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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계약직 곧 정규직 된다” 소문 때 직원 가족 65명 대거 입사

서울교통공사 신고용세습

계약직은 필기 없이 3단계 전형

쉽게 취업해 정규직화 ‘이중 혜택’

노조, 현황 조사 나서자 “답변 말라”


서울교통공사는 2016·2017년 몇 차례 무기계약직 채용을 진행했다. 방식은 업무를 위탁했던 자회사의 직원을 뽑는 ‘제한경쟁’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개경쟁’으로 나뉘었다. 공개경쟁의 경우 역무 지원, 자동차 경정비 등 일부 직군에는 경력·자격 등의 제한이 없었다. 2016년 서울교통공사(당시 서울메트로)가 진행한 무기계약직 채용에는 423명 중 279명이 공개경쟁 방식을 통해 입사했다. 정규직은 서류·필기·면접·인성·신체검사 5단계 전형을 거치지만 무기계약직은 서류·면접·신체검사만 통과하면 된다. 올해 하반기 서울교통공사 공채에는 530여 명 모집에 3만100여 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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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공사의 한 직원은 “당시 무기계약직 채용을 진행할 때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2016년 5월 이후 들어온 일부 무기계약직 입사자들을 두고 누가 누구의 아들이다, 동생이다 이런 얘기들이 사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처럼 나돌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일부 직군에 경력 제한 등이 없었던 것은 맞지만 면접은 이름과 학력 등을 지운 블라인드로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교통공사 직원의 가족·친척 108명 가운데 65명(60%)은 2016년 5월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해 경력이 3년 미만이다. 지난해 연말 노사 합의에 따라 입사 3년 이상 무기계약직은 신입 공채 합격자와 같은 처우인 7급으로, 경력 3년 미만 직원은 신설된 직책인 7급보로 임용됐다. 서울교통공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재직자의 부모가 무기계약직 식당 찬모로 일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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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 채용이 필기시험 없이 면접 전형만을 통해 이뤄지면서 자격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교통공사가 유 의원에게 제출한 ‘무기계약직 안전 관련 자격증 보유현황’에 따르면 안전 업무(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 전동차 검수 지원 등) 종사자 705명 중 자격증을 취득한 이는 354명(50.2%)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이전 기준이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측은 “2013년부터 정규 공채 채용도 관련 분야 자격증은 가산점만 부여한다”며 “무기계약직 채용 시 자격증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이번 ‘친인척 재직 현황’ 조사는 ‘졸속 조사’ ‘셀프 조사’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통공사는 1만5000명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를 6일이란 짧은 기간(지난 3월 16~21일) 동안 진행했다. 조사는 직원이 자신의 가족이나 친인척의 교통공사 재직 여부를 적어 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마저도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교통공사 직원 1만2000여 명 소속)가 반대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웠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조사가 진행 중인 지난 3월 19일 ‘공사의 신상털기식 조사 지시 관련’이란 제목의 전언통신문을 전 노조원들에게 배포했다. 이 통신문에는 ‘(사측이 요구하는) 가족 재직 현황 제출을 전면 거부해 달라’고 적혀 있다.


서울시가 산하 기관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민봉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무기계약직의 특혜 채용 의혹’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떤 경우에도 공정한 인사, 공정한 채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서울시 차원에서 교통공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나 감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혁신센터장 공채 않고 뽑아 의혹=서울시 산하 기관 채용 비리는 서울교통공사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31일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혁신센터(이하 센터)는 새로운 센터장을 찾는 공고를 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S센터장의 석연치 않은 채용 비리 의혹이 서울시 자체 감사 결과에서 드러나면서다. 센터장은 공개채용이 원칙이지만 S센터장은 법인 이사회 의결만으로 결정됐다. 게다가 이사회 의결 정족수 요건(10명 중 6명 이상)까지 무시했다.


임선영·김민욱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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