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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중앙일보

‘슬기로운 의사생활’ 5인방 홍일점이 전미도가 아니었다면

[민경원의 심스틸러]

첫 드라마 주연, 자연스러운 연기 호평

조정석 등 스타 배우 사이에서도 존재감

“노래 못해 고민”했지만 뮤지컬 퀸 등극

조승우 “존경하고, 닮고 싶은 배우” 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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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캐스팅이 처음 공개됐을 때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사람이 있다. 99학번 의대 동기 5인방 중 홍일점으로 등장하는 배우 전미도(38)다. 조정석ㆍ유연석ㆍ정경호ㆍ김대명 등 각종 드라마 및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들과 달리 연극ㆍ뮤지컬 등 공연계에서 주로 활동해 상대적으로 ‘낯선’ 얼굴인 탓이다. 전작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2018)에서도 박해수ㆍ이규형ㆍ박호산ㆍ안창환 등 여러 배우를 발굴해 스타덤에 올려놓은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에 대한 믿음이 더해져 그를 향한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전미도는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카리스마’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교수’ ‘언제 먹고 자는지가 의문인 귀신’ 등으로 완벽에 가까운 인물로 묘사된 신경외과 부교수 채송화 캐릭터를 슬기롭게 소화해냈다.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은 똑부러졌고, 환자를 돌보고 후배를 가르치는 모습은 따뜻했으며, 홀로 캠핑을 떠나는 등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퇴근 후 밴드를 꾸리는 등 그야말로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되, 매몰되지 않는 법을 아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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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상적이어서 다소 밋밋해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도 그의 몫이다. 얼핏 보면 ‘핵인싸’ 이익준(조정석)이 5인방의 리더 같지만, 정신적 지주는 채송화다. 대학 시절 이들이 처음 뭉치게 된 것도, 20년 넘게 우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의 손에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MT 때 익준의 뒤를 따라나서 좁은 창고 옆자리에 앉았을 때도, ‘아웃사이더’ 양석형(김대명)의 풋풋한 고백을 거절할 때도 그는 적정선을 지켰다. 과하게 들이대거나 매몰차게 밀어내지 않았기에 사랑과 우정 사이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무너져버릴 수 있는 관계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네 남자를 대하는 태도도 미묘하게 다르다. 석형에게는 가족의 대소사를 가장 먼저 의논할 수 있는 믿음직한 큰누나 같은 느낌이라면, ‘돌아이’ 김준완(정경호)과는 동성 친구 내지는 쌍둥이 같다. 먹을 것이 앞에 있으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라이벌이자 싸가지 없는 기질이 올라올 때면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천적 같은 존재랄까. 신부가 되길 꿈꾸지만 ‘부처’ 같은 마음씨를 지닌 안정원(유연석)과 전사는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동병상련의 처지일 가능성이 크다. 자기주장 강한 친구들이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두 사람의 몫이므로. 물론 익준과 러브라인이 되살아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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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마더’(2018) 특별 출연을 제외하면 첫 도전이지만, 공연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스타다.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해 2008년 연극 ‘신의 아그네스’로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은 ‘될성부른 떡잎’이었고, 2017~2018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과 ‘스위니토드’로 2년 연속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완성형 배우’ 반열에 올랐다. “뮤지컬을 하기엔 노래를 못해서 계속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는 ‘망언’에 가까운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른 배우들처럼 가창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 말이 사실일지언정 그의 공연을 즐기는데 방해요소가 되진 못한다. 노래하듯 말하고 말하듯 노래하는 자연스러움과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분석과 소화력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덕분이다. ‘닥터 지바고’(2012)부터 ‘베르테르’(2013, 2015) ‘맨 오브 라만차’(2015) ‘스위니토드’(2016) 등 네 작품을 함께 한 조승우가 “존경하고 닮고 싶은 배우”로 꼽았을 정도다. 조승우 역시 노래보다 연기에 강점이 있는 배우로서 호흡이 잘 맞았을 터다. 특히 ‘스위니토드’는 각각 성악가와 가수 출신인 양준모ㆍ옥주현과 더블 캐스팅돼 전혀 다른 색깔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연기엔 정답이 없음을 몸소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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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위니토드’에서 러빗부인 역을 맡은 전미도. [사진 오디컴퍼니]

아담한 체구와 맑은 목소리로 러블리한 역할을 주로 맡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 역시 오산이다.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2015, 2016, 2017)의 버려진 로봇 클레어는 사랑스럽기 그지없지만, 연극 ‘메피스토’(2014)를 본 관객이라면 파우스트를 유혹해 파멸로 몰고 가는 악마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메피스토는 이전까지 남자배우들이 주로 맡아오던 캐릭터였지만, 이같은 젠더 프리 캐스팅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은 없었다. 새로운 모험을 즐기는 전미도라면 무엇을 기대하듯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란 믿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일면식도 없는 조정석과 유연석이 자신 있게 전미도를 추천한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신원호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캐릭터를 만드는 제작진도 그 캐릭터를 실제로 본 적은 없기 때문에 캐스팅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하는데 전미도가 채송화의 대사를 처음 읽는 순간 ‘아 얘가 채송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7회까지 오는 동안 시청자들도 한 번쯤은 느꼈을 것이다. 음치에 박치지만 보컬을 꿰차는 순간, 교회 예배를 무대 삼아 열정을 불태우는 순간, 결연함과 청순함을 오가는 순간 등등. ‘아, 이래서 전미도가 채송화가 됐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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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로봇 클레어 역을 맡은 전미도. [뉴시스]

그는 지난해 씬플레이빌과 인터뷰에서 “좋은 연기란 연기를 안 하는 것 같은 연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힘을 주는 것보다 빼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그가 맡았던 모든 캐릭터에 인간 전미도의 모습이 묻어 나오면서도 그 교집합이 크지 않은 걸 보면 이미 그 목표를 이뤄가고 있는 게 아닐까. “1년에 뮤지컬 1편, 연극 1편, 영화 1편은 하고 싶다”던 바람도 변치 않길 바란다. 바쁜 일정에 드라마 1편이 추가되더라도 무대에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길 소망한다. “영화는 감독, 드라마는 작가, 무대는 배우의 예술”이라는 그의 지론이 어떻게 진가를 발휘하는지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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