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 능력 키우는 법 있다…상위 0.1% 일 잘하는 사람 특징
■ Editor’s Note
회사에서 배운 걸로 10년 후에도 먹고살 수 있을까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하는 고민이죠. 베스트셀러『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를 쓴 박소연 작가는 말합니다. “회사에서 커리어를 주도적으로 키워나가야, 어느 곳에서든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다”고요.
박 작가는 경제단체에서 12년간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습니다.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 주석·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국제 행사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했죠. 이 과정에서 국내외 임원 수백 명을 만났고, 일 잘하는 사람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비결을 터득해 지금은 작가이자 ‘시간과 생각’ 대표로 살고 있죠.
오는 12일 ‘내 커리어를 키워줄 3가지 질문’ 세미나에 앞서, 박소연 작가를 만나 ‘지속 가능한 커리어 만드는 법’을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폴인이 만난 사람’ 43화 중 일부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저자 박소연 작가 [사진 송승훈] |
일, 꼭 잘해야 할까?
Q. ‘회사형 인간’이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회사 일에 전념해도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고요.
맞아요. 은퇴 자금으로 은퇴 이후의 삶을 누릴 수 없는 시대니까요. 20년간 열심히 일해도 ‘50대 중반을 넘어서면 무슨 일 하고 살지?’ 고민할 수밖에 없죠.
그러다 보니 더욱더 회사 일에만 전념하는 걸 불안해하는 것 같아요. 내 커리어가 쌓이지 않고 소위 ‘먹고 살 능력’이 갖춰지지 않는다고 생각할수록요. 본인이 생각할 때 미래를 대비하려면 A 영역을 키워야 하는데 엉뚱한 부서에 배치된다면 고민은 더 심해지죠. 그러면 전략적으로 최소한의 에너지만 쏟고 그 외엔 내가 먹고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쓰는 거예요. 퇴근 후 폴인 아티클이나 세미나를 열심히 읽고 보는 것도 마찬가지죠. (웃음)
특히 요즘에는 ‘승진에 관심 없다’는 말을 많이 하세요. 하지만 저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승진을 통해 내가 원하는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고, 먹고 살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면 당연히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욱더 영리하게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에서 내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요.
Q. 어떻게 하면 영리하게 일할 수 있을까요?
내 커리어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법을 알면 유리해요. 어떤 분은 일로 성장하지 못하고 소진된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비품 구매 담당자라고 가정해볼게요. 문구류와 탕비실 물품들을 채우는 단순한 업무를 맡았어요. 물론 그 업무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대체되기 쉽고 실력을 키우기도 어려워서 고민 중이에요. 그럼 어떻게 해야 조금 더 자신의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일을 맡을 수 있을까요? 현재 업무를 그저 좀 더 성실하게, 열심히 하면 될까요? 그렇지 않을 거예요.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은 생기겠지만요.
그런 경우에는 본인이 다음 단계의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요. 만약 회사에서 비용 절감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보여주면 되겠죠. 자기 부서뿐 아니라 회사 전 부서 담당자를 모아 공동구매하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건 어떨까요? 일 년에 몇 번 사용 안 하는 비싼 물품은 부서마다 구매하지 않고 빌려 쓰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고요. 그리고는 리더에게 ‘물품 구매비를 15% 이상 줄였다. 재고 관리도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리했다’고 보고하는 거죠.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자기 성과를 꼭 어필해야 해요. 숫자와 실제 사례로요.
리더는 그런 직원을 한 번 더 눈여겨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웬만해서는 보기 힘든 존재거든요 (웃음). 비슷한 업무가 생기면 하나씩 일을 맡겨볼 거고요. 그러다 보면 자기가 조금 더 원하는 프로젝트, 하고 싶은 일을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늘어날 거예요.
"회사에서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영리하게 일해야 한다"고 말하는 박소연 작가. [사진 송승훈] |
많은 분이 “회사 일 열심히 하면 노예가 된다”고 해요. 열심히 일해도 회사가 나를 알아주지 않고, 중요한 일에서도 밀려나게 십상이라는 거죠.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영리하게 일해야 해요.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성장을 위해서요.
Q. 승진 욕심 없이 맡은 일만 꾸준히 해내고 싶다면요. 그런 사람도 일을 잘해야 할까요?
질문에 맹점이 있어요. 그 일을 꾸준히 하려면 결국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거예요. 특정 분야 공무원이 아닌 이상 4, 50대에도 똑같은 일을 시켜주는 곳은 없거든요. 리더 입장에서도 실무에 적합한 낮은 연차 직원을 뽑아 대체하는 게 유리하죠. 그러니까 ‘지금 일이 너무 좋고, 계속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2, 30년 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프리랜서를 해도 될만한 실력이 있어야 그 일을 오래 할 수 있죠. 가만히 그 업무에만 머물고 싶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대체되지 않을 만큼 일을 잘해야 해요.
일 잘하는 사람, 일 못 하는 사람
Q. 커리어의 정점에서 작가로 전향했어요. 이유가 뭘까요?
제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일하면서 “역시 달라”라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웃음) 그만큼 하는 일마다 성과가 좋았어요. 어느 순간부터 ‘나는 뭘 해도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회사가 주는 과제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래서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명예 퇴직자를 받을 때 제일 먼저 신청했어요. 당시『나는 4시간만 일한다』는 책을 감명 깊게 읽은 영향도 있는 것 같고요. (웃음)
결국 12년간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며 배운 ‘일 잘하는 법’으로 회사를 나와서도 먹고 사는 거예요. 그때 배운 것과 습관이 몸에 배어 있거든요. 회사에 고맙게 생각해요.
