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나이키 '정규직 실험' 3년…654명, 年20% 성장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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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스포츠·의류업계에 따르면 나이키코리아는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나이키는 지난해에도 올해와 비슷한 비율로 매출액이 늘어나 1조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키의 매출은 직영매장·대리점·온라인 등 전 판매분야에서 모두 증가세를 보였지만 그 중 직영매장의 실적이 특히 두드러진다. 나이키 직영 매장 15곳은 최근 2년간 매년 20%가 넘는 성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스포츠 브랜드 업체의 연평균 성장률이 3%가량인 점을 고려할 때 나이키 오프라인 직영 매장의 이런 성장률은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이처럼 나이키 직영매장의 실적이 유난히 뛰어난 이유는 뭘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나이키코리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주요 요인 중의 하나라고 꼽았다. 나이키코리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5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자발적으로 전국 나이키 직영매장 15곳의 비정규직 직원 65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 여파로 인건비는 10%가량 늘었다. 하지만 김지훈 나이키코리아 홍보팀장은 “나이키 직영매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직원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한 이후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당시 정규직 인원(약 310명)의 2배에 달하는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에 편입한 파격적인 인사였는데 자발적으로 시도한 ‘정규직 실험’이 효과를 나타냈다는 얘기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나이키 직원의 급여는 20%가량 늘었고 자녀학자금 지원, 장기근속자 포상 등의 복리후생도 전 직원이 똑같이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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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나이키팩토리(아울렛 매장)에서 근무하는 조혜림씨(25)는 “비정규직으로 일할 때는 주변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을 때 ‘매장에서 일해요’라는 정도로 얘기했는데 정규직이 되고 나서는 ‘나이키코리아 직원이에요’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며 “소속감과 애사심이 생기니까 손님에게도 내 장사하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응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이키 서울 명동점의 황현우씨(34)는 “정규직이 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볼을 꼬집어 볼 정도로 좋았다”며 “판매현장에서의 근무 경험을 살려 앞으로 본사에서 일반 사무직 업무도 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이키의 정규직화 작업은 국내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홈플러스가 장기근속자와 무기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SPC그룹의 GFS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 등이 있기는 하지만 전환 규모나 속도 면에서 나이키보다 못하다.
이런 나이키의 혁신적인 정규직 실험은 2015년 송욱환나이키코리아 사장(48)이 부임한 후 본격화됐다. 송사장은‘팀으로서 승리하기(win as a team)’라는 나이키의 공유가치를 기반으로 미국 본사와 함께 정규직화 작업을 진행했다. 송사장은 “모든 직원이 하나의 팀으로 뭉쳐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 나이키의 일원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진다면 업무 성과는 자연히 높아질 것으로 봤다”며 “책임감 있는 고용을 실행하는 것도 글로벌 기업의 사회적 의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에 이민 간 송사장은 1994년 나이키에 입사한 이후 MBA(하버드비즈니스스쿨)와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맥킨지)를 거쳐 2003년 다시 나이키에 합류했다.
송사장은‘에어조던 3 서울’이라는 한정판 농구화도 올 2월 선보였다. 에어조던 3 서울은 88서울올림픽 개최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나이키 글로벌에서 특별 제작한 한정판 제품이다. 송사장은 “세계적인 트랜드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서울의 창조적인 에너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농구화”라고 설명했다.
서울은 지난해 나이키가 중점적으로 공략하는 전 세계 12개 핵심도시(Key City) 중 하나로 선정됐고 현재 미국 뉴욕·LA에 이어 전 세계 매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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