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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임선혜의 파격, 9m 크레인에 매달려 열창

비주얼아트 ‘천지창조’에 도전

1000L 수조에서 3분간 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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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임선혜(43)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3월 1·2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트센터 인천(ACI)에서 올 시즌 개막작으로 공연하는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천지창조’에 솔리스트로 나온다.

이는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스페인 공연단체 ‘라 푸라 델스 바우스’가 비주얼 아트 공연으로 만든 작품. 노래 가사만으로 줄거리를 전달하는 합창 음악 오라토리오를 대형 스크린 5개와 지름 1.2m 헬륨 풍선 36개, 9m 크레인과 1000리터 수조, 프로젝션 맵핑 등을 동원한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무대 예술로 바꿔놨다. 연출가 카를로스 파드리사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식 연출을 했던 세계 공연계 유명 인사다. 2017년 3월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 초연한 ‘천지창조’는 그동안 프랑스 필하모니 드 파리, 대만 가오슝 아트센터 등의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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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혜는 “나는 모험에 열려 있고 새로운 시도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6월 독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홀 개관공연으로 진행된 ‘천지창조’에 캐스팅되며 이 작품과 첫 인연을 맺었다. 가브리엘과 이브 역을 맡은 임선혜가 ‘천지창조’에서 펼쳐야할 모험은 여럿이었다. “평소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공연에선 악보를 보고 불렀던 노래를 모두 외워야 했다”는 것부터 새로운 시도였다. 9m 높이 크레인에 와이어로 매달린 채 두 팔로 날갯짓을 하며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가장 큰 난관은 수조에 들어가 3분가량 잠수를 해야 하는 일. 그는 “잠수 자체보다는 잠수 뒤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혹시 감기라도 걸리면 이후 공연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 공연계에선 기존 작품을 이렇게 새롭게 바꾸는 시도가 잦다. 화제작으로 만들어 젊은 관객들을 새로 불러내려는 목적에서다. 임선혜가 호기심이 강하다 해서 무턱대고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 선택 기준은 “음악적 가치가 훼손돼선 안 된다”는 소신에 따른다.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제작진에게서 “음악을 극에 최대한 녹여내려 애쓰는 진심”을 느낀 그는 수조의 물 온도를 41∼42도로 맞춰달라고 요구하며 잠수 신을 받아들였다.


성악가로서 그의 활동은 도전의 연속이다. 서울대 음대 졸업 후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대에서 유학하며 국내에선 생소한 장르였던 고(古)음악을 전공으로 삼은 것부터 모험이었다. 고음악은 중세부터 바로크 시대까지의 음악을 작곡 당시의 연주기법으로 재현해내는 음악이다. 세계 성악 무대에서 ‘고음악계의 디바’로 최정상의 자리를 누리게 된 그가 2015년 뮤지컬 ‘팬텀’에 출연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그는 “관객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가고 싶다”며 ‘외도’를 싫어하는 클래식 음악계의 껄끄러운 시선을 이겨냈다.


유럽 무대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느낀다”고 했다. “2017년 독일에서 ‘천지창조’ 공연할 때도 제작진·출연진들이 ‘이 작품을 한국에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며 “왜냐고 묻자 ‘한국 젊은 관객들의 적극적인 반응이 한국 공연의 행복’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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