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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침묵 깬 이국종 "1시간 쌍욕이 야단? 사람 X신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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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여간 해군 함정 승선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아주대병원 이국종 권역외상센터장은 목소리에 힘이 빠져 있었다. 최근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의 욕설 파문과 관련해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시끄러운데 (외상센터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제가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목숨 걸고 상당히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데, 계속 마치 죄인처럼, 범죄자 다루듯이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 차례 "그럴거면 (아주대가 외상센터를) 안 하면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 일문일답.


-외상센터장을 그만두려고 하나.


"…"


-혹시 다른 생각을 하나.


"…"


이 교수는 한 동안 침묵했다. 이어 침묵을 깨고 그동안 쌓인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병원이 원칙을 지키라고 했다는데.


"원칙, 중용을 지키라고 하는데, 중용을 지키라면서 환자를 적당히 봐라는 말이 어디 있느냐. 외상센터는 나라에서 강제로 떠맡긴 게 아니다(병원이 신청해서 선정됐다는 의미). 병원이 리소스(자원)를 동원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한 거다. 아예 안 하든가, 나랏돈을 받아서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공짜로 하라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300억원 넘게 들여 건물 지어줬고, 연간 운영비로 60억원 넘게 준다."


이 교수는 "병원장, 의료원장이라는 사람이 나랏돈 받으면서 원칙대로 운영하지 않고 '적당히 운영해라, 중용을 지켜라' (이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외상센터가 적자인가.


"(건강보험)수가로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의사·간호사 인건비에 운영비까지 60억원 넘게 쏟아붓는다. 대내적으로 적자 얘기가 없어진지 꽤 된다. 대외적으로 적자라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적자 원인이 우리 의료진이라면 (외상센터를)안 하면 될 거 아니냐. 목숨 걸고 헬기 타고 다닌다. 우리 때문에 병원 망하게 생겼다고 (의료원장이) 일반 직원들 앞에서 공개석상에서 얘기한다. 격려해줘도 끌고 나가기 어려운데 그리 적대적으로 대하면 하지말든지, 헬리콥터(닥터헬기)를 들여오지 말자고 처음부터 반대했어야 한다."


-정말 센터장을 던지려는 건가.


"생각이 많다. 이게 사람 사는 거냐. 사람을 완전히 병신을 만들어버리잖아요."


-후배 의료진과 환자를 생각해야 한다.


"하,이건 아니죠, 이 정도까지는. 기껏 이 정도 되면 상황이 나아질 줄 알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되고 나서도 뭐 범죄자 취급이나 하는데요."


-유희석 원장은 “근태 열심히 하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진료하라고 야단친 것”이라고 말한다.


"직원 인사 때문에 그런 거다. 유 원장이 2년 파견 나온 직원을 1년 파견으로 잘못 보고 그리 한 거다. 1시간 가까이 쌍욕을 먹었다. 잘못해서 꾸지람 받는 거라고 그랬다는데, 내가 진료를 게을리 한적이 있다면 욕을 먹어도 싸다. '불성실 진료' 때문에 그런 거라면 제가 어떤 처벌도 감수하고 감방이라도 갈 수 있다. 이건 외상센터 문제가 아니고. 이따위로 하니까 사람을 막 가게 만들잖아요."


-그 때만 그랬나.


"2015년께 보건복지부에서 아주대병원 현지실사를 나와있는데도 복지부 공무원 앞에서 유 원장이 '이00야 때려쳐, 이00야' 라고 쌍욕을 퍼부었다. 대단한 것도 아닌데 저만 이상한 놈 만들고."


-욕설에 왜 반박하지 않았나.


"(욕하는 의료원장에 반발하고) 그러면 외상센터 날아갈 수 있으니까. 어떻게든 (외상센터) 끌고 오려고 하니까 어떻게든 맞춰주고."


이 교수는 "일을 안 하거나 병원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그런게 아니잖아요. 병원에 나쁜 영향 끼친 게 아니잖아요. 외상센터 자체가 그렇다면 안 하면 되잖아요. 지원금은 받으면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저희가 신경쓰고 열심히 달려드니까, (정부의)심사를 받으면 성과가 나쁘지 않게 나온다. 저희는 계속 잘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다. 나랏돈을 받으니까"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병실을 내주지 않았나.


"본관에 병실이 150여개가 남아도는데도 노골적으로 주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원칙대로 하자고 했다던데.


"누가 세운 원칙이냐. 환자 잘 보는 게 원칙이다. 지원금 받으면서 운영을 스탠다드 대로 안 하면 안 된다. 제가 외상센터만을 위해 뭘 해달라는 게 아니란 말이다."


이 교수는 "제가 임금을 올려달랍니까, 뭘 해달랍니까. 환자 치료하게 병실 달라는 걸 가재미 눈 뜨고 독사 같이 바라보면 (어쩌란 말이냐)"고 말했다. 그는 "밤에 병실 좀 달라고 전화하죠. 그러면 얼마나 저희한테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저희한테 전화 하지 말라고 그래요"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어려운 게 있으면 재단 이사장이랑도 (상의)해야 하는데 가망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갑자기 이 교수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는 "거짓말을 하는 리더십 밑에서 일을 하는 거 구역질이 납니다. 제 인생에 구역질이 나요. 쌍욕 먹으면서도 어떻게든 좋게 해결해보려고 굽신굽신하고 '잘 봐달라' '오해십니다'라고 풀려고 한게 굉장히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원은 없는데 글로벌 스탠다드로 끌어올리려 애썼고, 중간에 우리 뼈를 갈아서 넣은 것"이라며 "그러면 거기에 대해서 격려를 해줘도 시원치 않은데 가재미 눈을 뜨고 말이야"라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이달 말까지 공식적으로 해군 훈련 파견 기간으로 돼 있다고 한다. 중간에 몇 군데 기항지가 취소되면서 예상보다 일찍 귀국했다고 한다. 그는 "정리할 게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5일 오전 진해군항에서 입항 환영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석해균 선장을 만났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황수연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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