Q. 회사에서 배운 일 잘하는 방법이 뭔가요?
우선 맥락 지능을 기른 거예요. 경제단체 입사 몇 년 뒤 기획실에서 일했어요. 경영진 밑에서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일이었죠. 아젠다 설정부터 연말 성과 평가까지 전체를 보는 일이었기에 회사에서 어떤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배울 수 있었죠.
박소연 작가는 "중요한 업무를 파악하는 '맥락 지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송승훈] |
맥락 지능은 자기가 하는 일이 회사에 도움 되는 일인지 파악하는 능력을 뜻해요. 쉽게 말해 회사의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자신의 업무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거죠.
만약 본인이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데 작년에 생산량을 늘려 좋은 고과 평가를 받았다고 해볼게요. 하지만 올해는 반대로 재고가 쌓여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죠. 이런 상황에서 작년과 똑같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열심히 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일을 못 하는 거예요. 맥락지능이 부족한 직원은 “작년처럼 열심히 일해서 생산량을 늘렸는데 왜 평가가 안 좋지?” 혼란스러워할 수 있죠. 같은 에너지를 쏟아도 맥락을 파악할 줄 아는 사람이 일을 잘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맥락지능을 키우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돼요. 어느 회사에 가거나 창업을 한다고 해도 맥락을 파악할 줄 알면 일이 꽤 쉬워지거든요.
Q. 또 다른 특징은요?
일 잘하는 사람은 일을 쉽게 해요. 특히 잔머리가 중요해요. 위로 올라갈수록 일을 쉽게 하는 사람에게 승산이 있거든요. 예산·인력 등 자원은 한정돼있고 해야 할 일은 점점 늘어나니까요.
팀 리더 레벨로 가면 일을 쉽게 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해져요. 실무를 잘하는 것보다요. 실무자의 일손을 덜어주는 게 아니라 이들이 할 수 없는 다른 레벨의 업무를 해야 하는 시기가 오거든요.
데이터 분석 부서의 리더를 상상해볼까요. 초보 팀장은 팀원의 분석 업무를 나눠서 해주려고 애쓸 거예요. 물론 도움은 되겠지만 한계가 있겠죠. 모든 팀원을 도와줄 수는 없으니까요. 반면 뛰어난 리더는 팀원이 더 잘, 그리고 쉽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평소 데이터를 가진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두는 식으로요.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예전에 말씀드린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을까요? 신세는 꼭 갚겠습니다”라며 부탁해 팀원의 2주 치 업무를 줄여주는 거죠. 또는 경영진을 설득해 도움을 줄 인력을 충원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업무를 아웃소싱 기업에 맡길 수도 있고요.
이렇게 굴러가는 팀은 계속 잘 될 수밖에 없어요. 빈익빈 부익부처럼, 일 잘하는 직원들이 몰리거든요. ‘저 팀장 밑에 가면 재미있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대’라든가 ‘잡다한 업무를 줄여준대’라는 소문이 도니까요.
Q. 일 못 하는 사람의 특징은 뭔가요.
일이라는 게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해주고 경제적 대가를 받는 거잖아요. 그런데 일을 못하는 분은 상대방이 원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잘하는 걸 위주로 해요. 그러면 아무리 일을 많이 하고 그 분야를 잘한다고 해도 좋은 평을 받기 어려워요. 결과로 임원을 설득하기 어려울뿐더러,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우니까요.
두 번째 특징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많이 쓴다는 거예요. 일을 많이 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인력 등 자원 투입량을 늘리는 거죠. 회사 입장에서는 자원 낭비에 불과할 수 있어요. 투입량을 낮추고 똑같은 결과물을 내는 게 보다 효율적이니까요.
세 번째는 마인드 문제인데요. ‘월급 대비 일을 많이 하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분이 간혹 있어요. 그래서 업무 시간 외 일 관련 공부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하죠. 저도 그 마음은 이해가 가요. (웃음) 하지만 그런 태도가 반복되면 지금 하는 일을 벗어나 더 원하는 일을 할 기회를 잃을 수 있어요. 자신에게 투자하는 걸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죠.
나를 먹여 살리는 어른이 되기 위해
박소연 작가는 "일을 잘한다는 건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진 송승훈] |
Q. ‘워라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을 조금하고 많이 쉬는 게 워라밸일까요? 일하는 게 형벌처럼 느껴지고 경제적 자유를 얻어야만 비로소 해방되는 삶이라면 너무 불행하지 않을까요. 워라밸을 추구하더라도 일하는 시간이 꽤 괜찮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일을 잘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하고요.
사실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이라 해서 일을 싫어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자기가 한 업무 성과가 어떤지 남들 몰래 확인하고 뿌듯해하고 그러지 않나요? 일이 아니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고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즉 자유가 박탈되는 걸 싫어한다는 게 더 정확한 것 같아요.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매일 8시간 동안 해야 하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잖아요. (웃음)
Q. 퇴사 후 작가·강연자로 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삶은 어떠신가요?
행복해요. (웃음) 회사를 안 다녀서가 아니라 내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어서요. 저는 커리어를 통해 어른이 됐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일을 잘한다’는 건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후략)
■ 더 많은 콘텐트를 보고 싶다면
박소연 작가가 인터뷰에서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는 오는 12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폴인세미나 ‘내 커리어를 키워줄 3가지 질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미나는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되며, 폴인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김다희 에디터 kim.dahee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