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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회원 2명 헬스클럽을 750억 피트니스 기업으로 키운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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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상원의 소소리더십(56)

상시근로자 수 1,300여 명,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인증, 고객관리시스템 특허, 75개 직영점에서 연매출 750억원.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 자랑거리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업종이냐에 따라서는 달라질 수 있다. 레드오션 중의 레드오션이라 생각되는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회사의 자랑거리라면 어떤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조금의 경험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피트니스센터를 75개 직영점으로 운영한다고? 도대체 왜?’ 궁금해 질 것이다. 게다가 대표이사가 트레이너, 체육인 출신도 아니고 IT회사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면 그 스토리가 더 궁금해 지지 않을까?


국내 최다 직영점을 보유한 피트니스 브랜드 ‘스포애니’를 운영하는 ㈜케이디스포츠의 김경덕(47) 대표를 만났다.

중앙일보

지방의 헬스클럽 관장에서 출발해 국내 최대 직영점을 보유한 피트니스 브랜드 '스포애니'를 운영하는 중소기업 대표로 성장한 ㈜케이디스포츠의 김경덕 대표.

Q ‘스포애니’가 최근 동네나 회사 근처에서 눈에 많이 띄던데요,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A 75개 전부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느 지점에서나 24시간 운동할 수 있고요. 회원들이 운동하고 건강관리하는 걸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용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개발했습니다. 최근 이 회원관리시스템으로 특허 등록을 마쳤습니다.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인증도 받았고요.


Q 전부 직영으로 운영하면 독자 점포나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곳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스포애니는 본사 50여 명의 직원을 포함해 전체 350여 명의 정규직원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너, 요가, 댄스 강사까지 하면 1,300여 명의 직원이 75개 직영점을 운영하는 겁니다. 전 직원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아카데미, 체육대회, 워크숍 등을 개최해서 팀워크를 다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지점을 가든 똑같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다는 게 스포애니의 장점입니다.


Q 각 직영점은 직원을 파견해서 관리하는 건가요?


A 기존 운영하던 지점에서 근무하던 관리자 중 마음이 맞는 사람을 뽑아 회사와 계약을 맺고 새로운 지점을 오픈해 지점장을 맡깁니다. 회사와 지점장이 공동으로 투자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죠. 각 지점에서 근무하는 관리자 대부분의 꿈이 능력을 인정받아 새로운 지점을 오픈할 때 지점장으로 나가는 겁니다.


Q 처음부터 직영점으로 운영하신 건가요?


A 그렇진 않습니다. 헬스클럽을 몇 개 운영하던 초창기 시절에 믿었던 점장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큰 충격에 빠졌던 적이 있어요. 2호점, 6호점 점장이 경쟁업체로 옮기고 300m 떨어진 곳에 새로 센터를 오픈하면서 회원들까지 데리고 갔습니다. 정신을 차리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죠. 직원들을 잠재적인 경쟁자가 아니라 내 편, 동업자로 만들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떠날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Q 그때가 ‘스포애니’ 브랜드를 만든 시점이겠군요?


A 맞습니다. 그 전까지는 ‘한미헬스크럽’, ‘휘트니스존’ 이름으로 7호점까지 점포만 늘려갔는데, 이후에는 주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면서 케이디스포츠 법인을 설립하고 ‘스포애니(SPOANY)’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새롭게 시작을 했죠.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경제적인 비용으로 운동(spo-rts)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신념으로 만든 브랜드입니다. 2012년 서울대입구역에 ‘스포애니’ 1호점, 이전부터 하면 8호점을 오픈하면서 지금의 80호점까지 오게 됐네요. 중간에 5개점이 문을 닫아 현재는 75개 직영점을 운영 중입니다. 8년 정도 걸렸는데 금방 지나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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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덕 대표는 초기 배신당한 경험으로 직원들을 주인의식 있는 동업자로 키우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체육대회(위), 해외워크숍(아래).

Q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신 거예요? 보통 젊을 때 트레이너를 하다가 경험 쌓고 돈 모아서 센터를 오픈하는 거잖아요?


