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부는데 비행기 타러 버스를…인천공항선 이제 옛말
인천공항에서 이달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한 원격탑승시설. 사진 인천공항 |
여행 또는 출장을 위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때 여객터미널 실내의 탑승구(게이트)를 나가서는 대기 중인 셔틀버스를 타고 멀리 이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공항에 착륙해서는 여객터미널까지 가기 위해 셔틀버스를 타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항공기에 탈 때 또는 내린 뒤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걸 항공분야에서는 통상 '리모트(Remote)'라고 칭합니다. 멀리 떨어졌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로 이런 리모트가 이뤄지는 곳을 '원격주기장'이라고 부르는데요.
반대로 여객터미널 실내에 있는 탑승구를 나가면 탑승교(보딩 브릿지)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곧바로 비행기에 탈 수 있는 주기장은 '접현주기장'이라고 합니다. '탑승교 주기장'이란 용어도 씁니다.
사실 승객 입장에선 리모트보다는 접현주기장이 훨씬 편합니다. 무엇보다 리모트는 비행기 탑승을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가 번거롭고 시간도 걸리기 때문인데요. 셔틀버스를 타야 하고, 또 버스에서 내려서는 비행기 출입문까지 '스텝 카(이동식 특수계단 차량)'를 걸어 올라가야만 합니다.
리모트로 가면 비바람을 맞기도 하고 계단도 걸어서 올라야 한다. 블로그 캡처 |
노약자나 무릎이 아픈 승객은 스텝 카를 오르내리는 게 꽤 부담스러울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강추위가 닥쳤거나 비바람이 부는 날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버스 승·하차와 스텝 카 이용 때 곤혹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리모트 상황이 되면 공항이나 항공사에 항의하는 승객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인천공항에 리모트 때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설비가 공식적으로 등장했습니다. 바로 '원격탑승시설'로 국내 공항 중에선 최초로 도입됐다고 하는데요. 인천공항에 따르면 제2 여객터미널 계류장 서편과 동편에 각각 2개씩 설치됐으며, 개당 건설비용은 13억원입니다.
원격주기장까지 버스로 오가는 건 같지만, 실외에서스텝 카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냉난방시설 등을 갖춘 건물 안에서 탑승교를 통해 바로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지상 2층 규모의 시설입니다. 추위와 더위, 비바람을 피할 수 있고 스텝 카를 오르내릴 필요도 없는 겁니다.
앞서 지난해 5월 서편에 2개가 먼저 설치된 뒤 실제 항공기와 가상 여객을 동원한 시험운영을 해왔다고 하는데요. 시험운영 결과가 긍정적이어서 최근에 정식 운영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해외에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공항과 독일 뮌헨공항 등 몇몇 공항에서 원격탑승시설을 운영 중입니다.
원격탑승시설은 버스에서 내리면 곧바로 실내로 들어갈 수 있다. 사진 인천공항 |
이 원격탑승시설은 제2 여객터미널 인근에 있기 때문에 2 터미널에 배치된 항공사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주로 대한항공이 사용하게 되며, 7월부터 진에어가 2 터미널로 이전하면 두 항공사가 많이 쓸 거라는 게 인천공항 설명입니다. 해당 항공편은 휠체어 승객 여부와 여객 수 등을 고려해 항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배정된다고 합니다.
물론 접현주기장에서 탑승하는 게 가장 편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원격탑승시설을 이용하게 되면 리모트로 인한 불편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을 거로 보입니다. 또 이 시설은 코로나 19등 격리가 필요한 단체승객 수송에도 유용하다고 합니다.
참고로 인천공항에선 접현주기장 우선 배정을 원칙으로 합니다. 하지만 비행편이 몰리는 피크타임 때는 접현주기장이 모자라 어쩔 수 없이 원격주기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요.
인천공항의 ‘공항 운영 및 운영지원 규정’에 따르면 접현주기장은 정시운항률, 운항편 수와 여객ㆍ항공사ㆍ지상조업의 편의 등을 고려해 허용 가능한 범위에서 특정 항공사의 운항편을 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탑승구를 나가면 탑승교로 이어져 곧바로 비행기에 탈 수 있는 접현주기장. 연합뉴스 |
아무래도 인천공항을 많이 이용하고, 지연 출발ㆍ도착이 적은 항공사가 유리합니다. 또 여러 이유로 회항하는 항공기는 여객 편의를 위해 접현주기장에 우선 배정하고, 장애인 승객이 탑승한 항공기도 접현주기장 배정을 요구하는 경우 먼저 반영한다고 합니다.
반면 원격주기장은 탑승교 이용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항공기가 가게 되며, 피크 타임 때는 주기장 운영에 연속해서 3차례 문제를 일으킨 항공사와 미리 정해놓은 순번의 항공사 등이 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현장에서는 이런 기준과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하루 전에 배정했던 주기장 계획이 당일 날 바뀌는 비율이 40%가 넘는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여객기들이 예정보다 늦게 도착하기도 하고, 접현주기장에 있는 비행기가 정비 또는 승객 미탑승 등의 이유로 출발이 늦어지는 상황들이 수시로 생기기 때문입니다. 또 해당 항공사와 계약을 맺은 지상조업사가 다른 경우에는 접현주기장이 비어있어도 배정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요.
지상조업은 급유와 수하물 운반ㆍ탑재 등 비행기 출발과 도착 때 필요한 작업 등을 말하는데, 조업사마다 사용하는 장비 종류와 연식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물론 이렇게 여러 원칙과 기준을 정했어도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돌발 상황과 변수가 생긴다고 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