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구찌 짝퉁 4370개 만들어도 실형 면한 이유 "조잡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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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이나 구찌같은 명품 브랜드의 모조품 수천개를 국내서 유통하려던 피의자가 적발됐다. 시장에 진품으로 속여 유통했다면 원가만 수십억 원에 달했지만 징역형 대신 집행유예를 받았다. "누가봐도 진품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제품의 질이 너무 조잡하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인 강(35) 모 씨는 경기도 화성시 소재 한 낚시용품 가게에 물류보관창고를 마련했다. 일명 ‘짝퉁’으로 불리는 위조상품을 해외에서 수입해 보관하기 위해서다. 명품 구매를 원하는 국내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이커머스·e-commerce)을 통해 제품을 주문하면, 강씨는 수입한 해당 제품을 보관하다 소비자에게 이를 운송했다.
그가 이 창고에서 보관하다 적발된 모조품은 정품의 시가로 따지면 73억8800만원에 달했다. 가장 많은 건 명품 가방이다. 1개당 250만원에 거래되는 프라다 가방(650개)과 루이뷔통 가방(750개)이 1400개나 있었고, 200만원짜리 구찌 숄더백도 105개가 발견됐다. 버버리(150만원·30개)·이브생로랑(200만원·80개)·라코스테(10만원·200개) 등 다양한 브랜드의 가방이 있었고, 1개에 600만원가량에 팔리는 샤넬백도 450개가 발견됐다.
벨트도 모조품이 있었다. 루이뷔통(200개)과 구찌(270개), 버버리(100개)와 함께 디오르(45개)·몽블랑(20개) 브랜드도 짝퉁이 대거 발견됐다. 이 밖에 모자(구찌·100개)나 열쇠고리(보테가 베네타·450개), 모자(피어리 등·900개) 등 총 4370개의 모조품을 보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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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잡해서 실형 면한 짝퉁 사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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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대 위조 상품이 대량으로 적발된 것에 대해서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김진철 부장판사)은 판결문에서 “대한민국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와 동일한 상표가 부착된 유사한 상품을 양도·인도하기 위해 소지하는 행위는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상표권 침해 제품의 양을 보면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외로 재판부는 강씨의 형 집행을 유예했다. 위조품 몰수와 함께 강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진철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보관 중인 상표권 침해 제품의 상태가 매우 조잡하다”며 “소비자들이 진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보인다”며 집행유예를 결정했다. 강씨가 보관 중이던 제품이 진짜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이른바 ‘S급’이라기보다는, 누가 봐도 모조품인 ‘B급’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관세청 ‘지식재산권 위반 적발현황’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의 모조품을 국내에 반입하려다 적발된 사례는 최근 2년 새 5배 이상 증가했다. 관세청이 적발한 짝퉁을 브랜드별로 구분하면 루이뷔통이 가장 많고, 구찌, 샤넬, 버버리 순으로 많았다. 강씨와 보관하던 모조품 브랜드와 대체로 일치한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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