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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우린 디즈니 같은 미디어 기업”

LA 넷플릭스 오피스 현지 취재

기술업체 아닌 엔터 기업 선언

독창적 스토리 만들 창작자 발굴

작년 매출 75%, 13조 콘텐트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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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위치한 넷플릭스 오피스. 100년 전 워너브러더스가 간판을 걸고 최초의 유성영화(재즈싱어, 1927년)를 찍었던 이곳 ‘선셋 브론슨 스튜디오’ 안에 넷플릭스가 2년 전 연 사무실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으로 성장해온 넷플릭스가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지 할리우드에 전략 기지를 세운 것. 넷플릭스는 이날 전세계 32개국 60여개 매체를 이곳에 초청해 콘텐트 전략을 소개했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CEO)와 토드 사란도스 최고콘텐트책임자(CCO), 그렉 피터스 최고제품책임자(CPO) 등 핵심 임원들이 직접 나와 질의에 응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차별화된 오리지널(직접 제작) 콘텐트와 이를 뒷받침할 기술로 현재의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산업을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우린 기술 기업이 아니라, 디즈니 같은 미디어 기업”이라고 선언했다. 디즈니·애플 등 넷플릭스와 유사한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경쟁사들에 대해 “힘은 들겠지만 경쟁은 구독자와 창작자 모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또 “(다음주에 공개될) 애플의 비디오 서비스 위에 넷플릭스를 넣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소비자에겐 우리가 만든 서비스에서 콘텐트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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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비결은 ‘즐거움 추구하는 기술’=토드 옐린 프로덕트 담당 부사장은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은 알파벳 세 글자, ‘Joy(즐거움)’을 추구한 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독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 실험하고 또 실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말 공개한 오리지널 영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를 예로 들었다. 이 영화는 극중 주인공이 아침 메뉴로 뭘 먹을지, 어떤 음반을 구입할지 등을 시청자가 선택하도록 한 인터랙티브 콘텐트로 시청자가 선택할 때마다 결말이 달라진다. 넷플릭스는 어린이 대상 애니메이션에서 먼저 선보인 이 방식을 성인 대상 콘텐트에 처음 적용했다. 옐린 부사장은 “밴더스내치 공개 이후,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더 많이 했는지 등을 분석했고 이를 토대로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다음달 10일 두 번째 성인 대상 인터랙티브 콘텐츠인 ‘유 vs 와일드(You vs. Wild)를 공개한다고도 이날 발표했다. 넷플릭스 측은 “시청자가 정글·사막 등을 누비는 생존 전문가(베어 그릴스)의 행동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보다 2배 넘게 콘텐트 투자”=이날 넷플릭스 임원들은 데이터나 기술력보다 콘텐트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조했다. 넷플릭스 서비스 전반을 책임지는 그렉 피터스 최고제품책임자(CPO)도 이날 “우리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며 “가장 최신의 기술을 갖고 미래형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화된 콘텐트 추천 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을 강조하며 ‘기술력’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 넷플릭스는 2016년 글로벌 시장 도전을 선언한 이후 매년 콘텐트 확보를 위해 막대하게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157억9000만달러)의 75%인 120억 달러(약 13조5720억원)가량을 콘텐트에 투자했다. 헤이스팅스 CEO는 이날 “우리와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에서 13년 이상 경쟁하는 아마존이 연간 40억~50억 달러를 콘텐트에 투자한다는데 우리는 그 두 배를 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1억 4000만명 월 10달러 안팎 구독료가 유일한 수입”


콘텐트 신규 투자의 대부분은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트에 투입된다.


헤이스팅스 CEO는 “광고를 안하는 넷플릭스는 1억 4000만명의 구독자에게 받는 10달러 안팎의 구독료가 우리의 유일한 매출원”이라며 “앞으로도 광고 비즈니스나 스포츠 중계 같은 데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없이 질높은 콘텐트로 소비자 지갑을 열겠다는 전략에 따라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질과 양 모두를 잡아야 한다.


벨라 바하라 넷플릭스 인터내셔널 오리지널 담당 부사장도 “우리는 데이터가 아니라 콘텐트로 움직이는(content-driven) 기업”이라며 “전세계의 독창적이고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는 창작자들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한국 제작진이 만든 오리지널 ‘킹덤’처럼 비영어권 지역에서 창작자를 발굴·제작한 후 20~30개 언어로 더빙·번역 작업을 거쳐 글로벌 시장에서 팬덤을 일으킬만한 사례를 찾고 있다.


이런 콘텐트 전략 때문에 넷플릭스가 점차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유사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1월 넷플릭스는 디즈니·21세기폭스·파라마운트등 미국 6개 제작사가 회원인 영화산업협회(MPAA)에 회원사로 들어오며 할리우드 주류에 편입했다. 콘텐트 분야를 총괄하는 테드 사란도스 CCO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기술 기업이 되긴 어렵지만, 우리는 우리가 가진 기술을 활용해 다른 엔터기업들이 못하는 일들을 해내고 있다”며 기술적 우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MPAA에서 여러 기업들과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협력하고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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