A 저는 전혀 그런 케이스가 아니에요. 2000년대 초까지 외국계 IT 회사에서 계약직 웹 마스터로 일했어요. 회사도 컸고 보수도 괜찮았는데, 안정적일 때 미래를 대비한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우연히 헬스클럽을 인수하게 된 거예요. 집이 노원구 공릉동이었는데 성남 태평동에 있는 오래된 구식 헬스장을 덜컥 계약한 거죠.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에 위치한 역도선수, 육체미 선수 출신 관장이 17년 동안 운영하던 곳이었죠. 그런데 100명 정도 되던 회원이 두 달 후 근처에 대형 피트니스센터가 들어서고 나니 20여 명으로 줄더라고요. 그달에 등록한 신규회원이 정확히 2명이었어요. 3개월 회비로 10만원 받던 때였는데 월매출이 20만원 생긴 겁니다. 수입이 아니라 매출이 20만원, 한마디로 완전히 망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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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속아서 계약하신 거예요? 어떻게 하셨어요?


A 일부러 속이기까지 했겠습니까? 제가 트레이너 경험도 없고 다소 무모한 시도를 했던 거죠. 문을 닫아야 하는데 보증금도 못 건지겠고 원상복구 철거비용도 없었어요. 워낙 오래된 체육관이라 팔려고 시도조차 못 할 정도로 상태가 엉망이었고요.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하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 봤어요. 일단 체육관 수준에 맞게 가격을 현실화했어요. 3개월 회비 10만원을 6만원으로 낮췄어요. 그리고 전단을 만들어서 하루에 4시간씩 발로 뛰면서 나눠주고 집집이 붙였죠. 돌아와서는 청소, 시설관리, 회원관리 등에 힘썼고요.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어요.


Q 효과가 있었으니 지금까지 왔겠네요. 궁금합니다.


A 신기한 것이요, 한 3개월 지나니까 신규회원이 조금씩 찾아오는데 주소 적을 때 보니까 그 집 대문 색깔까지 기억이 나는 거예요. 전단을 매일 붙이다 보니 주소만 보고도 어느 집인지 알게 된 거죠. 어디 어디 사는 분 아니냐 얘기해 주니까 어떻게 알았냐며 신기해하고.(웃음) 이때 마음 한쪽 어딘가가 뜨거워지면서 뭉클 하더라고요. 전단 붙일 때 처음에는 발이 잘 떨어지지 않고, 길에서 회원들이 알아보면 창피했거든요. 이제는 체육관이나 저 자신이나 무언가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20여 명이던 회원이 300여 명으로 늘어났더군요. 비로소 ‘관장’에서 사장, 대표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료를 아주 비싸게 치르고 경험을 산 거죠.


Q 그래도 프랜차이즈로 하면 지금보다는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지 않나요?


A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꿈의 성격과 사이즈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프랜차이즈는 브랜드를 키워서 투자받고 파는 게 목표잖아요. 그러니까 당장은 얼마 안 되는 가맹비, 교육비, 로열티 받아서 운영하는 것이고요. 저는 제 기업을 더 크게 경영하고, 세상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겁니다. 회사를 키우고, 직원을 늘리면서 꿈을 이뤄가는 거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아무리 난립해도 스타벅스가 제일 잘 나가잖아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A 제가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피트니스를 제대로 된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저는 피트니스센터 사업으로도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스포애니 회원들이 해외 출장이나 휴가를 가서도 편하게 운동할 수 있게 해외진출도 할 겁니다. 올 2월에는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 피트니스 운영자들의 모임에도 참가했습니다. 18개 국가에서 15명이 참가했는데 이들이 운영하는 센터 수만 다 합쳐도 1,260여 개가 되더군요. 세계로 나가 다른 나라에서 운영되는 피트니스센터 운영자들을 만나보니 사업의 규모도 크고 더 선진적이어서 배울 게 많더라고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2박 3일간 먹고 마시고 토론하며 신나게 배우고 왔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스포애니는 피트니스 업계의 스타벅스 같은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사업개발팀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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