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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벙개 ‘모여라’ 뜨면 ‘좋아요’ 누른 동호인끼리 만나 즐겁게 운동

몸짱 인플루언서도 동참

운동법 배우며 친목 다져

사회생활 도움 주고받아


SNS 운동 ‘인싸’ 엿보기 1990년대 후반 PC통신으로 인기를 끌었던 즉흥적인 오프라인 모임 ‘벙개’ 문화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부활했다. 운동 ‘인싸’라 불리는 운동 마니아 사이에서다. 인싸란 남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을 일컫는 '인사이더'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이들은 SNS에 몸짱 인플루언서가 올린 사진과 영상을 쳐다보기만 하지 않는다. 마치 팬미팅을 하듯 인플루언서와 오프라인에서 만나 함께 운동한다. 이런 ‘벙개 운동’이 새로운 운동 트렌드로 떠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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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지연(34·경기도 양주시)씨는 올해 열 살 된 쌍둥이의 엄마다. 김씨는 출산 후 몸무게가 136㎏까지 불어 고도비만이 됐지만 식단을 조절하며 69㎏까지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방심한 사이 77㎏까지 몸무게가 늘었다. 그러다 최근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출산 후 몸짱이 된 여성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을 보게 됐다. 자연스럽게 다이어트 의지를 불태우면서 얼마 전엔 인스타그램에 뜬 인왕산 등산 벙개에 주저 없이 신청해 참가했다. 지난달엔 현직 트레이너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고 힙업 운동 수업에 참가했다. 수업료도 아깝지 않았다. 이렇게 SNS 벙개 운동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5㎏ 감량에 성공했다. 김씨는 “평소 롤 모델로 삼은 인플루언서를 직접 보면서 운동법을 배울 수 있어 벙개 공지가 있으면 무조건 신청한다”며 “곧 있을 인플루언서의 운동 토크 콘서트에도 참가 신청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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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여자’(게시물 470만 개), ‘#운동스타그램’(게시물 240만 개). SNS가 몸짱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호기롭게 헬스장에 등록했지만 혼자서 운동하는 건 쉽지 않다. 새해를 앞두고 운동을 결심해도 작삼삼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포털사이트에는 운동 관련 카페가 넘쳐나지만 입문 장벽이 생각보다 높다. 보통 각 카페에 가입한 뒤 ‘등업(등급 업그레이드)’ 신청을 통과해야 운동 콘텐트를 제대로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등업이 돼도 콘텐트에 실망하거나 오프라인 벙개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의 정보를 알 수 없어 참석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SNS에선 다르다. 일반인이 서로 운동하며 몸짱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누구나 볼 수 있다. 이 중 유명해진 인플루언서의 운동 게시물을 찾아보며 댓글을 달고 공감을 표시할 수도 있다. 기존 포털사이트의 카페보다 접근성이 좋아진 것이다.


이런 인플루언서의 팔로어들은 오프라인에서 모여 함께 운동한 뒤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간다. 성정우(33·서울 신림동)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예전부터 헬스·권투·크로스핏 등 운동 종목을 가리지 않고 좋아했다. 지난해부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운동 정보를 얻었다. 특히 원데이 클래스 콘텐트를 시청하며 신체 부위별 운동법을 독학했다. 인스타그램의 자동 추천 기능을 사용해 운동 콘텐트를 시청하면 연관된 게시물도 추천받아 볼 수 있다. SNS에서 운동 벙개를 신청해 참석하는 건 이제 그의 일상이 됐다. 최근엔 이 방법으로 북한산 형제봉도 등반했다. 성씨는 “오프라인 벙개 모임에서 관심사가 같은 사람을 만나 운동도 하고 친목도 다진다”며 “함께 북한산을 다녀온 18명과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운동과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벙개 모임 멤버에는 학생·주부·직장인·사업가 등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운동을 통해 만났지만 사회생활에 대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는 SNS 벙개 모임에 참석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인플루언서 플랫폼 운영 법인을 차리기도 했다.









SNS는 게시물을 올리는 본인의 동기부여에도 도움이 된다. 배지타(32·서울 성북구)씨는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활약하는 운동 인플루언서다. 평범한 아이 엄마였다가 몸짱이 되는 과정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해 유명해졌다. 그는 6년 전 둘째 아이를 출산한 직후 심정지로 중환자실에 입원하며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기도 했다. 퇴원 후에도 매일같이 비염·두통·감기를 달고 살았다. 그러다 2016년 병환으로 아버지를 여의면서 건강관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해 지난해 7월엔 피트니스대회에도 처음 출전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배씨는 “식단 관리하기, 운동 후 탄탄해진 몸매 갖기 등 나와의 약속을 더 잘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 앞에서 공표할 목적으로 인스타그램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지난 9월 몸짱을 가리는 ‘2018 PCA코리아’ 비키니 부문 1위에 선발됐다. 현재 그의 팔로어는 7만1800명, 게시물은 400여 개다. 배씨는 지난 7월엔 팔로어 24명과 함께 등산 벙개도 했다. 배씨는 “인스타그램에 운동 벙개 공지문을 올리면 신청자가 e메일로 접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50여 명이 참여한다”며 “참가자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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