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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병상의 아내 앞에서 순애보 남편이 선택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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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86) 영화 '아무르'

평범한 80대 노년의 부부 조르쥬(장 루이스 트레티냥 분)와 안느(엠마누엘 리바 분). 음악가였던 이 부부는 안느의 제자였던 피아니스트의 연주회를 다녀옵니다. 외출하고 돌아온 조르쥬는 안느의 옷을 받아주고 ‘오늘 유난히 더 예쁜데?’라는 닭살 대화를 나눌 정도로 다정다감한 부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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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 식사를 하며 일상을 공유합니다. 그러던 안느가 갑자기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합니다. 마치 의식이 다른 세계에 있는 듯 조르쥬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죠. 조르쥬는 안느의 정신이 돌아올 수 있도록 물 묻힌 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아주지만 소용없습니다. 다급해진 조르쥬는 이웃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는 안느에게 돌아오는데요. 안느는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리고 좀 전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죠. 컵 안에 차를 따르지도 못하고요.


병원의 진단은 이랬습니다. 경동맥이 막혀 수술해야 했는데, 실패 확률이 5%인 수술이었지만 불행하게도 안느는 그 5% 안에 들어버린 거죠.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안느는 오른쪽에 마비가 왔고 그 때문에 거동이 불편해졌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죠. 그녀는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신신당부합니다. 자신을 다시는 병원에 입원시키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죠.


부부는 주변 이웃들의 도움과 조르쥬의 헌신적인 간호로 그럭저럭 잘 지내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병세는 점점 악화할 뿐이었고 조르쥬보다 안느가 먼저 무너졌죠. 안느는 남편이 장례식에 간 틈을 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실패하게 되었고 이를 조르쥬가 보게 됩니다. 이때 안느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하죠.


“계속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 우리가 왜 같이 힘들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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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국에는 대소변도 못 가리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오게 되지만 그런데도 달리 도울 방법이 없었던 조르쥬는 이제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됩니다.


영화는 첫 부분에서 결말을 보여주고 시작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 끝이 무엇인지 알고 시작하는데요. 영화 초반 아내가 병을 얻게 되고 끝부분에 남편이 마지막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묵직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보통 영화들이 빠른 장면 전환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이 영화는 인물을 다소 길게 잡아주죠. 예를 들어 식사하는 장면이라던가 아내가 책을 읽는 장면 등 굳이 대화가 없는 장면에서도 시간을 할애해주었는데요. 제가 볼 때는 영화의 담백한 맛을 살려주어서 좋았는데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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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화를 보다 보면 화면이 밝고 어두워지는 게 반복되는데 그게 마치 삶과 죽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삶과 죽음이 마치 불이 켰다 꺼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이와 연장선상으로 ‘존엄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삶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면 죽음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미죠. 안느처럼 삶을 계속 유지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될 때 그 삶을 계속 유지하는 게 맞는 것인지. 남겨질 가족을 위해 단순히 삶을 이어나가는 건 아닌지. 이럴 경우 내가 내 삶을 종료할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지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었는데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아무르(amour)’는 프랑스어로 사랑을 의미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보여준 조르쥬의 선택은 안느에게 줄 수 있었던 ‘사랑’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봉 당시 칸 국제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휩쓴 이 명품 영화를 한 번쯤 꼭 만나보시고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아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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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무르' 포스터.

감독&각본: 미카엘 하네케


출연: 장 루이스 트레티냥, 엠마누엘 리바, 이자벨 위페르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상영시간: 127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2012년 12월 19일


중앙일보 뉴스제작1팀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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