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기생충' 작품상까지 4관왕…아카데미 역사 뒤집혔다
'기생충' 韓최초 아카데미 4관왕 쾌거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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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차지하며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영화 최초일 뿐더러, 아카데미 92년 사상 비영어 영화의 작품상 수상은 처음이다. 이로써 ‘기생충’은 후보에 오른 6개 부문 중 감독‧각본‧국제영화상까지 총 4관왕을 받았다.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 실제 벌어지니 너무 기쁘고. 지금 이순간이 상상도 못하고 역사가 이루어진 기분이 듭니다. 이러한, 결정을 해주신 아카데미 회원분들에 경의와 감사를 드립니다."
9일 저녁(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무대에서 제작자 곽신애(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의 소감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표정이었다. 샤론 최의 통역이 끝날 때마다 객석엔 박수가 터져나왔다.
무대위엔 봉준호 감독, CJ 이미경 부회장도 함께 올랐다. 출연진도 모두 함께했다. 객석에 할리우드 스타들은 기립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것도 1955년 미국영화 ‘마티’ 이후 단 두 번째다.
이 부회장은 "하이 에브리바디"라는 인삿말로 시작해 영어로 "감사하다. 나는 봉준호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미소, 트레이드 마크인 헤어스타일, 광기, 특히 연출 모두 좋아한다. 그의 유머감각을 좋아하고, 그는 정말 사람을 재미있게 할 줄 안다.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또 "'기생충'을 지지하고 사랑한 모든 사람에 감사한다. 내 남동생 이재현(CJ 회장)에게도 감사하다. 한국영화 보러 가주시는 분들 모두가 영화를 지원해준 분들이다. 또한 주저하지 않고 저희에게 의견을 바로바로 말씀해주셨다. 감사하다. 그런 의견 덕에 저희가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고, 계속해서 감독과 창작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시아계의 감독상 수상도 대만 감독 이안에 더해 봉 감독이 단 두 명째다. 이안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라이프 오브 파이’로 두 차례 감독상을 받았다.
‘기생충’은 당초 작품상‧감독상에 가장 유력하게 점쳐졌던 샘 멘데스 감독의 제1차 세계대전 영화 ‘1917’도 제쳤다. 멘데스 감독은 데뷔작 ‘아메리칸 뷰티’로 2001년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남우주연상(케빈 스페이시)‧촬영상 5부문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 데 더해 19년 만에 다시 트로피를 노렸다.
‘1917’은 할리우드에 영향력이 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세운 앰블린파트너스가 제작한 데다 앞서 골든글로브 작품상‧감독상 2관왕,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7관왕에 올라 올해 가장 막강한 후보로 주목받았다. 게다가 시대극·실화 바탕 영화에 우호적인 아카데미 수상 경향과도 맞아 떨어져 수상 예측 사이트 골드더비 등에서 작품상 수상 가능성 1위로 점쳤지만, ‘기생충’이 예상을 뒤집고 파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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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감독상에선 ‘아이리시맨’으로 9번째 후보에 오른 노장 마틴 스코시즈 감독도 제쳤다. 스코시즈 감독은 1981년 ‘성난 황소’를 시작으로 이번에 9번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감독상 수상은 2007년 ‘디파티드’가 유일하다.
또 올해 ‘기생충’의 각본상은 한국영화뿐 아니라 아시아 영화 최초 수상이었다. 국제영화상의 경우 ‘기생충’이 안 받았다면 이변이 될 뻔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며 화제작에 등극한 ‘기생충’은 세계적 관심을 모아왔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굉장한 히트다.” 미국 대표 감독 중 하나인 짐 자무쉬 감독이 ‘기생충’을 지난해 최고 영화로 꼽으면서 한 얘기다. 워커아트센터 인터뷰에서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아시아 익스트림’이라고 언급되었던 것이 이제는 주류가 됐다”고 했다.
그건 ‘봉준호’란 이름도 마찬가지다. 이미 ‘설국열차’ ‘옥자’로 할리우드 스타와 손잡기 전부터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로 해외에도 팬덤을 쌓았다. 지난해 칸 황금종려상에 이어 이번 아카데미 수상 성과로 봉준호는 명실상부 세계적 명성을 공고히했다. 북미 흥행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생충’은 지난해 10월 북미 단 3개관에서 개봉했지만, 지난달 스크린을 1000개 넘게 넓혔다. 흥행 분석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9일까지 ‘기생충’의 북미 수입은 3547만 달러(약 420억원), 역대 비영어 영화 북미 흥행 6위다. 5위인 멕시코 출신 할리우드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의 스페인어 영화 ‘판의 미로’(3760만 달러)도 곧 넘어설 기세다. 지난해 북미 개봉한 비영어 영화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데 이어서다. 한국영화 역대 북미 흥행 신기록을 세웠던 심형래 감독 ‘디 워’의 1097만 달러는 진즉에 넘어섰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엔 ‘기생충’ 외에도 이승준 감독의 세월호 다큐 ‘부재의 기억’도 한국영화 최초로 단편 다큐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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