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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날로그로…추억에 빠진 지상파 예능 전성기 회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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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TV에 새로운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1994년부터 16년 간 사랑받다 2010년 막내린 교양 프로그램 KBS1 ‘TV는 사랑을 싣고’가 ‘2018 TV는 사랑을 싣고’로 8년 만에 돌아왔다. 다른 방송사들이 최근 시험적으로 선보인 예능 프로그램들 역시 사진관ㆍ공방 등 아날로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디지털 시대에 이들이 일제히 시간을 거슬러간 이유는 무엇일까.

‘TV는 사랑을 싣고’는 부활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KBS에서 새로운 간판 프로그램이 탄생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장수 프로그램 중 다시 쓸 수 있을 만한 카드를 집어든 것. 스타의 추억 속 인물을 찾아 나서는 익숙한 콘셉트를 살리되 프로그램의 상징과도 같았던 스튜디오 분량은 과감히 포기했다. “스튜디오에 친구가 들어서는 순간 음악이 울려 퍼지면 예전 프로그램에 매몰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최형준 PD)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8일 방송한 첫 회는 의뢰인이 스튜디오에 앉아서 친구 혹은 선생님 등 보고픈 얼굴을 기다리는 대신 MC 김용만ㆍ윤정수와 함께 직접 추적카를 타고 찾아 나서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현장감도 한층 높아졌다. 친구 찾기를 의뢰한 개그맨 박수홍이 어릴 적 살던 서울 마포구 염리동으로 향하자 자연스레 그를 기억하는 주민들이 나타났고, 직접 추억의 발자취를 좇다 보니 에피소드 또한 풍성해졌다. 첫회는 시청률 8.3%(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연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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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의 발달로 예전보다 사람 찾기 쉬운 세상이 됐을 거란 예상은 기우였다. 특히 2011년 도입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학교나 주민센터에서도 쉽게 단서를 얻을 수 없어 직접 발품을 팔 일이 많아졌다. 과거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수도 있었을 일이 이제는 일일이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봐야 할 일로 바뀐 것이다.

최형준 PD는 “방송 후 출연진만 아니라 ‘염리동’이 오랫동안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머무르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장소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8회 분량으로 예정된 한 시즌 동안 인물 간의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SBS ‘빅픽처패밀리’는 추석 연휴 동안 지상파에서 파일럿으로 선보인 예능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7.1%)를 기록했다. 정규편성도 이뤄졌다. 총 8부작으로 프라임 타임인 토요일 오후 6시대에 방송한다. 차인표ㆍ박찬호ㆍ류수영ㆍ우효광 등 네 사람이 경남 통영의 고택에 머물며 일주일간 직접 사진관을 운영하는 신선한 콘셉트가 통한 결과다.


이지원 PD는 “세트를 짓기보다는 실생활로 들어가고 싶어 여러 곳을 답사한 결과 50년 넘게 운영되던 사진관과 102년 된 고택을 찾게 됐다”며 “휴대폰으로 하루에도 몇백장씩 사진을 찍고 지울 수 있는 시대에 ‘기억에 남는 한 장’을 남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명소를 스쳐 지나가는 ‘인증샷’이 아닌 인생에서 의미 있는 순간으로 남을 ‘인생샷’을 원했단 얘기다. 사진관을 찾은 손님들 역시 아기 돌 사진, 우정사진 등 특별한 순간을 담고자 했다. 출연진 중에 박찬호는 “어릴 적 전파상을 운영하던 부모님이 카메라를 대여해주고 필름을 현상하는 일을 했다”며 한 달 간 카메라 사용법을 익히는 열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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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파일럿 예능 가운데 MBC ‘독수공방’이나 KBS2 ‘어머니와 고등어’ 역시 손맛에 방점을 찍었다.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이면 신상품을 살 수 있고, 어떤 레시피도 찾아볼 수 있는 세상에서 오래된 물건을 공들여 복원하거나 엄마가 만든 집밥 레시피를 기록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독수공방’에서 웹툰 작가 김충재가 들고 온 고가구를 복원하고, ‘어머니와 고등어’에서 가수 노사연이 언니 노사봉에게 어머니의 방식대로 이북식 소금게장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데는 하루가 꼬박 걸렸지만, 신상품과 인스턴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묵직함을 선사했다. 반면 SBS ‘가로채널’은 이영애ㆍ강호동ㆍ양세형의 1인 크리에이터 도전이 화제를 모았으나 유튜브 같은 디지털 채널 속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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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복고로 회귀하거나 아날로그 지향적인 시도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전 연령대를 포괄하는 동시에 중장년층에 소구할 수 있는 기획”(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대안이 없어서 다시 옛날 포맷으로 꺼내 드는 일보 후퇴”(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라는 부정적 평가가 맞선다. 김헌식 평론가는 “한동안 성장 가도를 달렸던 종편이나 케이블 시청률도 최근 답보 상태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으로는 시청층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며 “같은 짝짓기 프로그램을 해도 채널A ‘하트시그널’이 추리 요소를 도입한 것처럼, 새로운 요소가 없다면 결국은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희정 평론가는 “‘독수공방’은 최근의 ‘노 플라스틱’ 운동 등 환경보호 움직임과 맞물린 기획 의도는 좋았으나 표현 방식은 아쉬웠다”며 “출연진 각각이 복원 과정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보다 몰입도가 높아졌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명절에 맞춰 파일럿을 기획하다 보면 타깃 연령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1,2회 반짝 편성으로 화제가 될 순 있어도 막상 정규 편성되면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라며 “기획부터 5~6회 이상으로 구성된 시즌으로 선보이고 성공하면 다음 시즌을 제작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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