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컬처]by 중앙일보

모두가 흔들리는 ‘비밀의 숲2’…새로 투입돼 중심잡는 베테랑

민경원의 심스틸러

[민경원의 심스틸러]

여성 최초 경찰청 정보부장 최빛 역 전혜진

시즌 1부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안착

‘더 테러’ 등 5번째 경찰 역, 센 캐릭터 구축

걸크러시 선보이며 40대 여배우 새 길 열어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tvN ‘비밀의 숲’은 탄탄한 팬덤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통상 드라마 팬들은 한 작품이 끝나면 지체 없이 다음 작품을 찾아 나선다.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도 많거니와 출연 배우의 이전 작품을 들춰 보는 것만 해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데 ‘비밀의 숲’ 팬들은 2017년 종영 후에도 그 주변을 맴돌며 몇 번이고 정주행하며 놓쳤던 단서를 수집하기 바빴다. 탄탄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이수연 작가의 대본에 반한 이도 있었고, 검찰 개혁 등 시대적 화두를 촘촘히 녹여낸 이야기에 끌린 이도, 그 흔한 로맨스 없이 일에만 집중하는 정통 장르물의 매력에 빠진 이도 있었다. 모두의 염원이 모여 시즌 2가 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뚜껑을 연 ‘비밀의 숲2’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검경 갈등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이야기는 한층 무거워졌지만, 시즌 1과 달라진 캐릭터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탓이다. 감정 없이 이성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던 황시목 검사(조승우)는 특유의 날카로움이 무뎌졌고, 용산서 강력계 한여진 형사(배두나)는 경찰청으로 파견을 가서인지 무대포 정신이 사라졌다. 시즌제 드라마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캐릭터가 연속성을 지니고 성장해 나가야 하는데 낯선 모습에 시청자들도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즌 1에서 활약했던 주요 등장인물이 대거 죽음을 맞이한 것도 촘촘했던 극에 균열을 불러왔다. ‘창크나이트’로 카리스마를 뽐냈던 이창준 차장 검사(유재명)나 미스터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영일재(이호재)-영은수(신혜선) 부녀 등 역할 비중이 상당했던 주·조연이 빠지면서 균형을 잃게 된 것. 얄미웠던 서동재 검사(이준혁)는 짠해졌고, 도도했던 한조그룹 이연재 회장(윤세아)은 다혈질이 돼버렸다. 지난 3년간 있었던 일들이 후반부까지 설명되지 않는다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변화다. 시즌 1 안길호 PD에서 시즌 2 박현석 PD로 연출이 바뀌어서 생긴 차이라고 하기엔 너무 갭이 크다.


시즌 2에 새롭게 합류한 우태하 부장검사(최무성)와 최빛 경찰청 정보부장(전혜진)에게 시선이 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검경협의회에서 맞붙는 인물이자 가장 비밀이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 최초 정보부장 역을 맡은 배우 전혜진(44)은 시즌 1부터 경찰청에 근무했던 인물처럼 자연스럽게 안착했다. 검찰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패부터 까야 할지 본능적으로 판단하고 발 빠르게 실행에 옮긴다. “뛰어난 캐릭터 해석 능력과 정교한 감정 표현을 가진 전혜진이 야망가 최빛의 번뜩이는 눈빛과 카리스마를 아주 훌륭하게 연기해냈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그는 이번 판에 꼭 필요한 카드였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영화 ‘불한당’에서도 경찰청 천인숙 팀장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작 전혜진은 “기존에 했던 역할과 중복되는 이미지가 있어 출연을 망설였다”고 밝혔다. 이전 시즌을 다시 보면서 “이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어” 마음을 바꾸긴 했지만 최근 몇 년간 맡아온 경찰 역을 또다시 맡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 탓이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2013)의 대테러센터 팀장부터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의 경찰청 팀장, ‘희생부활자’(2017)의 엘리트 프로파일러, ‘뺑반’(2019)의 뺑소니 전담반 계장까지 맡았던 직책도 각양각색이다. 거기에 ‘비스트’(2019)의 마약 브로커로 센 캐릭터의 정점을 찍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이 역시 전혜진이어서 가능한 필모그래피였다. 1997년 미스코리아 경남 선 출신인 그는 여균동 감독 눈에 띄어 영화 ‘죽이는 이야기’(1998)로 데뷔했지만 반짝스타와는 거리가 멀다. 송강호ㆍ문소리ㆍ이성민 등을 배출한 극단 차이무에서 활동하며 ‘대학로 전지현’으로 이름을 날렸고, 단막극부터 차근차근 이력을 쌓아왔다. 2009년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로 공백이 생기자 남편인 이선균이 “사실 혜진이가 나보다 연기를 잘한다”며 안타까워했을 정도. 전혜진은 ‘사도’(2015)를 찍으며 이 작품이 마지막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집안일과 영화 양쪽에 모두 피해를 주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20대 때는 배우가 내 길이 맞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연기를 즐기게 됐지만 여전히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고 지금도 많이 흔들린다”고. 그의 말은 되려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에서 흔들리며 성장했던 송가경처럼 30대에도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수 있고 40대에도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여배우’라는 단어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부디 ‘비밀의 숲2’도 후반기 난제를 잘 풀어나가면서 시즌 1 팬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한편 전혜진의 ‘걸크러시’ 계보를 잇는 대표작으로 남길 바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실시간
BEST
joongang
채널명
중앙일보
소개글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