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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마음도 공기도 씻어주는 반려식물, 농촌도 살려줘요

더오래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66)

며칠 전 귀농·귀촌한 남성 4명과 담소를 나누었다. 30대에서 50대까지의 자영업자이자 귀촌 10년 차에 접어든 이들에게 전원생활에서 애로사항이 무엇이냐고 묻자 다들 한목소리로 텃밭과 정원 관리를 들었다. 귀촌해 시골로 내려오게 된 계기는 아파트에서 벗어나 탁 트인 공간에서 살면서 텃밭과 정원을 가꾸며 살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그러나 나무와 풀에 대해 전혀 모르고 호미와 낫, 전정 가위를 다룰 줄 모르는 자신을 무척 원망했다며 다들 웃었다.


그들은 군대 있을 때는 집도 지어 봤는데 막상 집에 딸린 마당과 텃밭 앞에서는 삽만 움켜쥔 채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아내와 아이들 앞에서 무척 난감했다고 했다. 그래서 원예를 배우기 위해 지자체의 교육 과정을 수강해 보고 책도 사보고 마을 어르신께 조언을 들으면서 동분서주했다고 한다. 귀농을 위해 지역으로 왔으면 처음부터 농업과 축산업을 배우며 익혔을 텐데, 귀촌을 목적으로 왔기 때문에 대충 텃밭이나 정원 정도는 호미만 들면 될 줄 알았다고 한다. 지금은 어느 정도 꽃과 풀을 키우며 모종을 옮겨 심을 줄 알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한숨도 쉬었단다.


전원생활에서 텃밭과 정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텃밭과 정원의 차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텃밭에는 먹을 것을 심고 정원은 예쁜 것을 심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텃밭은 자급자족하는 우리 가족의 먹거리와 관계가 있다면, 정원은 아름다운 식물을 바라보면서 가꾸는 심미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심고 기르고 가꾸는 것에는 방법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귀농·귀촌 4인이 공통으로 꼽는 텃밭과 정원의 장점은 ‘반려식물’이었다. 내가 힘들게 키우는 작물과 화초가 위안을 주고 자식 같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이상으로 반려식물이 주는 매력이 크다고 한다.


‘반려식물’은 가까이 두고 기르며 정서적으로 의지하는 식물을 말한다. 취미생활로 화분에 꽃나무나 다육식물을 키우거나 조그만 미니 정원을 만들어서 식물을 심는 사람이 많아졌다. 관상용으로 심는 식물부터 공기정화, 인테리어, 요리를 위해서 심기도 한다. 요즈음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났다. 정원산업 업계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기가 어려운 환경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서 반려식물이 늘어났다고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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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요즈음 1인 가구가 매우 늘어났다. 전에는 소가족, 핵가족을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1인 가구를 주목하고 있다. 총가구 수가 1997만9000가구인데, 1인 가구 수가 584만8000가구이니 전체 가구 수의 29.3%를 차지한다.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이유는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 나만의 삶을 추구하는 세태가 반영됐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20~30대의 싱글족과 혼자 사는 빈 둥지 노인(독거노인이라는 표현보다 좋다)이 늘어난다. 기러기 가족이나 견우와 직녀족(주말부부)과 같은 1인 가구가 많아졌다. 이들은 건강을 추구하면서 간단한 조리 식품을 선호하고 반려식물이나 반려동물을 키우기를 좋아한다.


사실상 모든 식물이 다 반려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은 개인에게 맞는 식물을 처방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반려식물의 생육조건과 개인의 생활방식을 고려해 적합한 식물을 추천해 주는 것이다.


개인의 생활방식에 따라 반려식물을 구분한다면, 혼자 살며 자주 집을 비우는 사람은 물을 자주 주지 않는 호야와 산세비에리아 같은 다육식물이 좋다.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식물과 더 교감하고 싶은 사람은 아레카야자·무리마·칼라테아라는 식물이 좋은데, 항상 흙이 촉촉해야 하고 일조량도 맞춰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간다. 고생한 만큼 성취감이 좋다.


가족과 함께 살아 나만의 공간이 비좁은 사람은 작은 테라리움이나 미니 정원이 좋다. 테라리움은 흙 또는 원예용 상토, 장식 소품을 활용해 유리 용기 안에서 식물을 가꾸는 것을 뜻한다.


요즈음 도시 사람은 일과의 90% 이상을 실내에서 보내기 때문에 공기 정화 기능이 있는 식물을 많이 찾는다. 예를 들어 파키라, 백량금, 멕시코소철, 박쥐란, 율마와 같은 식물은 초미세먼지를 줄여 주는 효과가 있다. 공기 정화 식물은 공기 중의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증산작용을 하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준다. 지금처럼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이럴 때 키워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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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은 키우면서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키워서 요리에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의 텃밭이 반려식물을 키우는 정원이기도 하고 먹거리를 제공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고추, 상추, 깻잎과 같은 채소류도 금방금방 크고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집 안에서 화분에 아스파라거스를 심거나 딸기, 인삼을 키우는 사람도 있다. 나는 쌀을 미니 화병에 넣어서 키워봤다. 볍씨를 심어서 싹이 나고 쌀이 되는 과정을 아이한테 보여 주고 싶어서 키웠다. 그랬더니 밥을 잘 먹는다.


그냥 키우기 심심하다면 ‘식물 재테크’를 추천한다. 다육식물이라는 것은 선인장과 같이 잎과 줄기에 수분을 많이 저장하는 식물을 말하는데, 다육식물은 잘 키우면 매우 아름다워 모양에 따라 몇만 원에서 몇천만원까지 간다. 다육식물을 키워 돈 버는 것을 식물 재테크라고 부른다. 다육식물이나 분재 난을 키워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


오늘 반려식물을 소개한 이유는 요즈음 화훼농가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2월은 졸업, 3월 초는 입학 시즌이라서 꽃다발이 많이 팔리는 시기인데 코로나19 사태로 모두 취소돼 꽃이 전혀 팔리지 않아 화훼농가의 어려움이 크다.


반려식물 하나 사서 키워보자. 반려식물을 키우면 개인적으로 치유하고 집과 사무실 공간의 공기 정화를 시켜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반려식물을 구매하는 것이 바로 우리 농가를 돕는 것이다. 일석이조다.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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