물을 모두 치운다고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활용 업체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 비용이 급격하게 오른 상황에서 t당 2만~3만원이라도 싸게 처리해 주겠다는 브로커들의 유혹을 견디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쓰레기를 치워도 어딘가에 불법 쓰레기가 또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의성=심석용·김윤호 기자,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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