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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기기 보호는 기본, 이젠 패션…폰 케이스 변천사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18)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18)

나에게는 두 개의 심장이 있다. 하나는 왼쪽 가슴에 있고 하나는 손에 들고 다닌다. 비싼 돈 주고 산 스마트폰에 상처라도 날까 봐 심장처럼 소중하게 쥐고 다닌다. 하지만 아무리 소중하게 들고 다닌들 사람은 실수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덜렁대는 성격이라 몇 번은 떨어뜨린 것 같다. 스마트폰을 놓치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다. 흠집이 나는 정도면 괜찮지만 화면에 금이라도 가는 날에는, 찰나의 실수로 지불해야 할 대가가 너무 커서 아찔하다. 다행히도 아직 내 스마트폰에는 큰 상처가 없다. 덜렁대는 주인의 실수를 막아줄 든든한 케이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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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핸드폰에 케이스를 씌운다는 것 자체가 오래되지 않았다. 내 생에 첫 핸드폰은 안테나가 달린 PCS 폰이었다. 그 시절 핸드폰 케이스는 세상에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버튼을 가리고 있는 플립 덮개를 새끼손가락으로 경쾌하게 열며 통화하는 모습을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처폰(안드로이드, iOS 등 모바일 운영체제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나, 통화 외에도 다양한 부가 기능이 있는 핸드폰)들이 등장했다. 당시 모토로라의 레이저라는 폴더폰이 인기였는데, 처음으로 핸드폰을 보고 디자인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용돈을 모아 처음 그 핸드폰을 가지게 된 순간, 기쁜 마음과 동시에 두려움이 생겼다. ‘이 아름다운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해서 상처가 생기면 어쩌지?’ 아마도 핸드폰 케이스가 필요하다고 느낀 첫 번째 순간인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핸드폰이 디자인적으로 발전하자, 그 디자인을 가릴 수밖에 없는 케이스를 부착하게 된 것이다. 그 당시의 핸드폰 케이스는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로 핸드폰의 겉면에 부착하는 형태가 전부였다. 그래도 색깔별로 케이스를 바꿔 가는 재미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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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등장으로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케이스 시장 또한 급성장했다. 아이폰 국내 첫 출시가 2009년 말이니 스마트폰 케이스의 시대는 10년 정도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 케이스의 덕목이 오직 기기보호였다. 피처폰과 달리 스마트폰은 액정이 크고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 파손이 쉽기 때문이었다. 당시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자마자 떨어뜨려 액정이 깨졌는데, 거의 새 기기를 사도 될 만큼의 수리비용이 나왔다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들리기도 했다.


나 또한 당시 처음으로 큼지막한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을 사자마자 화면에는 필름을 부착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크기를 한층 더 크고 두껍게 만들어 주는 케이스를 씌웠다. 스마트폰 자체는 슬림하고 이쁘게 디자인되었으나, 들고 다니다가 깨질까 봐 두려웠다. 아름다운 스마트폰의 모습은 가끔 집에서 케이스를 벗길 때 혼자 감상할 뿐이었다. 하지만 두꺼운 케이스가 원망스럽기는커녕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손에서 기름이 나는지 들고 있다가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적이 많기 때문이다. 덩치가 크고 험상궂던 케이스 덕에 나의 첫 스마트폰은 작은 흉터 하나 없는 백옥 피부로 여생을 마치고 좋은 가격에 중고로 판매될 수 있었다.


기기보호 기능에 만족하자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기능을 원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수납력이다. 교통카드나 신용카드 등을 수납할 수 있는 케이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예 지갑을 대신 할 수 있는 디자인의 케이스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장지갑처럼 한 면에는 핸드폰 다른 면에는 카드나 현금 등을 수납할 수 있는 디자인인데, 현재 어머니와 장모님 모두 이런 케이스를 사용하고 계신다. 특정할 수는 없겠으나, 중장년 여성층의 구매 욕구를 정확히 만족하게 한 상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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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들의 Favorite! 지갑형태 스마트폰 케이스. [사진 핀터레스트]

나는 어느 순간부터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카드는 스마트폰 내부에 있는 핀테크를 사용하면 되고, 교통 카드 기능도 스마트폰 내부에 있다. 그나마 마지막 보루였던 신분증마저 얼마 전 정부의 정책으로 스마트폰 인증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갑을 들고 다닐 이유가 없어졌다. 패션 아이템으로 지갑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스마트폰 케이스를 구매하는 것으로 대체 되었다. 이런 트렌드에 명품 브랜드들도 스마트폰 케이스를 출시하고 있다. 3D 프린터 기술의 발전으로 스마트폰 케이스 제작이 쉬워지면서, 소규모 업체나 개인 디자이너들도 다양한 디자인의 케이스를 출시하고 있다. 형태와 소재도 다양해 지고 있다. 핸드백처럼 어깨에 걸 수 있도록 스트랩이 달린 케이스부터, 우주선 소재로 만든 케이스까지 등장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챙기는 품목들이 10년 만에 확 바뀌었다. 10년 전에 챙기는 것들이 ‘피처폰, MP3, 유선 이어폰, 지갑’ 4가지였다면 지금은 ‘스마트폰, 무선 이어폰’ 두 개뿐이다. 스마트폰이 지갑과 MP3 기능을 포함해버렸다. 하루하루의 변화는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보니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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