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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육수’ ‘담배 치킨’…‘알바 장난’에 기업은 떤다

“일부 어린 아르바이트생들이 SNS에 우리 제품(음식)으로 장난치는 사진을 올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죠. 그렇다고 수시로 바뀌는 수천 명 알바생의 SNS 교육을 일일이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새해 벽두 있었던 ‘어묵 빌런(Villain·악당)’ 소동에 대해 “모든 기업이 전전긍긍하는 관리 포인트”라며 이같이 말했다. 알바생 특성상 사회경험이 적은 10~20대 젊은 층이 많은데, 이들의 일부 ‘튀고 싶어하는 행동’과 한번 업로드되면 삽시간에 전파되는 인터넷 여론이 맞물려 기업 이미지 전체가 타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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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었던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실제 어묵 빌런 사건 후 온라인상에선 “해당 편의점 어묵을 못 먹겠다”는 글이 많았다. 어묵 빌런 사건은 편의점에서 일하던 알바생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편의점 어묵에 대해 알아보자’라는 제하로 사타구니에 넣었다 뺀 손을 육수에 담그고 소변처럼 보이는 액체를 ‘비밀 육수’라고 소개한 사진을 게시한 일이다. 이 글은 수 시간 만에 온라인에 퍼졌고, 게시자는 글을 올린 지6시간 만에 “관심을 받고 싶어 쓴 글이 이렇게 퍼질 줄 몰랐다”며 사과 글을 올렸다. “내가 쓴 글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어묵은 본사 매뉴얼대로 제조했다”고 했음에도 한번 박힌 이미지는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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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게시글을 올린 당일 알바생은 해고됐다”며 “내규상 알바생 관리 책임은 점주에게 있지만, 이 경우엔 점주도 피해자다. 업무방해 등 법적 대응은 알바생에게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이어 “사건 후 재발 방지를 위해 전국 수천여 편의점에 ‘알바생이 거짓 사진을 유포해서 회사 브랜드에 영향을 주지 않게끔 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면서도 “다만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털어놨다.



담배 물고 치킨 제조, 손님 몰카까지


이처럼 알바생이 관심을 끌기 위해 혹은 일탈을 하기 위해 SNS에 글을 올렸다가 기업 전체가 타격을 입는 경우는 매해 반복되고 있다. 2015년 파주의 한 치킨집에서 있었던 ‘담배 치킨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곳서 근무하던 20대 초반 남성 2명은 담배를 입에 문 채 치킨을 만드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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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경기도 파주의 한 치킨점 20대 남성 직원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이들은 사진을 올리면서 "내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만드는 깨끗한 치킨 ^^"이라고 썼다. [페이스북 캡처]

사진은 순식간에 퍼졌고, 시민들은 관할 시청에 민원을 넣고 본사에도 항의 글을 보내는 등 크게 반발했다. 브랜드와 해당 지점까지 특정해냈다. 게시자는 “판매용이 아니라 본인이 마감 후 먹으려는 치킨이었다” “몰래 장난친 것이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며 사과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 후 해당 지점은 폐점됐다. 해당 브랜드 관계자는 “개점한 지 1년도 안 된 곳이었는데, 밀려드는 항의 전화로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직원들은 사건 직후 해고됐고, 사장님의 밥줄도 끊어진 케이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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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2016년 부산에선 한 요식업 프랜차이즈 배달 알바생이 “배달 음식에 침을 뱉었다”는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이 있었다. 또 2017년 제주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알바생이 여자 손님 몰카를 찍어 지속적으로 트위터에 올려오다 적발돼 당시 본사가 회사 이름을 걸고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일본에선 기업 손실로 직결


알바생의 장난으로 기업 이미지가 깎인다는 점에서 일본의 ‘바이토테러’(아르바이트 테러)와 유사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일본과 달리 알바 장난이 기업 매출 하락으로 직결됐다는 발표는 없었다. 일본에선 지난해만 봐도 바이토테러로 인한 휴업과 주가 하락 등 기업 손실이 적게는 1억엔(약 10억원ㆍ오오토야)에서 많게는 37억엔(구라스시)에 달하는 등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알바생의 장난이 기업 이미지 타격에 결정적인 건 맞다”면서도 “실제로 장난 후 기업 매출이 어느 정도 손실되는지에 대한 집계는 없다”고 했다. 알바생 피해를 본 복수의 프랜차이즈 관계자들도 “알바 장난과 매출 하락의 연관성을 따로 뽑을 정도로 유의미한 데이터는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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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천경희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NS가 너무 발달한 탓에 오히려 알바의 일탈이 기업 이미지 타격으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천 교수는 “일본이나 우리나 알바생의 장난이 삽시간에 퍼진다는 건 공통점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보력을 가동해 알바 개인의 잘못인지 회사의 잘못인지를 금세 가려낸다. 알바 개인의 잘못이란 걸 알게 되면 기업에 대한 비판을 멈추게 된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적인 피해가 아직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SNS 일탈 예방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알바생 개인의 한마디가 수초 만에 전국에 퍼질 정도로 SNS 전파력ㆍ영향력이 크다”며 “이전엔 공인인 오너의 행동거지만 조심하면 됐다면 이제는 전국 곳곳 알바생들의 한마디가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는 ‘알바리스크’의 시대다. 가벼이 넘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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